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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한나라당 의원

정치 12년 결산하는‘원조보수’의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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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호 심원섭⁄ 2008.05.13 16:20:49

2008년 1월 3일, 다른 사람들은 4월 9일 치러질 18대 총선에 대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을 즈음에 느닷없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권을 깜작 놀라게 했던 김용갑(경남 밀양-창녕) 의원. 김 의원은 지난 1996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권유로 경남 밀양에서 정치에 입문한 이래 내리 세 번 당선된 12년 동안 한결같이 ‘원조보수’임을 자처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소신발언과 촌철살인의 정확한 화법으로 일관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서슬퍼런 5공시절, 앞에 서기만 해도 주눅부터 들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듣기 싫으시면 아예 절 잘라 버리십시오”라며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김 의원. 그런 그가 이제 ‘좌파 정권 10년 종식, 보수정권 탄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물러난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 스타일의 국정운영으로 국정의 난맥상까지 가져오고 있어 물러나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친박 당선자들의 ‘무조건 복당’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요구를 묵살하고 필요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나는 박 전 대표를 아무런 조건없이 지지했지만, 이제는 이 대통령이 보수정권을 계속 이어갈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기를 바랄뿐”이라고 전제하고 “지금 박 전 대표와 힘을 모아서 난국을 타개해 나가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쓴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다음은 지난 8일 오후 김용갑 의원실에서 가진 인터뷰의 일문일답이다. [불출마 결심은 언제 했으며, 정계은퇴 소감은?] 나는 지난 2004년 17대 국회 개원 당시부터 18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단지 여러 사람에게 말을 못한 이유는 그 동안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정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가슴에 와닿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제 많은 이들이 김용갑에게 박수 칠 때 떠나려고 한다. [의정생활 12년 동안 안타까웠던 점이나 보람있었던 일들이 있었을텐데… ] 나는 12년 동안 의정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워 왔다. 어느 날은 의정 단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DJ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부르며 좌파정권 비판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나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다. 이제 좌파 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으니 안심하고 물러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수는 곧 반동’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과거 좌파 정권 아래서 나의 그런 무모한 일전(一戰)이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정계를 은퇴하는 시점까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공천에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미리 배수진을 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 그건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난 15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 텃밭이었던 경남 밀양에서 혈혈단신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며, 2006년 10월 창녕군수 보궐선거 당시 나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시켰던 인사를 무소속으로 출마시켜 당선시킨 전력도 있을 만큼 저력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그런 말을 안할텐데....(웃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아무리 좋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제 아무리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라도 지역구민들에겐 할 만큼 했으니까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물러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결정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행해 “CEO 대통령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한다면… ] 당선 후 이명박 정부의 정치 행보를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정권 출범 전부터 동분서주하며 민심 행보를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설 뿐 민심과 따로 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루에 네 시간밖에 안 잔다’고 자랑하듯 말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갖는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5년 정치,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업 CEO와 달라서 하루아침에 뭘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국민들 중 과거 현대건설 사장시절의 이 대통령을 나쁘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사의 나라에서 불도저같이 밀어붙여 달러를 벌어들였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 경제성장의 근간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실패를 모르고 정상을 향해 끝없이 뛰어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으며, 특히 무엇이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만으로 대열을 정비해서 저돌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이 대통령의 자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미덕이라는 것은 CEO의 생각대로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여서 단기에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 반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좀 더디 가더라도 전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가야 한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외국의 예로 보다라도, 거대한 기업을 성공시킨 CEO 출신 대통령이 국가를 이끄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체질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권 출범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인사가 만사라는데 조각부터 난맥상의 극치를 보이는 등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마저만이 아니다.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3명의 장관 내정자가 낙마한 게 역대 정권에서 있었던 일인가. 어떻게 5000명을 놓고 인선작업을 했다는 결과가 하나같이 비리백화점을 보는 것처럼 똑같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인재가 없다는 변명만 들리고….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사람들은 비판이나 직언을 하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의 행보에 보조나 맞추는 식으로 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숭례문이 불탔을 때 국민성금으로 재건하자는 말에 나는 깜짝놀랐다. 숭례문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준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국민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난데없이 국민들의 쌈짓돈으로 복원하겠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대통령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가감없이 국민여론을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으니, 결국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문제는 여론의 쌀쌀한 역풍만 맞고 없던 일로 돌아갔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의 독주에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측근인 이재오, 이방호 의원의 총선 낙선과 관련 있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절 지지율은 10%대에 이를 정도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퇴임 후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화마을에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실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유례없는 인기는 무슨 대단한 업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퇴임 후 고향마을로 내려간 최초의 대통령이었다는 소박한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환호를 받을 만큼 우리 국민은 대통령에게 그리 큰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3개월 만에 이미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할 만큼 돌아섰다는 점을 이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숭리했다고 얘기하는 총선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공천을 좌지우지했던 이방호, 이재오 의원의 낙마도 결코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 공직자들의 재산 문제를 두고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자 이 대통령은 “돈 많은 게 무슨 잘못인가.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건 전형적인 CEO 출신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하여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불화가 그칠 줄 모르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는가?] 이 대통령이 큰 정치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모조건 박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 주변에서 ‘친박 당선자들을 복당시키면 골치 아프니 차라리 자기 스스로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게 낫다’를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정치의 ABC도 모르는 무지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무조건 박 전 대표를 끌어안고 같이 가야 난국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어떠한 점 때문에 그를 지지했는가?] 한마디로 박 전 대표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혀 빚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내가 먼저 지지를 선언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정치를 배웠으며,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점이 나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정계에서 은퇴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이제 현실 정치에서 손을 떼면 나의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아내에게 올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10년 전에 쓰러진 아내에게 오래 전부터 ‘공약’만 했던 여행을 이번에는 이행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권도, 비자도, 티켓도 아닌 10년 전에 산 휠체어를 바꿔야겠다. 아내는 많이 호전되었으나, 아직도 장거리 이동은 힘겨운 상태라서 내가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아내의 다리 노릇을 해줘야 한다. 요즘 휠체어 정보를 검색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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