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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업 ②]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아침을 여는 사람들’ 된 사연

창작 시집 ‘바람이 세운 돌’ 출간하며 작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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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김금영⁄ 2020.07.22 16:31:24

기업에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가득하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 및 지원하고, 사내 직원들의 문학 활동을 장려하며,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독서 장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문학의 꽃이 여기저기서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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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사람들 4집 - 바람이 세운 돌’에 작품을 실은 크라운해태제과 물류운영팀 김태형 차장(왼쪽), 크라운해태제과 마케팅부 김민아 과장.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아침을 여는 사람들 4집 - 바람이 세운 돌’(이하 ‘바람이 세운 돌’). 크라운해태제과가 6월 출간한 시집 제목이다. 이 시집의 주인공은 전문 작가들이 아닌 바로 크라운해태제과의 직원들. ‘바람이 세운 돌’ 또한 이번 시집에 실린 직원들의 작품 중 ‘으뜸 작품’으로 꼽힌 시의 제목으로, 시집의 주역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직원들의 창작 시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대표 작품 제목을 시집의 제목으로 그대로 썼다”고 밝혔다.

크라운해태제과가 2011년부터 전개해 온 ‘아침을 여는 사람들’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작가가 되는 장이다. 창작시 공모를 진행, 우수시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한다. 이번에 발간된 ‘바람이 세운 돌’도 그 결과물로, 2012년 1월·6월, 2017년 12월에 이은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네 번째 시리즈다. 직원들은 매월 한 차례 회사가 제시하는 주제어에 맞춰 시를 써서 제출한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 4집 - 바람이 세운 돌’ 시집 이미지. 크라운해태제과의 직원들의 창작시 223편이 담겼다.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단순 의무적으로 숙제처럼 제출해야 하는 그들만의 장에만 한정되지도 않았다. ‘바람이 세운 돌’엔 직원들이 2년 동안 집필한 4000여 작품 중 223편이 담겼는데, 현역 시인이 감독하며 전문성을 살렸다. 당선작 하단엔 한줄평으로 피드백 또한 주고 있다. 시집 감수를 맡은 고운기 시인(한양대 교수)은 “시 한편 한편에서 직원들의 진중한 노력과 정성을 느꼈다”며 “쉽게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행간에 묻어나 감동이었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사내교육 프로그램인 ‘AQ모닝아카데미’로부터 비롯됐다.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2004년 해태제과 인수를 앞두고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지닌 양사 임직원을 한 가족으로 묶고 소통하고자 만든 사내 조찬 강연 프로그램이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옛 선비들은 혼자 하기 어려운 공부를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서로 격려하고 정진해 나갔다고 한다”며 “그런 가족과 같은 우애를 나눌 수 있는 동문수학(同門修學)의 정신을 사내 종합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고 AQ모닝아카데미의 취지를 밝혔다.

 

크라운-해태제과 AQ모닝아카데미 300회를 기념한 토크콘서트에서 특별 강연을 펼치고 있는 윤영달 회장(오른쪽).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AQ모닝아카데미엔 다양한 강연이 마련됐는데, 도종환, 정호승, 신경림 등 유명 시인을 초청해 강연을 했던 것이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단순히 예술 특강을 듣기만 할뿐 아니라 우리가 한 번 직접 글을 써보자는 도전 의식에서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시작됐다. 모닝아카데미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 명명했다”고 밝혔다.

직원이 예술가가 되는 창신제·양주 눈꽃축제

 

201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회 창신제에서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맨 왼쪽)과 임직원 100명이 판소리 떼창 ‘사철가’를 불렀다.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이처럼 감성을 중심으로 한 아트 경영 철학을 크라운해태제과는 중요히 여겨 왔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뿐 아니라 창신제, 양주 눈꽃축제 등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직접 예술가가 되고,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견생전까지 문화의 장을 다양하게 마련해 왔다.

