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세계대전이 일어난 격랑의 시대에 싹튼 초현실주의, 그 안에서 오직 남성 예술가들의 뮤즈로서만 존재하기를 강요받던 여성들이 개인적·직업적으로 더 성숙하기 위해 어떻게 고투했고, 서로의 지지자로서 예술성을 발전시킨 과정을 연구한 휘트니 채드윅의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요 여성 예술가들로는 ▲프랑스 시인이자 콜라주 화가 ‘발랑틴 부에 펜로즈’ ▲시인 겸 화가 ‘알리스 라옹 팔렌’ ▲영국의 화가이자 작가 ‘레오노라 캐링턴’ ▲아르헨티나 출신의 화가 겸 디자이너 ‘레오노르 피니’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화가이자 시인 ‘자클린 랑바 브르통’ ▲프랑스 사진작가 ‘클로드 카엉’과 삽화가 ‘쉬잔 말레르브’ ▲미국의 사진작가 ‘리 밀러’가 있다.
저자는 “그동안 주로 이들 앞에는 유명 남성 예술가들의 ‘아내’ 혹은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를 지우고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하고 발전시킨 예술적 성과를 언급하면, 이들 여성들은 오롯이 초현실주의 예술가로서만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들이 전쟁의 시대를 건너 훗날 미술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게 된 데에는 시절을 견딘 강인함과 서로의 예술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지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휘트니 채드윅 지음, 박다솜 옮김 / 2만 3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