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0호 옥송이⁄ 2020.12.16 12:47:37
탄소 중립이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가가 동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탄소 중립 시계가 점차 빨라지는 상황에서 EU는 오는 2023년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이는 기후문제가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에도 탄소 최소화, 친환경 경영은 당면한 중요 과제다. 3편은 최근 탄소 저감 기업으로 꼽힌 빙그레의 추진 과정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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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저탄소 실천기업으로 선정됐다.
빙그레는 정부포상 저탄소 생활실천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환경부 주최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정부포상’은 친환경 제품 생산·유통·소비·산업·기술 개발 및 저탄소 확산에 기여한 자에 대한 포상이다. 이 가운데 빙그레가 수상한 대통령 표창은 저탄소 생활실천 부문에서 최고상 격이다. 선정 이유가 뭘까.
2012년부터 용기에 탄산칼슘 사용
8년간 총 1300톤.
빙그레가 특정 상품 제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이면서 맞바꾼 이산화탄소 감축량이다. 해당 제품은 요플레. 빙그레는 지난 2012년부터 요플레 컵에 ‘탄산칼슘’을 혼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이 목적이다.
탄산칼슘 혼합 방법은 요플레 시트를 3개 층으로 나눠 첫 번째 층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폴리스티렌 류 원료 HIPS(High Impact Polystyrene) 10%, 중간층은 HIPS 85%과 탄산칼슘 15%, 마지막 층에는 HIPS 10%로 구성했다. 적절한 원료 배합으로 인해 용기 변함을 비롯해 내용물 손상 없이 탄소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제품 용기 원료에 변화를 주자, 탄소 배출량이 달라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2012년만 해도 요플레 생산 시 1000톤의 플라스틱이 소모됐다. 그러나 탄산칼슘을 혼합하면서 매년 164톤의 탄소 배출이 줄어들었고, 현재까지 총 1300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됐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자투리도 재사용 … “탄소 배출량 적은 원료 사용 늘려 탄소 배출 줄인다”
빙그레는 요플레 컵을 시작으로, 주요 제품의 용기와 포장지를 개선해 나갔다. 자투리 재료를 다시 사용하거나, 제품 무게와 부피를 줄여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식이다.
바나나맛우유는 버려지는 자투리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는 HIPS시트를 컵 모양으로 열진공 성형 후 펀칭해 제작한다. 펀칭을 하고 나면 자투리가 남는데, 이 부분을 조각내 재생재로 만든다”며 “제품을 생산할 때 새로운 HIPS 65%에 재생재 HIPS를 35% 섞어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당 제품 용기 생산에 연간 5400톤의 HIPS를 소요 중이며, 이 가운데 35%인 1890톤은 재생재로 제작한다”며 “폐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 재활용은 물론, 약 3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꽃게랑은 과자 봉지 규격을 축소하고, 닥터캡슐 병은 기존 PET보다 저중량인 PS(폴리스티렌)재질로 개선했다. PS재질은 기존 PET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연간 42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으며, 이는 약 23.5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인 수치다. 또한 동일 소재의 라벨을 사용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번 환경부 주최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정부포상 선정과정에서 요플레 컵의 탄산칼슘 적용과 닥터캡슐 병 재질 개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특히 요플레 컵에 사용된 탄산칼슘의 경우, 다른 원료들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원료다. 애초에 탄소를 덜 발생시키는 원료를 사용해 전체적인 배출량을 저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바스틱, 국민 저탄소 실천 독려
빙그레의 저탄소 실천은 제품 용기 및 포장재 개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식 개선을 위한 ‘저탄소 생활 국민실천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일명 ‘분바스틱 캠페인’이다.
분바스틱은 ‘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맛 우유 스틱’을 줄인 말으로, 분리배출 실천을 돕기 위해 제작된 도구다. 바나나맛우유 특유의 단지 모양을 빼닮은 이 도구의 주요 기능은 페트병의 뚜껑 링과 라벨을 제거하는 것이다. 분바스틱은 기능뿐만 아니라 탄생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100% 업사이클됐다.
관계자는 “올해 2월 김해시민을 대상으로 3주간 바나나맛우유 공병을 회수했고, 수거된 2160개의 공병을 비롯해 버려진 플라스틱 1톤을 100% 재활용해 분바스틱을 만들었다”며 “분바스틱 캠페인은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했다. 펀딩 참여자에게 분바스틱과 분리배출법 안내서를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분리배출을 알리고 친환경 소비 확산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캠페인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예정됐던 펀딩은 오픈 2주 만에 목표 대비 1455%를 초과 달성했고, 5월에 이미 준비 수량을 전체 소진하며 모금액 3921만 원을 기록하며 조기 종료했다. 빙그레는 캠페인 수익금 전액을 NGO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7월에는 ‘단지 세탁소’를 오픈하고,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지 세탁소’는 재활용할 수 있는 용기들이 내용물에 오염돼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데서 착안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저탄소를 위해 단번에 제품 생산의 모든 부분을 전환할 순 없지만, 빙그레는 탄소가 덜 배출되는 원료 사용을 늘림으로써 전체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캠페인을 비롯해 탄소 저감 기술 개발 및 적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