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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波칼럼)대감은 부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소?

『간혹 있소』 -이것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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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호 ⁄ 2007.11.12 16:50:30

병자호란 때 척화파(斥和派)의 대표자로 꼽히는 청음 김상헌(淸陰 金尙憲)은 청렴결백하기로 이름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김상헌이 어느 재상과 함께 시원(試院)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 재상이 김상헌에게 『나는 집 여자들 때문에 뇌물을 받았다는 비방을 듣고 있는데, 실상 나는 모르는 일이요』라는 것이었다. 이에 김상헌은 『혹시 집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공이 어떻게 아시오? 공은 집에서 부인의 요구를 일체 들어주지 않으시는지요?』라고 묻자 『간혹 들어주는 것도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뇌물을 주는 사람이 재상에게 직접 주기 어렵기 때문에 부인에게 건네면서 아무개에게 무슨 벼슬자리를 달라는 등의 청탁을 하면 부인이 다시 재상에게 부탁을 하여 뇌물 공여의 목적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부인의 부탁을 간혹 들어준다는 재상의 말에 김상헌은 『그것 때문에 뇌물이 행해지는 것입니다. 공이 만약 부인의 부탁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비록 매를 때리면서 뇌물을 가져오라고 해도 아마 가져오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충고하자 재상은 크게 깨달아 한결같이 부인의 청탁을 먼 산 보듯이 하였다. 그러자 그 재상부인이 『늙은이가 자기나 청백하면 그만이지, 어찌 우리 영감까지 본받게 하여 나를 이같이 고생시키느냐』며 투덜거렸다고 한다. 지금 정창영 연세대학 총장이 총장직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내용은 총장 부인 최윤희 씨가 지난해 11월 김 모 씨로 부터 그의 딸을 연세대 치과대학에 편입학 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사실이 불거져 화근이 된 것이다. 정 총장은 『편입학에 부정은 없었다. 나는 전연 모르는 사실이다』고 해명해 왔지만 돈을 건넨 측에서는 학생이 낙방을 당하자, 돈을 준 당시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히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이다. 2004년 4월 제15대 총장에 임명된 정 총장은 내년 4월까지인 4년 임기를 5개월가량 못 채운 채 총장직을 물러나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작 정 총장은 부정한 돈이 부인의 손으로 들어왔는지 모를 수도 있다. 다만 아들의 사업자금에만 신경을 매달려온 부인의 헛 수작이 끄지 못할 불길을 일으키고만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부인을 단속하지 못한 죄는 피할 수가 없는 것. 연세대학 개교 121년 만에 총장이 금품수수의혹을 받아 중도에 사퇴하는 일이 처음이라서 학교 내외의 선후배 사이에선 충격을 넘어 야단법석이다. 작금(昨今)에 학원 비리는 심심찮게 우리들의 관심을 곤두세우게 해왔다. 신정아 사건도 학원 비리에서 연유하였으며,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논문 표절로 인한 낙마 등이 모두 그렇지만 편입학금을 부정으로 측면 절취한 사건은 별로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학총장 부인이 부각되어 충격의 파문이 예사롭지가 않다. 더욱이 개교 121년 만에 처음 발생한 명문 사립대총장, 그것도 「안식구」의 손으로 저질러졌으니 말이다. 정시 입학과 달리 편입학은 사회적 관심이 낮아 정부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편이다. 그러나 기부금 입학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립대학들은 대학 재정 확보를 위해 기부금 등 기여 입학제를 시행하자고 주장해 왔다. 찬반양론이 있지만 차제에 심사재고를 해야 할 것 같다. 청백리 김상헌과 대화를 나눈 재상의 부인처럼 『자기들이나 청백하지, 어찌 우리 영감까지 본받게 하여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냐』는 푸념을 정 총장 부인은 해서는 안 된다. 노학자의 내조자로 돌아가 「처벌」이전에 「자성」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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