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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올해 서울시립미술관 청사진…최은주 관장 “본관과 분관의 유기적 연결 지향”

기관·전시의제 ‘연결’과 ‘건축’·미술관 국제 네트워크 확장 등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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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금영⁄ 2024.02.16 13:30:56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외부 전경. 사진=김용관,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지난해 209만여 명의 관람객이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지난해 4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개관했고, 전시뿐 아니라 문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으며, 에드워드 호퍼 전시의 흥행(2023년 4월 20일~8월 20일, 관람객 33만 1126명) 및 동시대적 담론을 형성한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23년 9월 21일~11월 29일) 진행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다방면의 활동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국내외 인지도를 확장한 성과다. 올해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올해 미술관을 이끌어갈 주요 목표 3가지를 공개했다. ▲기관 의제 ‘연결’에 집중한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 ▲‘건축’ 의제를 반영한 전시 ▲미술관의 국제 네트워크 확장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전관 4곳 연결하는 ‘세마 옴니버스’

올해 계획을 밝히고 있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사진=김금영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기관의제 ‘연결’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형성된 초연결 사회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반성적 인식으로 대두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를 고찰하는 등 동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다층적으로 살펴보고자 설정됐다.

이 연결은 미술관들도 연결한다. 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분관인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미술아카이브를 포함한 4곳의 유기적 구조를 활용하는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이 열린다.

최은주 관장은 “연결은 여러 주체가 다양하게 연결되고 모이는 플랫폼으로서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를 재고하게 하는 주제어이기도 하다”며 “글로벌 미술관이자 여러 분관이 네트워크화된 미술관으로 내용과 규모 면에서 확장해 나가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어떻게 다양한 인적·물리적·개념적·가상적 요소를 활용하고 결합해 공통 비전 아래에서도 분관별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전(가제) 참여작가인 윤지영의 '모난 절충' 작품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에서 소장품을 내세운 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뜻도 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소장품을 현재로 소환한다. 전시명은 ‘SeMA(세마) 옴니버스’로, 기관의제 ‘연결’을 장르적·매체적·시간적·세대적·사회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찰한다.

구체적으로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전(가제, 8월 22일~11월 17일)은 배영환·심래정·홍영인 등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통해 매체와 매체 사이의 연결과 결합을 키워드로 읽는 시도를 한다.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전(가제) 참여 작가인 피에르 위그의 '백만왕국' 작품 이미지. 반아베미술관 소장품.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전(가제, 4월 23일~8월 3일)은 네덜란드 반아베미술관의 소장품 기획전이다. 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리암 갈릭 등 작가 10여 명의 작품을 통해 2000년대 초반 예술의 경향을 들여다보고, 20년이 지나 이미지와 생성현 AI(인공지능) 기술 등 새로운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도래한 현재의 상황을 연결해 살펴본다. 이어 열리는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전(가제, 8월 22일~11월 3일)은 김옥선·이원호·윤지영·최태윤 등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통해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북서울미술관의 방향성까지 아우른다.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는 강홍구 개인전 ‘도시-서울-나누기’(가제, 5월 2일~8월 4일)는 작가의 불광동 작업 컬렉션과 새로 수집한 은평 뉴타운 작업 컬렉션을 아카이브 차원에서 조방하고, 동시에 도시와 서울, 사진, 기록의 관계를 탐구한다. ‘아카이브 환상’전(가제, 8월 29일~2025년 2월 2일)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의 맥락에서 출발해 작가와 작품이 속한 세계관을 아카이브로 확장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탐색해 보는 자리로, 이교준, 전국광, 손광주, 임선이 등 작가 7명의 작품을 아우른다.

단순 거주 아닌 유기체로서의 ‘건축’ 조망하는 전시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자예드 국립 박물관' 이미지. 사진=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올해를 아우르는 전시의제는 ‘건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서소문본관 리모델링 사업과 신규 분관의 연이은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 생태적 관점에서 요구되는 지속가능한 미술관 탐구와 함께 유기체로서의 건축을 다양한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해당 의제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최은주 관장은 “전시의제 건축은 단순 ‘거주를 목적으로 한 물리적 공간의 구축’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 간의 관계성, 이주의 문제, 공동체와 지역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포괄한다”며 “특히 미술관의 건축은 예술작품과 전시 및 교육을 통한 다양한 예술 실천에 대한 대중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해당 의제를 반영해 한층 다각적 방식으로 기획한 전시를 선보이고, 지속가능한 건축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 세미나 등도 기획한다”고 말했다.

