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3월 24일~5월 2일 남화연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흐름’을 연다. 남화연은 안무적 접근을 통해 신체 안으로 시간이 관통할 때 발생하는 영향에 주목하고, 이를 가시적 형태로 구현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주어진 공간에서 시간과 움직임을 고려해 작업의 배치와 동선, 영상과 퍼포먼스, 사운드를 구성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마치 안무의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남화연은 2012년부터 무용가 최승희(1911-1969)에 주목하고, 이를 둘러싼 불완전한 아카이브를 수집해 작업의 기반으로 삼아 왔다. 최승희는 일제 식민기에 태어나 열여섯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 무용가 이시이 바쿠를 사사하고, 한성준에게 전통무용을 배웠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수많은 공연을 한 최승희의 춤과 행보는 당시 조선과 일본,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구 사이에 선 예술가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과 시대적 갈등을 담았다”며 “한국의 전통무용과 동양무용을 고루 익히고 근대한국무용의 근간을 만든 이로 평가받는 반면, 일각에서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고 해방 후 남편인 안막과 함께 월북해 활동한 경위로 복합적이고 문제적인 인물로 남아있으며 남겨진 기록도 많지 않다”고 밝혔다.
남화연은 ‘역사의 시간이 관통하는 신체’라는 측면에서 최승희의 삶에 흥미를 갖고, 2012년 페스티벌 봄에서 최승희를 중심으로 한 극장 퍼포먼스인 ‘이태리의 정원’을 선보였다. 이어2014년에는 아르코 예술 자료원에서 본 전시와 같은 제목이기도 한 ‘마음의 흐름’을 전시했고,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영상 ‘반도의 무희’와 설치로 구현된 ‘이태리의 정원’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다년에 걸친 최승희에 대한 연구와 남화연의 방식으로 풀어온 ‘아카이브’의 여정을 정리한다. 새로운 영상 작업 여섯 점을 비롯한 다양한 설치, 아카이브 자료,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남화연이 모아온 최승희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는 동시에 자료 속 정지된 이미지 사이에 부재하는 시간과 움직임에 개입해 이를 다양한 작업으로 제시하고, 그 작업 과정의 아카이브를 함께 엮는다. 전시의 제목과 개별 작품의 제목은 대부분 최승희의 기존 안무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선재센터 김해주 부관장은 “두 사람이 그림자 모양으로 서로 어우러지고, 또 떨어지며 떨어졌다가는 다시 어우러지는 그림과 같은 ‘듀엣’이다”라는 최승희의 안무 ‘마음의 흐름’에 대한 기록 중 한 구절을 언급하며 “‘마음의 흐름’에 대한 이 오래전 기록은 전시를 통한 남화연, 최승희 두 사람의 만남과 공명의 시간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마주했다가 다시 거리를 두는 이 안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 다른 시간대와 그 역사, 실제와 픽션 사이에서 출현한 것들이 두 층으로 나눠진 전시장 사이에서 궤도를 그리는 장면을 목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