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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48) 송영수 50주기 특별전 ‘상념의 공간’] 드로잉으로 반추해보는 조각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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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9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2020.07.13 13:40:11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성북동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분 탓일까. 왠지 하늘도 더 푸른 것 같다. 한국의 근현대 예술가들과 인연이 깊은 이곳은 고즈넉하면서도 청명하다. 복잡하고 힘겨운 마음을 잠시 다독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성북동에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장소가 꽤 많다. 그중에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부터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온 성북구립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여름 이곳에서 조각가 송영수의 조각과 드로잉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기획되었다.

 

 

‘상념의 공간: 조각가의 스케치북’ 전시 전경(제1전시실), 2020, 사진 제공=성북구립미술관

“3000장의 드로잉 중에서 골라 전시”
성북구립미술관 김경민 큐레이터와의 대화


- 전시 ‘상념의 공간: 조각가의 스케치북’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상념의 공간: 조각가의 스케치북’은 올해로 작고 50주기를 맞이한 조각가 송영수(1930~1970)를 추모하는 전시로 그가 생의 마지막 시절을 보낸 지역의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에는 송영수의 대표작인 ‘효(曉)’(1957), ‘순교자’(1967), ‘새’(1969)를 포함한 조각 작품 17점과 그가 남긴 100여 권의 스케치북에 담긴 드로잉을 비롯해 150여 점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드로잉도 있어 조각가 송영수의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송영수, 작품 ‘효’(철, 141 x 23 x 17㎝, 1957)와 드로잉, 사진 제공=성북구립미술관

- 전시의 구성이 남다르다. 전시장의 중앙에 조각가 송영수의 조각이 아닌 드로잉이 놓였다. 제1전시실의 경우, 중앙 공간에 조각처럼 세워진 스케치북과 벽면에 걸린 드로잉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조각가의 드로잉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송영수는 드로잉을 토대로 대부분의 조각 작품을 제작했고 실제 작품을 제작하는 것보다 작품의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연필과 펜, 수채화 물감 등으로 그려진 드로잉과 스케치들은 완성된 작품에서 미처 읽기 어려웠던 작가의 사유 과정, 상상력의 다채로운 변주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송영수의 작업 세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이자 연구자료로서 가치를 갖는다. 한편 조각을 위한 밑그림이 아닌 독립된 회화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드로잉들도 많다.

- 100여 권이 넘는 송영수의 스케치북에서 전시를 위한 드로잉을 선정하는 작업이 어려웠을 것 같다. 전시 작품의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송영수는 드로잉에 제작연도를 적지 않고 사인만 남겼다. 마흔이라는 이른 나이에 작고해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이 채 20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드로잉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그래서 초기의 인물 초상과 인체 드로잉을 제외한 나머지 드로잉들을 연도순으로 정리하지 않고 관련 조각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선정했다. 하나의 조각 작품을 위해 여러 장의 드로잉을 그린 만큼 작품의 작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송영수 작가의 스케치북들. 사진 제공=성북구립미술관

- 한 점의 드로잉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제2전시실의 스케치북은 내부의 드로잉을 보여주지 않고 스케치북의 표지가 보이는 채로 전시되었다. 시각적인 균형과 절제를 위한 것이었는가?

100여 권이 넘는 스케치북 속 드로잉과 낱장으로 보관되어 있는 드로잉들을 합하면 약 3000장이 넘는 작품이 남아있어 한 번의 전시로 다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송영수의 드로잉을 중심으로 개최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와 관련된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를 다각도로 확장해가면서 점진적으로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시각적인 조화를 위해 절제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다.

