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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인 가구②> ‘거거익선’ 지형 흔들린 프리미엄 가전 시장

삼성전자 ‘비스포크 키친’ 소형화로 재미, LG전자 ‘27인치 TV’ 완판... 소형화 추세, '편리미엄' 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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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9호 윤지원⁄ 2022.03.01 10:37:02

1인 가구에게 대형 TV는 무용지물. 하지만 좁은 집안에서 이곳 저곳 옮겨놓을 수 있으면서, 혼자만의 집콕 생활에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런 제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LG전자 '스탠바이미' 홍보 이미지. (사진 = LG전자)

1인 가구 증가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커다란 변화이고, 모든 변화가 그렇듯 명과 암의 양면성을 띈다. 1인 가구 증가는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한편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는 구성원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화 앞에서 우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초고화질 대형 TV, 냉장고, 빌트인 식기세척기 등 갈수록 고급화, 대형화 추이를 보이던 고사양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불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리딩 업체가 1인 가구 맞춤형 소형가전으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어 세계적인 트렌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전 업계에서는 전체 가전 중 소형으로 나오는 제품의 비중이 약 20% 미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가전이 모두 1인 가구 겨냥 제품이라고 특정하지 않더라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30%가 넘는 것에 비하면 뚜렷하게 적은 비중이다.

1인 가구는 거주 공간이 비교적 좁고, 경제활동 때문에 집안 살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다는 점이 1인 가구의 생활 가전 수요가 적은 이유로 분석된다. 특히 대형화 추이가 뚜렷한 프리미엄 냉장고나 TV 시장에서 1인 가구는 아예 소외되어 있다시피 하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카운터탑은 주방가구 위에 올려두고 쓰는 소형 식기세척기로 1인 가구가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대표적인 '편리미엄' 주방 가전 제품이다.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편리미엄’ 소형 주방가전 인기

하지만 살림을 대신하거나 보조해 줄 생활 가전에 대한 1인 가구의 니즈는 크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 ‘편리미엄 가전’으로 통하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에어프라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편리미엄 가전의 소형화 추세는 뚜렷하며, 양질의 제품들이 나와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앞서서 주도하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라인업에 소형 냉장고인 ‘큐브 냉장고’, 소형 식기세척기인 ‘카운터탑’, 복합 조리기 ‘큐커’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1인 가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는 총 용량이 25리터에 불과해 어지간한 소형 냉장고보다도 자리를 적게 차지한다. 일상적인 식생활용으로는 부족하지만 와인이나 화장품, 맥주 등 소량의 제품을 적정한 온도에 따로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는 더할 나위 없고, 심플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적은 소음 덕분에 침실에 비치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비스포크 카운터탑은 ‘주방 가구 위에 올려두고 쓰는’ 소형 식기세척기다. 기존 식기세척기는 주방의 상하수도 설비와 연결, 설치해야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고, 주로 드럼 세탁기에 맞먹는 크기의 4인 가족용 제품이 주로 나와 1인 가구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카운터탑 식기세척기는 크기가 555×450×500mm로 작고 설치도 번거롭지 않을 뿐 아니라 고온살균, 건조, 세척 후 자동 문열림 같은 편의 기능도 대형 프리미엄 제품 못지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 소형 냉장고. 모양도 예쁘지만 25리터의 용량에 섬세한 온도 조절이 가능해 화장품 전용, 와인 전용 보관에 용이해 1인 가구의 작은 냉장고를 충분히 보완해줄 수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는 미니멀한 디자인에도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모두 갖춘 ‘4-in-1’ 기기로, 별도의 기기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며 주방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호평받고 있다. 또한, 1인 가구의 간편한 식생활 문화를 겨냥, CJ제일제당·오뚜기·앙트레‧호텔신라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가정간편식(HMR)·밀키트·즉석밥 제품 구매 할인 서비스를 결합시킨 구독 프로그램을 내세웠는데, 이를 통해 출시 후 6개월 동안 3만 7천여 대를 판매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비스포크 라인업의 또 다른 강점은 디자인과 호환성에 있다. 집안의 여러 가전제품을 통일감 있게 구성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부여할 수 있어서 작은 집이라도 더 쾌적한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1인 가구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장점이다.

‘거거익선’ 아닌 ‘나 맞춤형’ LG TV의 약진

기술의 발전 방향에 맞춰 한결같은 ‘거거익선’(巨巨益善, 크면 클수록 좋다)의 경향을 보여 온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최근 소형화 바람이 새롭게 일고 있다.