2004년 시작된 창신제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제로 하는 음악 공연으로, 전통국악과 현대음악을 한데 아우른다. 2012년 제8회 창신제 때는 윤영달 회장을 포함해 임원, 부장, 팀장 100인이 판소리 ‘사철가’를 떼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투루 어설프게 공연을 올린 게 아니다. 당시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은 이 공연을 위해 명창 조상현 선생의 지도를 받아 7개월 동안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열린 ‘제15회 창신제 국악뮤지컬 – 수궁가’ 무대에서는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이 종묘제례일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열린 ‘제15회 창신제 국악뮤지컬 – 수궁가’ 무대에서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이 종묘제례일무 공연을 펼친 모습.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100만 평 규모의 대자연 속에서 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양주 눈꽃축제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찾으며 현재까지 누적 20만 명이 다녀간 축제의 장이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직원들이 눈으로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눈 조각전’. 이를 위해 직원들은 크라운해태제과가 조성한 문화예술 테마파크 아트밸리의 입주작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도 제7회 양주 눈꽃축제가 열려 직원들의 작품이 사람들을 만났다.

견생전 또한 조각 작품을 내세운다. ‘보면 생명이 담긴다’는 의미를 담은 이 전시는 각 지역 자치단체와 크라운해태제과가 손잡고 선보여 왔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지역민의 예술적 체험과 조각과 후원을 목적으로 마련한 자리”라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드라이브 스루 견생작품전’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6월 1일부터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장흥자연휴양림 일대에서 국내외 조각가들의 작품 13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총 2.1km의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도로변에 설치된 조각 작품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30분 가량 소요된다.

 

크라운해태제과가 주관하는 ‘2016 양주눈꽃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눈 조각을 관람했다.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과자를 만드는 회사가 왜 이토록 문화 예술 프로그램에 힘을 들일까? 그 목적은 직원들의 성취감 충족과 이를 통한 창의력 증진에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직원들의 문학적 소양을 높이면 정서적·업무적 측면에 도움이 되고,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시너지 효과는 이미 크라운해태제과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아침을 여는 사람들’ 시집엔 크라운해태제과의 대표 상품인 쿠크다스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오븐 터널’, ‘초콜릿 붓’으로 의인화한 작품이 실렸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가장 많은 시를 실은 마케팅부 김민아 과장은 시상을 떠올리다가 올해 3월과 5월에 출시된 초콜릿 ‘디샤’와 감자스낵 ‘어썸’ 제품의 이름을 짓기도 했다”고 밝혔다. 즉 문학 활동에서 발휘된 창의력을 업무로도 연결시킨 것.

 

‘드라이브 스루 견생작품전’ 현장. 6월 1일부터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장흥자연휴양림 일대에서 국내외 조각가들의 작품 13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예술 활동의 주제를 꼭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로만 한정짓지도 않는다.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창의력의 범위에 오히려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김민아 과장과 같이 ‘아침을 여는 사람들’에 가장 많은 작품 활동을 한 물류운영팀 김태형 차장은 현장 근무를 하다가 떠오른 가족의 이야기를 시로 자유롭게 풀어냈다”고 밝혔다.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한 직원들의 성취감 충족도 체감하고 있다고.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직원들이 서점에 가서 유명 시인의 시집도 찾아보고, 글도 써 보는 습작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다. 사내 교육 정도로 의미를 뒀던 직원들도 창작시집이 실제로 출간되는 걸 보면서 시에 대한 열정도 작품 수준이 부쩍 늘었다”며 “전문시인의 수준은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을 주제로 한 만큼 더 많은 고객과 따뜻한 감성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출시된 감자스낵 ‘어썸’의 이름은 크라운해태제과 마케팅부 김민아 과장이 시를 쓰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크라운해태제과

크라운해태제과는 앞으로도 아트 경영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제과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 살아남을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원가를 확 낮춰 싸구려 과자로 가거나, 스토리와 예술적 감성을 담은 명품 과자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며 “단순 과자가 아닌, 감성을 불어넣은 과자를 만들어 고객에게 행복과 감동, 꿈을 전달하는 기업으로 앞으로도 더욱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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