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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르신'을 모시는 집사가 반긴 두 현장

반려동물이 주인공이 된 전시장과 대형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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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1호 김금영⁄ 2020.12.29 10:37:34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장을 찾은 반려견의 모습. 사진 = 박수환,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기자는 두 개르신(개+어르신의 합성어)을 모시는 개집사다. 반려동물과의 삶은 행복하지만 때로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특히 장기간 어딘가를 갈 때 그렇다. 여행 때 함께 가지 못하는 곳이 많아 그럴 때마다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지인이나 전문 업체를 찾기에 바쁘다.

꼭 장기간 떠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짧은 산책, 쇼핑할 마땅한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적당한 장소를 찾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 그리고 현대백화점이 마련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이하 스페이스원)의 펫파크 ‘흰디 하우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목을 끄는 소식이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현장. 사진 = 박수환,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구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도 이야기되고, 그에 따른 환경도 점차 갖춰지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까지 마련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이전에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전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갤러리 위주로 실내 공간에서 열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국립 미술관에서 열렸고, 실내외 공간을 모두 활용해 대규모로 꾸려졌다.

스페이스원의 ‘흰디 하우스’도 눈길을 끌었다. 스페이스원 매장은 아웃도어 몰과 인도어 몰로 구성된 A관, 그리고 반려동물 전용 펫파크와 펫숍 등이 들어선 B관으로 구성됐다. B관 1층엔 전체 공간의 70% 이상을 반려동물 케어시설로 꾸민 코코스퀘어가 마련됐고, 건물 옥상엔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400평 규모의 공원인 흰디 하우스가 자리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과 흰디 하우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두 자리 모두의 주인공이 반려동물이었기 때문. 먼저 전시의 경우 전시명에도 ‘개를 위한 미술관’이라고 정체성을 내세웠듯 예술가를 비롯해 수의사, 조경가, 건축가, 법학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단지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을 전시 감상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전시 환경을 구현했다.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제껏 미술관에 온 적 없는 반려동물 개를 새로운 관람객으로 맞이함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펫파크 ‘흰디 하우스’에 포토존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흰디 하우스의 ‘흰디’는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강아지 캐릭터다. 흰디 하우스는 대형 쇼핑몰의 부속 공간으로 끼어든 게 아니라, 전적으로 공간의 주인공을 처음부터 반려동물로 맞췄다. 이전에도 여타 대형 쇼핑몰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스페이스원 또한 A관에 반려동물을 캐리어 또는 트롤리(유모차)에 반려동물을 태우면 실내 공간(식당가 제외) 및 아웃도어몰, 테라스에 함께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사람의 동선과 쇼핑 환경이 최우선이었다. 이 가운데 스페이스원은 B관 1층부터 건물 옥상까지 반려동물의 동선과 습성을 고려한 콘텐츠로 채우며, 눈치 보지 않고 반려동물과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목적을 뒀다.

여러 반려동물이 찾았을 경우의 안전을 고려해 체고(키) 측정에 따라 소형견, 중형견의 놀이터를 따로 구성하고, 반려동물 전용 음수대 및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을 갖춘 점 등에서도 이런 점이 엿보였다. 관련해 현대백화점 측은 “반려동물 가족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공간을 꾸렸다”며 공간 구성의 주안점을 밝히기도 했다.

 

반려견을 위한 놀이터와 세족장 등이 갖춰진 흰디 하우스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아직 한계가 보이긴 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시대이지만, 반려동물 중에서도 개를 위주로 한 콘텐츠에 쏠림 현상이 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과 흰디 하우스 또한 공간의 주인공이 개에 한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반려동물을 위하는 그저 ‘명목’상의 자리가 아닌, 실질적인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런 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던 ‘색맹의 섬’전에서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했는데,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에서 은연 중 인간이 일방적으로 우위의 입장을 점한 상태에서 ‘환경 보호’를 외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반려동물과의 삶도 그렇다. 인간만을 위주로 한 삶에 반려동물을 끼워 넣는 식으로 소외시키지 않고 진정으로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고민의 장이 보다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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