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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국립박물관 1000만 관객 시대…윤성용 관장 “문화 격차 해소·고구려 콘텐츠 강화”

중국 동북공정 주장 속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등 공개 눈길…‘이건희 컬렉션’ 해외에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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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5호 김금영⁄ 2024.02.01 09:47:34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사진=김금영 기자

“올해는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박물관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콘텐츠를 강화하겠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내세운 올해 주요 목표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3개 소속 박물관의 전체 관람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 관심을 이어갈 중심 키워드로 ▲문화 격차 해소 ▲고구려 역사·문화 콘텐츠 강화를 선정했다.

장애인 위한 체험형 전시 확대 및 소외지역에 순회전

국보 반가사유상을 촉각·후각·청각 등 다감각을 활용해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지난해 국립박물관 관람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데엔 MZ세대의 호응을 얻은 전시들의 힘도 있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전(17만 명), 영국 내셔널 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36만 명)이 주목받았다. 이중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전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역대 기획전시 중 네 번째로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성용 관장은 지난해 신년 간담회에서 “박물관에 연간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20~30대 MZ세대의 방문율이 취약하다”며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시 콘텐츠를 적극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목표를 지난해 이룬 데 이어 올해는 소외계층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문화 격차를 해소해 더 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전시공간 확대 및 오감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윤성용 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화 취약 계층을 위한 일을 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국보 반가사유상을 시각뿐 아니라 촉각·후각·청각 등 다감각을 활용해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지난해 9월부터 교육관에서 예약제로 상설 운영해왔다”며 “올해는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공간을 조성해 9월부터 운영 예정이다. 이곳에서 범종을 소재로 한 청각, 시각, 촉각적 체험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들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또 같은 달 박물관 으뜸홀(로비공간)을 ‘박물관 이용객 지원공간’으로 구성해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제고한다. 이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보조장비를 설치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모두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한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고 장애 유형별 응대 및 안내 매뉴얼이 구비된 안내데스크도 조성하고, 수어 음성해설을 비롯해 점자유도블록 등 바닥 재질 또한 장애인 관람객이 편하게 전시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순회전도 진행한다. 윤성용 관장은 “지방의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전시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여전히 주요 전시가 수도권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 이에 소도시에 사는 학생들의 경우 주요 문화재를 볼 수 없는 차별이 발생한다”며 “소속 지방국립박물관 13곳과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고, 올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상감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중요문화재로 구성된 소규모 전시 6종을 개발, 전시 1종당 인구소멸 위험지역 공립박물관 2곳씩 총 12회 순회전을 연다”고 말했다.

상반기엔 강진, 상주, 보령, 당진, 합천, 남원 그리고 하반기엔 고령, 증평, 함안, 장수, 양구, 해남에서 순회전이 열린다. 단순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국·공립문화예술단체 및 공연단체와 협업해 공연 등 문화행사도 연다.

상설전시관 개편으로 고구려 전시공간 확대 및 콘텐츠 강화

디지털로 되살아난 광개토대왕릉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콘텐츠 부문에서는 고구려와 관련된 전시, 조사가 특히 강화된다. 중국이 한국의 고구려·발해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상황 속 국립중앙박물관이 고구려 콘텐츠 강화를 내세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지난해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구려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로비에 광개토대왕릉비를 재현한 8m 높이의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타워를 조성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들 장수왕이 세운 비석이자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석으로, 총 4개 면에 1775자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고구려 멸망 후 오랫동안 방치됐다가 1877년 그 존재가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윤성용 관장은 “우리 고대사를 이야기할 때 고구려 광개토대왕릉비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광개토대왕릉비는 중국 지린성 지안에 위치해 국내 관람객이 직접 보기 어려웠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을 구매한 것을 계기로 상설전시관에 디지털 복원을 추진했다”며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 꼭 구현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을 상설전시로 선보이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다. 원석탁본은 비문에 석회가 칠해지기 이전에 뜬 탁본으로,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이 소장했던 자료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했다.

광개토대왕릉비 원석 탁본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상설전시관엔 디지털로 복원된 원석탁본 족자를 전시하고, LED미디어 타워를 설치해 디지털로 재현한 광개토대왕릉비 영상도 상영한다. 고구려실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원석탁본 비문 전체도 확인 가능하다.

