송은 아트스페이스는 9월 28일까지 ‘썸머 러브(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을 연다. 본 전시는 2015년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립 5주년을 기념하며 특별 기획돼 첫선을 보였다. 올해는 그 세 번째 전시로 2017~2019년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 16인의 신작을 선보인다.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는 송은미술대상과 함께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지원해 왔다. 이번 전시에 송은 아트큐브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임으로써 이들의 성과에 주목하고, 그간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온 송은문화재단의 결실을 되돌아본다.
전시 타이틀인 ‘썸머 러브’는 젊은 시절 서로에게 헌신적으로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래서 헤어진 후에도 가슴 한켠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는 ‘전시’와 관계하는 모든 작가의 모습과도 닮았다.
도예를 전공한 김준명은 ‘전통’에 대응하여 우리에게 학습된 인식을 의문시하고, 공예와 현대 미술의 간극에 고정된 시선과 사고의 초점을 뒤튼다. 구은정은 개인이 마주하는 어떤 시간의 흐름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김지선은 공간에 얽힌 기억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풍경을 낯선 어떤 상태-이미지로 제시한다. 한상아의 작업은 자신이 경험한 일, 그리고 내밀한 색과 온도를 입은 기억과 감정에서 비롯되며, 이병찬은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과잉 생산과 소비를 비판적으로 사유한다.
기민정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양극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신이피는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일종의 긴장 상태로 인식하며, 이러한 상태 위에 구축된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감각하고자 한다.
이주원은 현실의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적 서사를 직조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믿음의 메커니즘을 비판한다. 이채은은 고전 명화나 영화,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 현실 사건의 이미지 파편을 추출하여 반복과 재맥락화를 통해 화면 위에서 재구성한다.
이정우는 실체 없는 효력이 빚어내는 실질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허구와 실재를 조작하는 영화적 메커니즘을 차용해 현실적 차원의 허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양승원은 실재와 허구가 교차하는 시공간에 주목하고, 유영진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이나 기억을 경유해 일상의 공적 공간을 사적인 장소로 치환하거나, 혹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할 모종의 시공으로 제시한다.
사진을 전공한 박희자는 이미지와 이미지를 담는 (혹은 이미지가 담아내는) 물질의 관계를 탐구하며, 그것의 변주를 통해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뒤틀고 새로운 사유가 가능하길 바란다. 오제성은 일상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다양한 관계에 집중하고, 황문정은 도시나 특정 환경을 구성하는 다층적인 요소,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사용자의 양상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송기철은 사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폭력적인 규율과 규범, 억압과 차별 등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가시화한다.
송은 아트스페이스 측은 “수반된 모든 시간과 여러 관계는 그렇게 지난 시간으로, 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현재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잠재한다. 그리고 다시 또 그 다음의 전시를 마주하며 다음의 시간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 전시는 이런 작가의 시간이 얽히고설킨 얼개로서의 전시, 그리고 그 토양에 대한 강박적 시선을 바탕으로 한다”며 “다양한 주제 의식과 매체를 다루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젊은 작가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들 창작의 실현 토대인 전시의 시간을 함께 고민하며 거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