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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기업 ② 食] “맛 뛰어넘는 스토리·비주얼” 마케팅

농심 켈로그·CU·롯데제과·GS25, ‘재미’ 내세우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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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2호 김금영⁄ 2020.08.20 09:38:40

노잼(no+재미의 합성어)이면 외면 받는다. ‘재미’가 있어야 먹고, 입고, 참여하며 즐긴다. 소비에 있어서도 중심 가치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치열하다. 유통업계에 전개되고 있는 ‘펀(FUN)으로 통하는 의(依)·식(食)·주(住)’ 흐름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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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다” 리뷰 속 오히려 인기 몰이하는 첵스 파맛

 

첵스 파맛 먹방 리뷰 영상을 선보인 펭수. 사진 =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스타 펭수와 한예슬도 먹었다. 그런데 반응은 사뭇 달랐다. 콩나물국밥에 파 대신 손수 이것을 잔뜩 섞어서 임문식이(임문식 PD)에게 먼저 먹인 펭수. 뒤이어 직접 이것을 한 움큼 먹자 터져 나오는 헛기침을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맛있다”며 “꼭 먹어봐라”고 주변에게 적극적으로 권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것의 정체는 ‘첵스 파맛’. 펭수는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도 4행시에서 “‘파’맛 첵스는 ‘맛’있다. ‘첵’스! ‘스’레…”라고 말끝을 흐려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한예슬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첵스 파맛 리뷰에서 “상당히 맛있는데 왜 맛없다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내 입맛에 정말 잘 맞는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리뷰 영상은 조회수 63만을 넘으며 꾸준히 관심 받고 있다.

 

한예슬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첵스 파맛 먹방을 선보였다. 사진 = 한예슬 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펭수와 한예슬뿐만이 아니다. 요즘 각종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에서는 첵스 파맛 리뷰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첵스 파맛은 농심켈로그가 6월 말 한정판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보통 달콤하고 담백한 맛을 위주로 구성되는 시리얼에 파맛이라니…. 그 시도 자체도 파격적이었지만 첵스 파맛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데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심켈로그는 새 제품 첵스 초코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는 투표 이벤트를 벌였다. 후보로는 초코맛 첵스를 대표하는 캐릭터 ‘체키’와 파맛 첵스를 대표하는 ‘차카’가 나왔다. 농심켈로그는 당연히 체키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일부 유저들이 장난삼아 차카에 표를 던졌고 차카가 당선될 위기(?)에 봉착했다. 농심켈로그 측은 부랴부랴 중복 투표 등 부정한 방법이 동원된 득표수를 제외시켰고, ARS와 현장투표 결과까지 더해 체키가 가까스로 승리했다.

 

2004년 진행됐던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 선거.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그로부터 무려 16년이 흘렀지만 투표 과정에서 차카의 압승을 예상했던 네티즌들 사이 이 이벤트는 대표적인 ‘부정선거’의 한 예로 웃음을 자아내며, ‘밈(Meme, 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 문화에도 탑승했다.

이 흐름에 올해 농심켈로그가 올라탔다. 6월 가수 태진아를 모델로 앞세워 그의 히트곡 ‘미안해’를 개사한 첵스 파맛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 영상엔 어릴 적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패배한 차카를 보며 울부짖는 어린아이가 16년의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모습이 나왔고, 파향을 담은 첵스를 개발하며 대파의 매운맛에 눈물을 쏟는 연구진의 모습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늦어서 미안미안해” “안 팔려도 너를 위해 약속 지킬래”라는 자막이 웃음을 자아냈다.

 

2004년 부정선거 논란 이후 무려 16년 만에 출시된 첵스 파맛 제품 이미지. 사진 = 농심켈로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첵스 파맛은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품절 사태를 빚었고, 각종 SNS에도 관련 게시물이 1개월 사이 5000개 이상 올라오며 관심을 받았다. 농심켈로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첵스 파맛 광고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고, 이를 기념해 농심켈로그는 7월 첵스 파맛 광고의 노래방 버전을 새로 업데이트했다. 현재까지도 관심은 이어지고 있어 8월 10일 기준으로 조회수 250만을 돌파했다.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행사 제품도 재미를 살려 관심 받았다. 일반적으로 행사 제품으로는 그릇, 텀블러 등 실용적인 물품이 제공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농심켈로그는 7월 첵스 초코 오리지널 제품과 첵스 파맛을 구매하면 ‘대파 키우기 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첵스 파맛과의 연관성을 살린 행사 제품에 네티즌들은 “센스 있다” “웃음 터졌다” “귀여운 이벤트다” 등의 댓글을 농심켈로그 공식 블로그에 남겼다.

