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에서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하게 모은 재산은 발붙이기 힘들게 될 것 같다. 이는 최근 들어 6공화국 노태우 정권시절 실세 권력자로 군림했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의 수백억 원대 ‘괴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진데 이어, 차명 수법의 부동산 투기의혹 사건까지 겹치기로 들통 나자, 이를 둘러싸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아울러 부정축재로 판명되는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환수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계속 들끓었다. 이를 계기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모은 국내외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이른바 ‘권력형 부정축재 재산 환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같은 한나라당의 입법 추진 계획에는 여·야를 가려서 추진해야 할 별다른 명분이나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야권에서도 흔쾌히 이에 동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 법 제정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난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은 ‘4·9총선’이라는 정치적 대사가 걸려 있어, 이 법의 본격적인 제정은 부득이 18대 국회에서나 가능해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관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근에 열렸던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미국 뉴욕이나 로스엔젤레스 등 해외에 유출돼 숨겨진 재산들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권력형 부정축재 재산 환수법을 만드는 것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때마침 유엔의 반부패협약 및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해외도피 재산도 추적할 수 있게 됐다”면서 “18대 국회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로 부정 축재한 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국고에 환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로 강력한 법 제정 의지가 엿보이는 실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안상수 원내대표는 “박철언 전 장관이 176억원을 돌려달라고 모 대학 여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전 모 은행 지점장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박 장관의 200억원을 관리해 줬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권력형 비리로 축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관인 안상수 원내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소신 등이 엿보이는 ‘권력형 부정축재 환수법’ 제정 움직임 등을 지켜볼 때, 앞으로 한국의 권력자들의 이른바 ‘권력형 부정축재’가 종래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들이 날로 도를 높여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권력형 부정축재 환수법’은 한국에서는 과거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고 장면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당시는 이번과는 달리, 정치권이 아닌 주로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대기업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정축재 환수법’을 제정, 해당 기업들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부분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는 달리, 대기업이 아닌 주로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부정축재’ 재산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그러나 두 법이 똑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재산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그 명분이나 의미 등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기업형’ 부정축재자들보다 ‘권력형’ 부정축재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하고 있는 점이다. 그들 중에는 심지어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지낸 사람 등이 지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자신들의 부정, 비리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부정 축재한 재산을 숨기거나 해외로 도피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게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들도 한번쯤 이 ‘부정축재 재산 환수법’제정 문제를 새삼 곱씹어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부정축재 폐습을 발본색원하여 이 땅에서는 어떤 형태의 부정축재이든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는데 일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 부정축재 행태가 ‘권력형’이든 ‘기업형’이든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애꿎은 국민들만 봉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