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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글을 예술로 빚어낸 삶의 여정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개최...한글 서예로 대통령상 받은 최초의 작가

총 120여 점의 대규모 회고전, 평보 생애 전 기간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평보의 예술과 철학을 주제로 한 6개의 섹션으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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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7.03 09:24:48

포스터 평보 서희환. 사진=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을 7월 11일(금)부터 10월 12일(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서거 30년을 맞이하여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한글 서예의 대가 평보 서희환의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총 120여 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서희환, 월인천강지곡, 1980, 188x550cm, 종이에 먹,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사진 제공=예술의전당
서희환, 찬란한 예술의 시대를 - 구상 시, 1988, 180x780cm, 종이에 먹,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예술의전당

평보 서희환(平步 徐喜煥, 1934-1995)은 20세기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한글 서예가다. 특히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서 서예 부문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그간 한문 서예가 주류이던 서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인물이다. 서희환은 1995년 6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한글만을 파고들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해 국내 서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평생 작업을 따라가며 작가가 확장해 온 예술적 사유를 살펴보고, 특히 그의 특별한 여정을 좇아온 수집가 고창진 씨의 이야기를 함께 제공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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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국전에서 국문전서라는 독특한 서체로 쓴 한글 작품 <애국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스승인 소전 손재형(素荃 孫在馨, 1902-1981)의 글씨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점차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매진한다.

특히 한글 서예의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 조선 전기의 한글 판본에서 한글의 원형을 연구하며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조선 후기의 궁체와 민체에서도 자연스러운 붓의 흐름을 익히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서체를 완성해 나갔다.

서희환, 서화동원, 1990, 36.5x67.5cm, 종이에 먹, 개인소장. 사진=예술의전당
서희환, 소나기 한 줄기, 1989, 55x35cm, 종이에 먹, 개인소장. 사진 제공=예술의전당

서희환의 글씨는 현재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민족 정체성 등을 강조하던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전국의 현판과 비문 등을 한글로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서희환은 여러 기관과 단체의 요청으로 글씨를 남겼다. 특히 국립묘지, 임진각 등에 남긴 순국 인물에 대한 비문이나 3.1운동 기념비문(익산, 횡성), 충무공 동상문(목포), 항일투사 기념비문(서울), 주시경·방정환 비문(독립기념관) 등과 같이 애국이 강조되는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의 추모 비문,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 현판 글씨 원본(이상 개인소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현판(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장)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1980년 서희환이 약 1만 자(字)를 쓴 대작인 <월인천강지곡>(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종대왕이 직접 지었으며 최초로 한글 활자로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의 내용을 1980년 좌우 5.5m에 달하는 병풍에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희환이 남긴 작품 중에서도 특히 걸작으로 손꼽히는데, 활자로 표현된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평보 한글 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이 곧 삶 – 여섯 단계로 읽는 예술가 서희환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되며, 주제별로 평보 서희환의 예술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그의 예술적 사유와 실천을 단계적으로 조명한다. ▲봄이 오는 소리, ▲뿌리 깊은 나무는, ▲서화동원書畫同源, ▲꽃씨 뿌리는 마음, ▲푸른 동해 하얀 민족,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시킨다로 나뉜다. 특히 각 제목은 작가의 아호, 즐겨 쓴 한글 서예 작품의 문구, 직접 남긴 글 등에서 따온 표현으로 그의 언어와 정신을 한눈에 보여준다.

서희환(글), 김기창(그림), 삼랑성 - 이은상 시, 1970, 48.4x36.6cm, 종이에 먹, 수묵담채, 개인소장. 사진 제공=예술의전당

1봄이 오는 소리에서는 1950년대~196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평보 서희환의 초창기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2뿌리 깊은 나무는에서는 한글 창제기 문헌에 몰두한 창작 결과를 통해 평보 한글 서예의 근원을 확인한다. 3서화동원書畫同源에서는 평보의 문인화 및 서예 작품을 통하여 동양 예술의 오랜 화두인 서화동원에 대한 평보의 답을 살펴본다.

4꽃씨 뿌리는 마음에서는 평보체라 불리는 서희환 특유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기품 있는 한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5푸른 동해 하얀 민족에서는 우리의 일상 속 깊이 들어온 실용적인 측면에서의 평보가 남긴 글씨와 동시대 예술가와의 합작품을 선보인다. 6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시킨다에서는 서희환이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할, 대작(大作)을 중심으로 한 평보 서희환 예술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소장품과 여러 기관의 주요 작품들, 그리고 수집가 고창진 씨의 개인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고씨가 약 30년간 정성스럽게 수집해 온 평보 서희환의 작품들은 전체 출품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씨는 평보의 예술 세계에 깊이 매료되어 200점이 넘는 작품과 수많은 자료를 꾸준히 모아왔으며, 그 과정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작가의 철학과 정신을 오롯이 이해하고 지켜온 헌신의 여정이었다.

한 예술가와 한 수집가의 오랜 인연이 담긴 이번 전시는 평보 서희환의 예술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수집이라는 행위의 문화적 깊이와 가치를 함께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생 한글 서예만을 작업한 서희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서예가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도 더욱 쉽고 친근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생애 처음 만나는 서예 전시”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5세 이상 어린이들이 전시와 함께 한글과 예절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인 “꽃씨서당”이 7월 12일(토)부터 매주 주말 열린다. 본 프로그램은 ‘미술관이야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전시 관람과 함께 한글 서예를 체험할 수 있는 “보통의 하루, 특별한 여백”이 진행될 예정이다.

평보 서희환과 한글 서예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도 향후 안내될 예정이며,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슨트 해설은 1일 3회 상시 운영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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