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통 속에서 살던 그리스의 유명한 거지 철학자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언론의 자유다』라고 피력하였다. 자유로운 대화를 즐겼던 그리스인다운 말이다. 인간은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짐으로써 일반 동물과 다르다. 인간의 인간다운 품위와 존엄은 언어를 통해 자유로운 언론을 토해내는 데에서 연유한다. 언론의 자유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디오게네스의 말은 민주인, 자유인, 지성인의 심기를 그대로 표현한 말이다. 인간이 말을 하는 자유를 갖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짐승과 다름없는 맹목적인 세상으로 변하고 만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유사회요, 자유사회야말로 정당한 인간사회인 것이다. 10월12일 정부는 청사 기자실 문을 끝내 걸어 잠그고 말았다. 정부의 『기자실 대못 질』은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죽치고 앉아 담합』발언에서 시작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기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기자들의 담합구조가 있는데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후 국정홍보처가 총대를 메고 나서 국내외 기자실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3월22일 발표했다. 이어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이름 붙인 기자실 통폐합방안을 확정해 5월22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것이다. 그러자 언론계와 학계,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노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5개 언론단체 대표들과 『언론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토론회는 각 부처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진행되었기 때문에 『반쪽짜리 토론회』라는 지적만 받았었다.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이던 청와대와 홍보처는 8월초 취재통제의 구체적 방안을 담은 총리훈령(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초안을 마련했지만, 그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강한 역풍이 불자 엠바고 제재와 출입증 전자칩 부착 방침을 부랴부랴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었다. 9월14일에는 독소조항 등을 삭제한 총리훈령 수정안을 내 놓으면서도 기자실 폐쇄는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더니, 이윽고 기자실 출입문에 대못 질을 하고만 것이다. 각 부처의 기자실을 없애고 대규모 통합 브리핑실·기사송고실을 만드는 정부의 정책을 이명박·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주요 대선후보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집권하면 기존의 기자실을 원상복구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 정 후보는 기존 기자실을 더 확대하겠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2월 현 정권이 끝난 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통합 시설」은 없어지고 기존의 기자실이 다시 살아날 것이 뻔하다.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법조인 출신인 조준희 언론중재위원장은 『「취재 선진화 시스템 방안」에 과격하고 잘못된 부분이 많이 있지 않느냐』는 박찬숙 의원의 질문에 『정부가 과천 정부청사 건교부 기자실에 경찰력을 동원해 기자들의 접근을 막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언론자유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디오게네스 말을, 임기를 코앞에 둔 현 정부가 비웃는 듯 출입기자실 문에 못을 박는 일을 언론중재위원장은 『분명 잘못이다』며 못 박고 있다. 정권의 잔여 임기를 베풀던 시책을 정리·정돈하여 그 바통을 차기 정권에 넘겨줄 시기로 삼는 게 이상적인 교체의 형태가 아닐까. 더욱이 출입기자실 문에의 못질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잘못임이 분명하다. <글 / 박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