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연일 한파가 이어지며 노후 건물이 이른바 ‘에너지 블랙홀’로 전락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빌딩의 44%가 준공 30년을 넘긴 노후 빌딩이다. 건물 대부분이 단열 성능 저하와 설비 노후화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AI 빌딩 에너지 솔루션’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솔루션은 인공지능(AI)이 에너지 사용 패턴을 학습해 최적 운영 방안을 제시하고 ESG 경영까지 돕는 ‘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동파·침수 사고를 막는 ‘스마트 건물관리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AI 빌딩 에너지 솔루션’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측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실제 업무 공간을 살펴보면 회의·외근·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무방식으로 인해 층별·사무실별 에너지 수요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은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해 사람이 없는 빈 공간에서도 난방과 냉방이 그대로 작동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에스원의 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은 이런 낭비를 막아준다. 건물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수집하고 AI가 자체 알고리즘으로 이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잡아낸다.
AI는 냉난방·조명·환기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24시간 감시하다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즉시 알려준다. 또 ‘이 건물은 오전에 에너지를 많이 쓴다’, ‘여름철 오후 3시에 냉방 효율이 떨어진다’처럼 건물의 에너지 사용 습관을 스스로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언제 어떤 설비를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필요하면 시스템이 직접 설비를 제어해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
효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빌딩은 이 시스템 도입 첫해에 에너지 사용량을 5.4% 줄였고, 청담동의 빌딩은 7.3%를 절감했다. 에너지 비용이 연간 10억원인 건물 기준 각각 5400만원과 730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ESG 경영도 지원한다. AI가 실시간으로 수집된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에너지원별 배출 계수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한다. 기업은 별도 집계 작업 없이 자동 산정된 데이터를 ESG 보고서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입증되면서 지자체도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준공 15년 이상 건물에 최대 20억원 무이자 융자를, 경기도는 설치비의 85% 이내 최대 5억원까지 연 1.8% 저금리 융자를 제공한다.
빌딩 관리자의 겨울철 고민은 에너지 비용만이 아니다. 배관 동파, 누수, 물탱크 범람 역시 큰 걱정거리다. 이런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복구비용이 들고 영업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IoT 센서 기반 스마트 건물관리 시스템은 기계실과 배관실 등 핵심 설비에 온도·수위 센서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한다. 설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물탱크 수위가 급변하면 에스원 관제센터와 관리자에게 즉시 알림을 제공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에스원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건설 붐 시기에 건축된 빌딩들이 30년을 넘기면서 에너지 효율 저하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감과 안전 관리를 동시에 실현하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