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학교와 경기도 의정부시가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광운대 제2캠퍼스 건립’이 말만 요란한 잔칫상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정부시와 광운대는 지난해 관학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의정부시 신곡동 일대에 30여 만 평의 제2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부에 캠퍼스 이전 승인 신청 등 행정절차는 물론 사업의 가장 첫단계인 마스터플랜 수립마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운대는 MOU체결 뒤 지난 3월 S엔지니어링에 의뢰해 3개월 예정으로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마스터플랜은 6월말에서 7월초에는 나왔어야 한다.
지난 해 11월. 앞서 의정부시와 광운대는 지난 해 11월 MOU발표 당시 광운대 신 캠퍼스와 미군공여지를 묶어 신곡동 일대를 지식기반 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의정부시 장기발전계획을 세웠고 광운대는 이곳에 광운대학교 캠퍼스(약 15만 평) 및 첨단 산·학·연 클러스터(약 15만 평)를 조성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바 있다. ■사업 지연원인은 무엇?= 이전작업이 지체되는 이유는 학교가 들어설 학교부지 매입비용 문제다. 부동산업계는 캠퍼스 이전예상지역인 신곡동 일대의 30만 평을 매입하는데 소요되는 예산만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부실재단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단정상화 작업을 하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도 바쁜 판국이어서 부지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확보나 자금조달계획 조차 세우지 않은 채 덤벼들었기 때문에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대학 측은 경기도와 의정부가 매입비용을 낮춰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다른 수도권 지역에 비해 이전 예정지는 3.3m2당 100만 원에 육박하는 등 너무 비싸 시에서 공시지가를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부지확보에 도움을 줘야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는 게 경기도와 의정부시만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관계자는 “시 당국이 전혀 행정·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더이상 의정부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에대해 경기도와 의정부시는 “토지매입은 광운대 측이 해야할 부분”이라며 선을 긋고 “우리에게만 기대하며 사업추진 의욕은 내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시 관계자는 “MOU 상에 나타난 내용은 의정부시가 해야할 사항은 대학이 들어서는 부지 주변에 도로 등 SOC 기반시설을 갖춰주는 것만 나와있다”며 “하지만 광운대 측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운대 홍보팀 관계자는 “비용은 차후 문제다. 당국에서 미군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을 국가가 할 지, 지자체가 할 지를 명시해놓은 미국공여지 특별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토지매입 지연 지적은 미군공여지관련 특별법이 처리되고 된 뒤 나올 얘기다”고 말했다. ■다른 방안은 없나 ? = 의정부시는 지역내 미군기지가 평택미군기지로 이전하고 나면 생기는 미군공여지 중 하나인 캠프 스탠리 부지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반 민간지역보다 군부대 자리가 비용이 쌀 것이란 기대에서다. 의정부에서 생기는 미군 공여지는 모두 105만 평 정도. 이중 캠프 스텐리는 애초 캠퍼스 이전 예정지와 인접한데다 면적도 50만 평에 달해 공간은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군 공여지는 소유권을 국방부가 갖고 있고 국방부는 공시지가보다는 감정가에 근거해 미군 공여지를 처분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군공여지의 토지가격이 인근의 시세와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토지매입 비용 인하효과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평택으로의 이전 비용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기존 공여지 처분때 최대한 가격을 시세에 근접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캠프스텐리가 개발제한구역인데다 미군공여지 관련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군 공여지가 당초 캠퍼스 예정지역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소유주가 국방부 하나로 단일하다는 점에서 협상상대가 많지 않아 협상절차가 간소할 것이라는 점외에는 이점이 없다. 교육계와 시민들은 의정부시와 광운대 측이 소리만 요란하게 관학협력 MOU를 체결해 발표해놓고 1년도 안돼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며 혀를 차고 있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