몇 년째 이어지는 글로벌 TV 시장의 대형화 추이는 국내 양대 TV 제조사가 주도한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전 세계 8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의 44.9%를 점유하고 있고, 전 세계 초대형 OLED TV의 65%는 LG전자 제품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려 98인치짜리 Neo QLED TV를 내놓았고, LG전자는 올해 97인치 OLED TV를 내놓는다.

 

LG전자의 'LG 룸앤TV'는 본래 증가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해서 출시된 27인치 제품이지만 캠핑 인구의 증가에 따라 판매량이 늘어나는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사진 = LG전자)

 

그런데 그 4분의 1 크기에 불과한 ‘27인치 TV’의 인기가 최근 높이 치솟았다. 심지어 국내외 중소기업 브랜드의 저렴한 보급형 모델이 아니라 LG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 모델들이다. 주인공은 ‘LG 룸앤TV’와 ‘LG 스탠바이미’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늘어나는 1인 가구를 겨냥해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TV·모니터 겸용 디스플레이 기기 ‘LG 룸앤TV’를 출시했다. 데스크탑 모니터 정도인 27인치 크기에 초고화질도 아닌 풀HD(1920×1080) 화질의 스마트TV를 신제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1인 가구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층을 겨냥하여 북유럽풍으로 공들인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출시 초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집에서 한가롭게 TV를 즐길 1인 가구 수요는 원래 많지 않고, 스마트폰 동영상 서비스 환경과 디스플레이 기술이 뛰어난 시대에 굳이 ‘혼자 사는 좁은 집’에 TV를 놓을 필요성이 없었던 까닭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룸앤TV는 결국 큰 성공을 거두었다. 1인 가구보다 캠핑 열풍 덕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며 캠핑 인구가 급증한 가운데, 캠퍼들 사이에서 룸앤TV가 ▲가볍게 휴대 가능하고 ▲와이파이만 있으면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빔프로젝터+스크린보다 설치가 편하다는 점에서 감성캠핑의 필수 아이템으로 소문난 것이다. 출시 초반 1000~1500대 정도였던 월간 판매량은 2020년 겨울엔 4000대를 넘어서는 ‘역주행’을 했고 지난해 연말 무렵 6000~7000대까지 급증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 원하는 자세에 가장 적합하게 화면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무빙 스탠드가 'LG 스탠바이미'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사진 = LG전자)

 

룸앤TV의 성공에 고무된 LG전자는 지난해 8월, 또 하나의 27인치 프리미엄 영상기기 신제품을 선보였다. 무빙스탠드 디자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를 출시한 것이다. 바퀴 달린 스탠드로 집 안 원하는 곳을 옮겨 다니고, 전원 연결 없이도 최장 3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다.

특히 스탠드가 ▲화면 좌우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블(Swivel) ▲위아래로 기울일 수 있는 틸트(Tilt) ▲시계 및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로테이팅(Rotating)을 지원하고, 높이도 조절 가능해서 사용자가 눕거나, 앉거나, 서는 등 다양한 자세에 맞춰 화면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신체적 장애가 있는 초중고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편의성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어 호평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은 3대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지기도 했다.

필요에 따라 쉽게 옮길 수 있는 특징은 집이 넓지 않은 1인 가구의 공간 활용도를 높여주는 장점으로 부각됐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시간이 길어지자, 집에서 혼자 편리하게 즐길 스마트 영상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시장 환경에도 부합했다.

스탠바이미는 출시 직후부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한정 판매 행사가 열릴 때마다 품절은 순식간이고, 중고시장에서 웃돈 거래가 흔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탠바이미 구매 인증샷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탠바이미는 본래 온라인 채널로만 판매됐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인기에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경북 구미 공장 생산라인을 정비해 스탠바이미의 월간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리고, 지난 1월부터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 식기세척기, 대형 TV 등 프리미엄 가전의 대형화는 오랫동안 뚜렷한 추세”라면서도 “하지만 삼성‧LG의 뛰어난 기술력과 기획력이 소형가전 시장의 프리미엄화(化)를 이끌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굳이 큰 제품 아니라도 얼마든지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뒤처질 것 없는 양질의 제품을 찾게 됐고, 중소기업과 중국 브랜드의 중저가 제품이 주류였던 소형가전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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