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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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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호 ⁄ 2007.07.02 13:01:25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2007년 고시한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 일급 27,840원이며 월급 기준으로 727,320원이다. 올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4,480원 일급 35,840원 월급 936,320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은 ‘동결’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과연 현행 최저임금은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 구조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적당한 수준일까? ■ 사례 하나. 1년에 2만 4천원 임금인상?…청소용역노동자 인천지방법원 청소미화원 20명은 오전 6시에 나와 오후 4시까지 건물 바닥·벽 청소 등을 한다. 주 5일제 근무인 이들이 지난해 한 달에 받은 월급은 768,266원. 기본급 71만원에 식대와 수당 58,266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2007년 최저임금 기준(월 727,320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해 전국 법원이 청소용역단가를 동결해 올해도 최저임금을 갓 넘는 임금 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것. 인천지방법원 청소미화원분회는 올해 13번에 걸쳐 용역회사 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넉 달째 기본금 1만원, 식대 1만 4천원 인상안만 제시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인 법원도 “입찰이니 어쩔 수 없고, 예산 동결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는 입장이다. 권순하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방법원 청소미화원분회장(청소용역노동자)은 “시중 노임 단가 4,771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40시간 997,139만원, 주44시간 1,078,246원이다”며 “낙찰률 87.7%를 적용해도 최소한 87만 4천원은 지급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용역미화원들은 형식적으로는 용역소속이지만 임금 근로조건은 원청인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법원은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열악한 근로조건에 있는 비정규직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례 둘. ‘하루하루 생활이라도 가능했으면’…사회적일자리 최 아무개씨(41세)는 인천시 ○○주민센터에서 지난해부터 산모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최 씨는 2002년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조리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은 뒤 학교급식소에 취직했다. 그러나 위탁계약직으로 일하는 학교급식소는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 강도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쉴틈없는 노동시간을 견뎌야 했다. 특히 50만원이라는 급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그는 급식소 일을 그만두고 산후관리사 교육을 받은 뒤 2006년부터 사회적일자리를 신청해 산모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그가 현재 받는 월급은 주 40시간 기준 77만원으로 그나마 4대보험을 떼고 나면 71만원정도에 불과하다. 최 씨는 “처음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던 직후보다는 여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중3, 중1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기엔 여전히 쉽지가 않은 생활이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 사회적일자리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으며 해마다 임금이 인상된다는데 최저임금이 몇 백만 원씩 책정되어 풍족하게 살만큼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며 “말 그대로 최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임금으로라도, 빚 갚는 건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활이라도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산후관리 일을 통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도 잠시,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이 가슴 한 켠을 짓누른다”고 털어놨다. ■ 사례 셋. 24시간 종일근무 휴게시간은 ‘그림의 떡’… 아파트 경비노동자 감시단속노동자인 아파트 경비노동자.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30%감액되어 적용하면 격일근무를 하는 경우, 한 달 1,037,330원을 받아야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경비원 김아무개씨(60)는 격일 근무로 아침 6시 30분에 일을 시작해 24시간 후인 다음날 6시 30분에 교대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퇴직금·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해 100만원정도. 기본급은 6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겨우 1평도 안 되는 좁은 관리실에서 잠도 못자고 24시간 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급급해 남들처럼 주변 경조사도 챙기기 힘들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은 생각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감시단속 근무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명목으로 심지어 손발노릇을 요구할 때도 있다”며 “온갖 쓰레기들을 분리하는 일이며 화단청소, 아이들 책가방을 맡겨 놓고서는 사소한 일로 책임을 추궁당하기도한다”고 말했다. 박기홍 한국노총 연합노련 아파트분과위원회 의장은 “6시간의 휴게시간을 주면서 임금은 80만원정도로 맞추지만 휴게시간은 그저 명목에 불과하여 마땅한 휴게실이 없어 경비실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보니 주민들이 요구하면 또 일을 해야 하는 사정이다”고 덧붙였다. ■ 17년 중견 통역사의 일급은 겨우 1만원…관광통역안내사 김아무개씨는 지난 1990년도에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해 17년 동안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 자격증을 취득한 김 씨에게 주어진 월 급여액은 10만원 기본급에 하루 일을 할 때마다 5천원의 일비가 지급됐다. 경력 17년의 중견가이드인 그가 받는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정도. 지난해부터 일비 인상을 추진하며 처음으로 김 씨와 같은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일비를 공개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다른 부수입이 얼마나 많으면, 그런 일비에도 일을 해 왔겠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는 “솔직히 다른 부수적 수입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관광객을 쇼핑센터에 안내하면, 매출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기도 하고, 손님에게 옵션투어를 판매하면 그이익금에 비례하여 소정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때 우리나라가 물가가 싸고 환율이 저평가 됐을 당시에는 그러한 수익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과 휴대폰의 등장으로 손님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고 점점 여행사와 우리 통역안내사들을 불신하게 되면서 이러한 부수적 수입들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규직이었던 시절 급여는 적어도 4대보험 혜택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엔 여행사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 전속직 직원으로 바꾸고 새로운 직원 역시 비정규직으로 뽑고 있다. 그는 “우리들은 일을 하다 다쳐도 개인의 자부담으로 병원비를 대야하고, 회사를 퇴사해도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등을 탈 수도 없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털어놨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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