 

농심켈로그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첵스 파맛 광고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사진 = 농심켈로그 공식 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이토록 첵스 파맛에 이어진 관심엔 ‘재미’가 자리한다. 특히 온라인 놀이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위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6년 만에 출시된 첵스 파맛을 “민주주의의 승리”로 표현하는 그림, “첵스 파맛을 죽으로 만들어봤다” “국에 넣어봤다” “샐러드로 만들었다” 등 다소 엽기적인 리뷰 등 관련 콘텐츠의 생성 및 공유도 MZ세대를 위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첵스 파맛을 먹어봤다는 20대 민경희 씨는 “솔직히 맛을 기대하고 먹은 건 아니다. 첵스 파맛에 얽힌 부정선거의 역사를 온라인상에서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여기에 호기심을 느꼈고 구매로도 이어졌다”며 “부모는 ‘왜 그런 걸 돈 주고 먹냐’고 했는데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먹어보니 나름의 중독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첵스 파맛 리뷰들을 살펴보면 ‘맛없다’는 반응도 은근히 눈에 많이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이는 첵스 파맛이 지닌 스토리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MZ세대의 영향력”이라며 “MZ세대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견, 직접 경험해보는 걸 선호한다. 첵스 파맛은 재미있는 리뷰 콘텐츠를 생성하기에 적합한 흥미로운 맛과 스토리를 지녔다”고 짚었다. 농심켈로그는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한정판으로 출시한 첵스 파맛의 정식 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U, 웹툰 소비 MZ세대 겨냥

 

CU는 플래티넘맥주, 네이버웹툰의 인기작 ‘호랑이형님’과 손잡고 웹툰 컬래버 수제맥주인 ‘무케의 순한 IPA’를 8월 출시했다. 사진 = BGF리테일

CU가 MZ세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손을 잡은 대상은 웹툰이다. CU는 플래티넘맥주, 네이버웹툰의 인기작 ‘호랑이형님’과 손잡고 웹툰 컬래버 수제맥주인 ‘무케의 순한 IPA’를 8월 출시했다.

호랑이형님은 이상규 작가가 네이버 웹툰 플랫폼을 통해 2015년부터 5년째 연재하고 있는 만화로, 약 3만 명에 이르는 팬클럽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무케의 순한 IPA는 알코올 도수를 5% 이하로 낮춘 ‘세션 IPA’로, 순한 맛 IPA라는 상품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패키지에 웹툰의 인기 캐릭터 아기 호랑이 무케의 얼굴을 디자인했다.

 

CU는 5월 대한제분과 손잡고 곰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 BGF리테일

CU가 인기 웹툰과 컬래버한 수제맥주를 기획한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의 합성어) 상품이 수제맥주 카테고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실제로 CU가 지난 5월 대한제분,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완판됐다. 출시 2개월이 지난 8월 최근까지도 수제맥주 매출 1위를 유지하며 누적 판매량 60만 개를 넘어섰다.

CU는 대한제분의 백곰 마스코트인 ‘표곰’과 곰표 밀가루 특유의 복고풍 서체,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와 MZ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뉴트로 성향을 자극하며 눈길을 끌었다. CU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의 인기로 7월 CU의 수제 맥주 전체 매출은 역대급 긴 장마와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7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CU가 이색 협업으로 선보인 곰표 밀맥주와 호랑이 맥주. 사진 = BGF리테일

곰표 밀맥주에 이은 CU의 협업 상대는 웹툰이다. 특히 웹툰은 수제맥주의 주요 구매층인 MZ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스낵컬처 중 하나로, CU가 지난 한 달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웹툰과 맥주를 동시에 언급한 SNS 버즈량(buzz, 특정 주제에 대한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CU는 웹툰에서 재미를 느끼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MZ세대의 흥미를 제품까지 끌어가겠다는 전략이다. BGF리테일 측은 “퇴근 후 웹툰을 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소확행을 즐기는 고객들을 겨냥해 컬래버 맥주를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업계와 제휴해 수입맥주처럼 국산맥주에서도 고객들이 선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라인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제과·GS25, 단무지·똥 모양 젤리로 비주얼 승부

 

롯데제과, GS25의 협업 상품 ‘단무지 모양 젤리’ 이미지. 사진 = 롯데제과

앞선 사례들이 스토리, 인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MZ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면, 예상치 못한 신박한 비주얼로 재미를 주는 경우도 있다. 롯데제과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와 손잡고 7월 말 젤리 신제품을 선보였다.

