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0호 옥송이⁄ 2020.12.21 09:24:29
탄소 중립이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가가 동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탄소 중립 시계가 점차 빨라지는 상황에서 EU는 오는 2023년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이는 기후문제가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에도 탄소 최소화, 친환경 경영은 당면한 중요 과제다. 4편은 국내 최초 무(無) 라벨 생수를 출시하며, 샘물 시장의 변화를 이끈 롯데칠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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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샘물 표시기준 개정
생수병에 붙었던 상표 띠(라벨)가 앞으로는 사라진다.
라벨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늘리고, 분리배출을 번거롭게 해 탄소 발생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12월 4일부터 “용기의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상표 띠가 붙어 있지 않은 먹는 샘물과 병 몸체 대신 병마개에 상표 띠를 부착한 먹는 샘물의 판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생수 페트병은 연간 약 40억 개 이상이다. 환경부는 이번 제도개선에 따라 먹는 샘물 용기의 상표 띠를 전량 제거할 경우, 연간 최대 2460톤의 폐플라스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병 몸통 라벨 대신 병마개 라벨을 도입하면 약 0.5g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연간 1175톤의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있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개선이 플라스틱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조치가 유사 업종으로 확산돼 녹색전환의 청신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무 라벨 샘물 시장 주도
환경부의 제도 개선에 앞서, 시중에는 이미 상표 띠를 없앤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제품은 올해 1월 출시된 ‘아이시스 8.0 에코’. 롯데칠성은 국내 생수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라벨을 없앴다.
기존 생수병의 라벨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자기소개서 역할을 해왔다. 제품명부터 수원지·제조원·판매원·무기물 함량 등 일련의 샘물 정보가 기재됐다. 그렇다면 상표 띠를 없앤 아이시스 8.0 에코는 관련 정보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정답은 상품 외관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제품명은 병 몸통에 음각으로 새겼다. 수원지·무기물 함량 등의 상세정보는 병뚜껑에 씌운 비접착식 포장 필름 안에 빠짐없이 기재했다. 다만 브랜드 상징 색상인 핑크·블루 색상을 뚜껑에 덧입혀 제품을 강조했다.
이처럼 간결함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도 장점이지만 해당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성과 편리함’이다. 몸통에 부착된 상표 띠가 없어, 개봉 및 음용 후 바로 분리배출 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라벨 사용량은 줄이고 분리배출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 효율을 높였다.
사 측은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 수준은 높지만 바쁜 일상으로 분리배출 실천이 어려운 현대인에게 편리함과 분리배출 참여에 대한 만족감을 제공하고, 친환경 생수로서 아이시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해당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해당 제품 광고의 유튜브 조회 수는 600만을 넘겼고, “좋은 아이디어다. 롯데칠성이 새롭게 보인다” “앞으로 아이시스 마셔야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롯데칠성은 지난 1월 첫 출시 당시 1.5ℓ를 선보였으나, 6월에는 500㎖·2ℓ를 선보이며 제품군을 강화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무 라벨 생수는 출시 이후 지난 10월까지 약 800만 개가 판매되며 환경을 위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5ℓ 기준으로 약 0.8g의 라벨을 사용하지 않으며, 현재까지 총 5.5톤의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저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시고 분리수거함에 버리기만 해도 필(必) 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무 라벨 생수 제품군 확대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코라벨·에코탭’, 분리배출 돕는다 … 생수 업계 저탄소 대책 필요
롯데칠성의 친환경 패키징은 생수뿐만 아니라 음료 분야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에코탭(Eco-Tap)’ 라벨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일부 음료 라인에 ‘에코 라벨(Eco Label)’을 적용했다. 에코탭이 소비자들의 라벨 분리를 돕는 장치라면, 에코라벨은 별도로 분리 배출할 필요조차 없다. 특수 잉크가 사용돼 재활용 공정에서 라벨 인쇄층이 완전히 분리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에코 라벨은 음료 몸체인 페트병과 같은 재질로 제작하고 특수 잉크를 적용했다”며 “해당 라벨 적용 음료는 소비자가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제품인 동시에, 기존 라벨과 달리 소각 및 매립 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생산공장의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 및 ‘스마트에너지플랫폼협동조합’과 협약을 체결했다. 사 측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지난 2018년 ‘Lean Production TFT’를 신설했고, 생산공장의 전력 손실 개선·폐열 재사용·ESCO(Energy Service Company) 사업을 활용한 노후 설비 교체 등을 추진 중”이라며 “탄소 배출 저감 활동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이용하는 RE100에 대한 중장기 실행 전략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련 업계의 저탄소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용기의 무게를 줄이거나, 포장 감축 등을 통한 플라스틱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의 샘물 관련 고시 개정으로 인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속도를 내지 않으면 도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수는 국민 최애 음료다. 1년 동안 국민 1명이 사 마시는 생수는 약 72병(500㎖ 기준)에 달한다”며 “현재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경쟁할 정도로 국내 생수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고시 개정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져 저탄소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