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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x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이 예술로 유출되다

90년대생 추수,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과 젠더 담론 시각화… LG전자와 중장기 파트너십, 매년 1인의 작가 선발 ‘서울박스’에서 신작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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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8.01 19:00:07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LG전자와 중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처음 선보이는 MMCA x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을 8월 1일부터 2026년 2월까지 개최한다.

LG전자와의 첫 전시이다 보니 어떤 작가를 선정해 보여줄 것인가가 큰 이슈였다. 그런데 추수(TZUSOO)라는 작가가 층고 17m의 ‘서울박스’를 근사하게 만들어줬다. 작가는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저한테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릴 때부터 디즈니랜드 같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꿈과 같아요. 어제도 영상을 틀어 놓고 밤에 서울박스에서 봤는데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잘 모를 정도로 과분하고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추수 작가의 세계관은 오랫동안 품어온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추수 작가는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판화과 및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조형예술대학에서 학석사 통합 과정 디플롬을 마친 뒤 현재 동 대학에서 강의 중이다.

작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서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이 교차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며, 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한다. 그의 세계관은 오랫동안 품어온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되며, 자신만의 아바타와 몬스터를 만들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섹슈얼리티, 젠더, 디지털 시대의 차별 문제 등을 풀어낸다. 대표작으로는 버추얼 아바타의 내면을 다룬 〈에이미의 멜랑콜리〉 시리즈, AI 시대의 예술가 정체성을 질문한 〈달리의 에이미〉, 독일 내 차별적 등록금 제도를 비판한 〈나는 이곳을 졸업하는 것이 부끄럽다〉 등이 있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조각 설치 〈아가몬〉과 이를 둘러싼 두 채널 영상 작품 〈살의 여덟 정령〉으로 구성된다. 창조와 탄생에 긴밀히 연결된 섹슈얼리티를 디지털 생태계와 물질세계 사이에서 교차시키며 작가만의 창작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는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을 예술로 전이한 작가 추수의 개인적 서사를 담는 동시에,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며 육체의 존재를 인식하는 오늘날 이행의 시대를 반영한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아가몬을 중심으로 두 개의 초대형 사이니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아가몬.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먼저 중심의 <아가몬>은 엄마가 되고 싶은 작가의 열망이 예술로 승화된 여러 작업들 중 작가의 디지털 미감이 물질로 치환된 작품이다.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며 임신과 출산을 유보한 작가는 예술 작품을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창조하고 돌보는 방식을 택했다.

아가몬은 수정과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성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태어난 존재다.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사회에서, 생명을 만드는 방향으로만 향하던 성적 에너지는 더 이상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흩어지며 다른 형태로 분화한다. 이러한 성적 엔트로피의 증가는 아가몬 세계의 급속한 팽창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을 조각으로 시각화하며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고 충족시킨다.

아가몬은 해조류 성분인 우뭇가사리(agar)와 이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는 아가몬을 위한 <아가몬 인큐베이터>를 함께 고안했다. 인큐베이터는 물, 습도, 조명을 조절해 아가몬을 위한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이끼가 자라기에 적절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가몬의 몸은 서서히 늙거나 부패하지만, 그 위에 이끼가 계속 자라나는 모습은 생명과 재생의 순환을 상징한다.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아가몬은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가 된다. 아가몬은 ‘독립정원’이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과 협업해 탄생했다.

기획 의도를 설명하며 밝게 웃는 추수 작가.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성적인 에너지들이 폭발해서 어디로 갈까. 그 순간에 태어나는 몬스터들이 아가몬이에요. 모든 생명의 탄생이 성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싫었어요. 그리고 미술관에 갔을 때 야하고 섹시하고 좀 그런 의미들이 전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여성의 욕망을 대변한다기보다는 다양성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이렇게 전했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아가몬 양옆의 대형 사이니지를 통해 펼쳐지는 영상 ‘삶의 여덟 정령’은 팔괘의 영감을 받은 여덟 개의 디지털 정령 중 ‘태’와 ‘간’이 각기 다른 성적 특성을 지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살의 여덟 정령-태.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태는 두려움과 상처 그리고 호기심을 동시에 품은 존재이면서 질병의 정령으로 몸 곳곳에 상처와 피어싱을 지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여성의 성적인 정체성은 질병이나 취약함, 부서짐 같은 연약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살의 여덟 정령-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간은 3개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 각각의 머리는 정상성, 퀴어, 여성성 3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정상성만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중첩되거나 흐려진 상태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사회적 성 규범의 편향을 드러내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간과 태 그리고 아가몬을 통해서 관람객은 질서와 혼돈, 억압과 욕망 그리고 현실과 디지털 등이 뒤섞인 감각적 경험에 몰입하게 된다.


전시 공간을 휘감는 신비한 음향은 사운드 아티스트 마르텐 보스가 담당했다. 그는 클래식 첼로를 전공했는데 전자 음악과 결합, 독창적인 사운드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베를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전시에 사용된 OLED 스크린의 정교한 색채 표현력과 해상도는 작가의 조형 언어와 결합하여 몰입감 높은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기술 매체의 물성과 감각의 미세한 층위를 탐색하며, 미래지향적 미술관의 풍경을 제시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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