보통 달콤한 젤리는 곰, 별, 하트 등 귀여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롯데제과와 GS25의 협업으로 탄생한 젤리 모양은 처음엔 눈을 의심케 한다. 이들이 내놓은 건 바로 ‘단무지 모양 젤리’. 멀리서 보면 실제 단무지와도 착각할 법하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실제 단무지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GS25 측에 따르면 단무지 모양 젤리를 실제 단무지로 오인해 함께 구매하는 사례들도 가맹점에서 다수 확인된다고.

단무지 모양 젤리는 얇게 썬 단무지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제품이다. 모양은 단무지를 닮았지만, 먹어보면 파인애플맛이 나는 나름의 반전 재미를 준다. 이 제품은 겉포장의 글자체와 디자인을 단순화해 옛날 단무지 감성을 살렸다. 롯데제과 측은 “최근 젤리 시장은 지구, 삼겹살, 계란프라이 등 다양한 모양의 재미를 콘셉트로 한 젤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젤리 주소비층인 MZ세대가 재미와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른다”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 ‘마카롱 모양 젤리’, ‘빼빼로 초코젤리’에 이어 이번에 ‘단무지 모양 젤리’를 선보이며, 이색 모양 젤리 라인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GS25가 선보이고 있는 ‘똥 모양 구미’와 ‘단무지 모양 젤리’ 이미지. 사진 = GS리테일

단무지 모양 뿐 아니라 똥 모양 젤리도 있다. GS25가 7월 말부터 선보이고 있는 콜라맛 ‘똥 모양 구미’는 1개당 중량 7g 이상의 구미 9개로 구성됐다. 상품 전면엔 두루마기 휴지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삽입해 그 위에 상품의 총 중량과 칼로리를 표기하고, 상품 후면엔 상품 취식 후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물티슈를 동봉하는 등 똥 모양 구미의 콘셉트와 연관된 소재를 포장 디자인으로 적용해 재미를 더했다.

이 괴상한 젤리들이 기존 유명 젤리의 인기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GS25가 7월 7~21일 젤리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똥 모양 구미, 단무지 모양 젤리는 편의점 베스트 젤리 상품으로 꼽히는 하리보해피콜라, 마이구미를 제치고 GS25 젤리 분류 내 100여 종 중 매출 톱 4위, 7위에 각각 오르며 상위권을 꿰찼다. GS25는 두 상품의 인기 요인을 과일 또는 캐릭터 모양이 주를 이루는 젤리 시장에 예상치 못한 콘셉트로 눈길을 끌고, 이를 궁금해 하는 소비자의 체험 심리와 호기심을 자극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GS25는 모양, 식감, 소리까지 특별한 젤리가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큰 호응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다양한 이색 젤리 상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측은 “정형화된 젤리, 캔디류 보다는 모양, 식감, 소리까지 재미를 더한 상품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편의점 인기 상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 상품을 지속 선보임으로써 고객에게 재미와 새로운 가치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쇼핑 환경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이 GS25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 GS리테일

업계 관계자는 “식품에서 중요한 것은 맛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스토리, 비주얼도 중요하다. 특히 소비를 통해 이색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여기서 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SNS 등 온라인에서 타인과 공유하기를 좋아하는 MZ세대에겐 ‘재미’가 소비를 결정하는 데 점차 중요한 가치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즉 ‘식품도 재미있어야 소비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건강에 좋다’ 등 딱딱한 정보나 맛보다 재미가 최우선이 되기도 한다. 설사 맛이 부족한 경우가 있더라도 재미 요소가 강하다면 지갑을 열 용의가 MZ세대에겐 강한 경향이 보인다”며 “병맛, 뉴트로 등 흥미와 재미를 끌 수 있는 여러 콘텐츠 요소가 있다. 이런 재미를 추구하는 콘셉트의 제품들이 앞으로 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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