11월엔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사·연구 성과를 반영한 특별전 ‘고려시대 상형청자’전을 열 계획이다. 고려청자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청자 참외모양 병’, ‘청자 새인물 모양 주자’ 등 상형청자 150여 점(국보·보물 15점)을 전시해 문화사적 의미를 조명할 예정이다.

선사고대관도 전면 개편한다. 상설전시관 1층 구석기실에서 고구려실까지 전면 개편하는데, 특히 고구려 전시공간을 확대하고, 전시품의 발굴·연구 성과를 반영해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벽화편, 최신 발굴자료 등 전시품을 강화한다.

국내외로 뻗어가는 ‘이건희 컬렉션’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 중 석조물을 활용한 야외 정원 조성이 지속된다. 사진은 청주박물관 야외석조공원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의 흥행전시 중 하나였던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지난해 광주, 대구, 청주 전시에 이어 올해는 제주(제주박물관 6월 4일~8월 18일), 춘천(춘천박물관 9월 10일~11월 10일)에서도 열릴 계획이다. 지난해 광주박물관, 대구박물관, 청주박물관에서 열린 해당 순회전은 약 74만 여 명이 관람하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윤성용 관장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가지정문화재 중 출토 정보가 확실한 것은 관할지역 소속 박물관으로 임시 이관해 상설전시에 활용한다”며 “또한 기증품 중 석조물이 많은데 이 석조물을 활용한 야외 정원 조성도 대구박물관, 공주박물관 등에서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 현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순회전도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원하는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중장기 거점관인 3개 기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을 준비 중이다.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2025년 11월~2026년 1월)을 시작으로, 시카고박물관(2026년 3월~7월), 영국박물관(2026년 9월~2027년 1월)에 순회할 예정이다.

윤성용 관장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과 관련해서는 해외의 여러 박물관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예정된 전시 일정이 있고, 여러 환경 여건 등으로 인해 전시 개최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중 연계 전시 등 국내·외 문화 소개 특별전

6월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으로 '북미 인디언의 역사문화'전을 연다. 사진은 추장 머리장식 이미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올해 다양한 국내·외 문화소개 특별전도 마련됐다. 6월엔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으로 ‘북미 인디언의 역사문화’전을 연다. 북미 인디언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전시로, 미국 덴버 박물관 소장 회화, 복식, 조각, 도자 등 약 130점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부산박물관으로 11월부터 자리를 옮겨 전시를 이어간다.

하반기엔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슬관과 공동으로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전(11월)을 연다. 19세기 말 비엔나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빈 분리파 운동의 영향력과 의의를 조명하는 전시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등 빈 분리파 운동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 120점을 소개한다.

한·일·중 국립박물관 관장 회의 연계 특별전 '동아시의 칠기'에 소개되는 한국의 나전 상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일·중 국립박물관 관장 회의 연계 특별전 ‘동아시의 칠기’는 7월 열린다. 한국의 ‘나전 경함’(보물), 일본의 ‘마키에 대야’, 중국의 ‘꽃모양 찬합’ 등 45점이 소개된다.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된 천연 도료인 옻을 소재로 한국, 일본, 중국이 각기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대 칠공예 문화를 소개한다.

국립박물관 역할 변화에 맞춰 교육정책 개편도 추진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 문화자산의 관리 전문인력인 학예직에 대한 보수 교육 체계를 갖춘다. 이에 따라 박물관 학예인력의 경력 단계별, 전공 분야별, 박물관 특성에 맞는 실무 중심의 필수역량 교육(재교육)을 이수하도록 설계한다. 일반인 대상 교육은 전시연계·실물중심·국가교육과정과 연계한 핵심 프로그램 위주로 개편해 박물관 학습 콘텐츠 질을 제고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관. 사진=김금영 기자

한편 중앙박물관은 올해 ‘삶과 함께하는 박물관’, ‘미래를 선도하는 박물관’, ‘세계로 나아가는 박물관’이라는 중장기 전략목표를 세웠다.

 

윤성용 관장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400만 명)과 13개 소속 박물관 총 관람객 1000만 시대를 열었다. 그만큼 박물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올해 사업을 잘 준비해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하고 쉬고 갈 수 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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