먼저 서소문본관에서는 영국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의 ‘노먼 포스터’전(가제, 4월 25일~7월 21일)이 열린다. 노먼 포스터는 199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건축가로, 독일 국회의사당, 미국 뉴욕 허스트 타워,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신사옥, 홍콩 HSBC 건물 등을 설계했고, 최근 건립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국립박물관도 그의 손을 거쳤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포스트 앤 파트너스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이번 전시는 그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시설과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하이테크 건축’으로 대표되는 노먼 포스터의 주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담은 철학과 미래 건축과 관련한 사유를 전한다.

김성환, '표해록(A Record of Drifting Across the Sea)' 프로덕션 스틸, 가변 크기. 2021. 이미지 제공=김성환

올 연말 열릴 예정인 ‘김성환 개인전’(가제, 12월 19일~2025년 3월 30일)은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작가가 2017년부터 이어온 다중 연구 프로젝트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를 중심으로, 경성, 서울, 하와이 등에 내재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건축과 디자인 등 공간적 요소로 담아낸다.

남서울미술관은 ‘만나서 반갑습니다’전(가제, 4월 10일~7월 7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지우, 고등어 등 작가 6여 명이 참여해 건축의 본질을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맺기’에서 찾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밖에 기타 주요 전시로 여성 한국화와 자료를 통해 동시대 미술 전개에 있어서 이들의 노력과 가치를 재평가하는 ‘여성 한국화’전(8월 1일~10월 17일)을 서소문본관에서, 비누를 조각의 재료로 사용해 현대미술 접근성을 높여주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신미경 작가를 초청해 ‘천사’를 주제로 한 어린이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6월 4일~2025년 5월 5일)을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해외 순회전 등 미술관 국제 네트워크 확장

유비호, '예언가의 말'. 영상설치, 13분 30초. 2018. 이미지 제공=유비호

올해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를 해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다년에 걸쳐 구축한 미술관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과 지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를 아시아와 호주 지역에서 만날 수 있다.

최은주 관장은 “미술관의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해 새로운 협력 기관을 발굴하고, 소장품, 레지던시, 미술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국제 교류 사업을 활발히 추진한다”며 “현재 호주, 싱가포르 뮤지엄과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권역 기관과 교류했다면, 향후엔 중동 등으로 범위를 보다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해외 순회전도 연다. 6~11월 도쿄, 홍콩,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인 ‘디 업사이드 다운(The Upside Down)’전(가제)은 서울시립미술관, 해외문화홍보원, 도쿄, 홍콩, 오사카 한국문화원이 협력하는 자리다.

이 전시엔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신진 작가인 기슬기, 김우진, 송세진, 유비호가 참여해 국가와 민족, 개인과 사회, 죽음과 삶 같은 다양한 경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상상하는 세계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인지하고 감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본관 상위 개념 아닌 분관과의 유기적 연결 지향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조감도.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분관 특성화 운영 계획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 하반기 서울 동북권역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내년 서울 서남권역에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을 잇달아 개관할 예정이다.

 

최은주 관장은 “서울시는 시민 문화 향유권 확대와 지역 간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다양한 신규 미술관, 박물관을 조성 중”이라며 “내년까지 2개 분관을 추가 조성하게 됨에 따라 서소문본관을 모선으로 서울 전역 9곳에 위치하는 분관과 시설을 지역별 거점 아래 결합하고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마들로에 건립 중인 사진미술관은 11월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 사진사와 사진 문화를 이끄는 동시대 사진영상 특화 미술관으로 동북관 거점화 분관인 북서울미술관과 함꼐 동북권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조감도.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금천구 시흥대로에 건립 중인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 유일의 공립미술관이다. 과거 도심 공업 지대의 기억과 정보기술(IT), 패션 등 미래 산업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에 맞춰 뉴미디어, 융·복합 예술을 포괄하는 프로그램, 청소년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특화,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산하 백남준기념관은 작가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상설전과 더불어 올해 시민과 예술가 모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신진작가의 활동 지원, 시민참여 문화 포럼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중심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특히 이 분관들을 운영함에 있어 서소문본관을 상위 개념에 두지 않고, 기능, 주제, 장르 등에 따라 각 분관과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최은주 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따라 반응, 진화하면서 사용자(관람객), 매개자(미술관), 생산자(작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다중심 네트워크 미술관’을 지향한다”고 방향을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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