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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타로카드 ‘은둔자’서 고독의 새 가능성 보는 이소연 개인전

가나아트 한남서 다음달 18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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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1.21 11:17:36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리는 작가 이소연의 개인전 ‘9’ 현장. 사진=가나아트

가나아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소연의 개인전 ‘9’를 연다고 밝혔다.

작가는 회화, 조각, 디지털 페인팅, 3D,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겪은 경험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였다. 이소연은 지난해 하시모토 컨템포러리(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10여 년간 런던, 홍콩, 뉴욕, 암스테르담, 마닐라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이 밖에도 랑콤, 알도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그의 예술 세계가 소개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타로카드의 ‘9번, 은둔자(The Hermit)’ 카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27점의 신작을 공개한다.

이소연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뒤, 2008년 미국으로 이주해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의 기반 위에 탄생한 그의 작품에는 파스텔 톤의 몽환적인 색조와 큰 눈을 가진 비현실적인 생명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자연현상, 동물, 과일, 사물의 형상 등을 비정형적으로 병치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리는 작가 이소연의 개인전 ‘9’ 현장. 사진=가나아트

이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이소연의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한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작가는 그 과정에서 느낀 이질감, 공포, 그리고 외로움 같은 감정을 작품에 투영하며 ‘인간은 모두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타국에서의 삶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도전과 어려움을 모두 가치 있는 모험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기 수용의 태도는 이소연의 작업 세계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현대인의 고립과 소외, 관계와 상실 같은 보편적인 경험들이 그의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는 타국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삶의 복합적 서사를 탐구하는 작가의 예술적 세계관으로 확장됐다.

이소연의 작품은 인간의 형상을 한 캐릭터 ‘망고’와 작가의 반려견을 모티브로 한 ‘초코’를 중심으로 낯선 우주 공간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펼쳐내며, 이들의 서사는 작가의 내면세계와 삶의 서사로 확장된다. 특히, 아야 타카노와 요시토모 나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데, 이들의 작업은 동글동글하고 순수해 보이는 캐릭터들이 내면에 은밀한 위험성과 날카로움을 간직한 독특한 분위기를 공유한다.

이소연의 대표적 캐릭터인 망고와 초코 역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로운 가능성과 스스로를 믿고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조용한 시선만으로도 강렬한 의지와 저항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이 캐릭터들은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관객들에게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망고와 초코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작가의 경험을 투영하는 상징물이자, 독립적인 내러티브를 구축해가는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한다.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리는 작가 이소연의 개인전 ‘9’ 현장. 사진=가나아트

이소연은 망고와 초코의 서사를 성장 요소가 가미된 ‘우주 활극(Space Opera)’에 비유하며, 매 전시마다 그 주제를 확장해왔다. 이와 같은 특징은 이소연의 이전 작업에서도 뚜렷이 드러나는데, 2023년 홍콩에서 열린 ‘인 림보(In Limbo)’는 반려견 초코의 죽음에서 출발해 상실과 슬픔을 탐구했으며, 이어 서울 전시 ‘솔러스(Solace)’에서는 잠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그려냈다.

그 후 지난해 런던에서 발표된 ‘론리 하트(Lonely Heart)’는 현대인의 고독과 연결에 대한 갈망을 조명하며, 작품 배경에 캐릭터 이모지를 배치해 온라인 시대의 감정 표현과 인간성을 탐구했다. 이처럼 최근 전시들에서 나타난 주제적 변화는 작가가 자전적 서사를 넘어 현대 사회의 보편적 서사와 감정으로 시야를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의 관계, 감정, 성장과 상실을 고찰해 온 이소연은 이번 전시에서 타로카드 ‘은둔자’에서 영감을 받아 고립과 자아 성찰의 관계를 탐구한다. 타로카드의 9번째 카드인 은둔자는 한 손에 등불을 든 순례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이는 내면의 빛을 비추며 떠나는 깨달음을 향한 여정을 상징한다. 그의 신작에는 멸망한 행성에 홀로 남은 공룡, 낯선 행성의 외로운 별, 숲을 떠난 버섯처럼 고립된 존재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고립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서사를 완성해 가는 탐험가로 그려진다.

다만, 작가는 각 캐릭터의 이후 행보를 명확히 서술하기보다는,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 이후 펼쳐질 가능성을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공룡은 멸망한 세계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가능성을, 별은 낯선 행성에서 외로움을 통해 자신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음을, 숲 밖의 버섯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잠재성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가 그려낸 작품 속 캐릭터들의 커다란 눈에는 두려움, 공포, 외로움 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대한 호기심, 앞으로 나아갈 길을 내다보는 초연함이 서려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립된 존재들의 여정을 통해 고독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음을 암시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나아트 측은 “‘예술은 일상을 감각적으로 확장하고, 개인의 삶과 세상, 영적 연결을 깊이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소연은 관객이 작품의 서사에 참여하고, 각자의 경험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자 한다”며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환상적이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이소연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겪는 감정의 진폭과 그 속에 내재된 희망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다음달 18일까지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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