- 붉은색과 자주색의 벽면을 배경으로 조각과 드로잉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전시장 벽면의 색이 강렬하다. 이번 전시뿐 아니라 이전에 기획했던 ‘책 속의 화가’(2018)에서도 발견되었던 특징이다. 전시장의 색채 배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송영수의 드로잉에서 추출한, 작가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색채를 중심으로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다. 송영수의 철조 혹은 테라코타와 목조 작업 등이 재료 자체의 색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의 조각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마 화이트나 무채색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의 드로잉에 초점을 맞췄고 송영수의 색채 감각과 회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흰색의 종이에 그려진 작품들이 많아 공간 전체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도 강렬한 색이 필요했다. 색을 이용한 공간 분할을 통해 작품의 배치나 시각적 혹은 심리적 공간을 구현할 수 있고 동선도 다양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미술관 위치 찾겠다”
성북구립미술관 김보라 관장과의 대화


- 인터뷰를 진행하는 현재 성북구립미술관은 코로나19 확산 예방 및 관람객 안전을 위해 휴관 중이다. 전시를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동영상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관장으로서 앞으로 진행할 미술관 전시 및 교육, 행사 등의 형식에 대해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정적으로 미술관이 휴관하여 관람객이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대의 미술관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미술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고 그 개념도 확장되어 다양한 형태와 정체성을 가진 미술관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미술관 종사자들은 그에 맞는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늘 고민해야 한다. 이미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는 ‘상상의 박물관(Le Musée Imaginaire)’(1947)에서 기술 발전을 토대로 원본 작품을 대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 미술관 개념을 제시했다. 오래전부터 미술관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긴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정 변경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시가 기술적인 도움으로 공유될 수 있는 온라인 전시는 코로나19 시대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놓칠 수 있는 세심한 부분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영상 전시의 장점이라 하겠다. 다만 영상으로 제작되어 온라인에서 공유된 전시가 향후 실제 전시 관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전시는 공간의 울림, 원작의 감동 같은 현장성이 중요해 영상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성북구립미술관은 온라인 교육을 추진, 준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체험학습이 가능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문화프로그램과 학술행사의 영상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시대적 불안을 해소하고 정서적인 면을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기이며, 이러한 시대에 미술관과 같은 문화예술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비록 직접 소통할 수는 없을지라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각각의 방식으로 향유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미술관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영수, ‘순교자’, 동, 125 x 80 x 25㎝, 1967, 사진 제공=성북구립미술관

- 성북구립미술관은 2009년 개관한 이래 성북구의 지역 특수성을 기반으로 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북이라는 지역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반영된 미술관 운영이 중요하다. 많은 미술관들이 건립 이후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효율적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술관의 미션과 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미술관이지만 수준 높은 미술관으로 기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성북구립미술관은 구체적인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성북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이 반영된 지역 미술관의 운영이다. 이는 한국 근현대 예술가들이 특히나 많이 살았던 성북 지역과 관련된 예술가들을 조사, 연구하고 그들의 자취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반영된다. 한국 미술의 범위를 확장하고 뿌리를 다지기 위해서는 근현대 시대에 관한 연구가 절실한데 이 시기의 많은 주요 예술가들이 성북과 인연이 깊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 이 지역에 그처럼 많은 예술가들이 모였는지, 또한 개별 예술가들이 갖는 위치는 무엇인지 연구하고 축적해 나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을 위한 일상 속 미술관의 구현이다. 미술관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며 생활 속에서 정신적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 성북구립미술관과 같은 지역 기반의 공립미술관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속적인 공유가 가능하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은 유아 시절 미술관을 경험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미술관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기억을 가질 수 있다. 지역 기반의 젊은 창작자들은 미술관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고 긍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은 개관 10년을 보내면서 지역 곳곳에 미술관 분관 시설을 확충하여 현재 총 5개 시설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지난 5월 조례를 정비하고 본격적인 미술관 체제로 나아가게 되었다. ‘성북구립미술관, 거리갤러리,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성북예술창작터’ 등 각각의 시설 역시 명확한 특성을 갖는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근현대 예술가들의 자취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젊은 창작자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들과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두 예술을 기반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송영수, ‘무제’, 종이에 연필, 먹, 15.4 x 23.3㎝, 연도 미상, 사진 제공=성북구립미술관

- 성북구립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특히 주목하거나 경험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성북구립미술관은 예술가들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한다. 미술사와 미학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그것이 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주제와 표현 방식을 선정한다. 따라서 우리 미술관의 전시를 찾는 사람들은 감동과 작은 마음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미술을 중심으로 문학과 음악 등 다양한 예술적 장르를 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미술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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