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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자 잡기…특화상품 봇물

머니 무브 현실화… 시중자금 붙들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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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성승제⁄ 2008.05.26 14:34:54

주식이 1900선에 육박하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예금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금융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증권사에서는 ‘자금유입에 따른 대박’을 기대하는 눈치며, 은행에서는 자금난을 걱정하는 눈치다. 일종의 ‘머니 무브(자금이동)’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은행들이 최근 거액 자산가를 위한 부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더 이상 주식형 펀드만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안정적인 수익률과 함께 부자들의 문화적 취향 등을 맞춘 이색 상품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의 움직임과 부자를 겨냥한 이색 상품에 대해 알아봤다. 자금시장의 흐름이 최근 바뀌고 있다. 시중의 돈은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주식형 펀드의 증가액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월 3조3718억 원, 3월 3조7860억 원에서 4월에는 4조887억 원으로 불어났다. 2, 3월이 주가 조정기였던 만큼 이 시기에도 주식형 펀드가 몇 조씩 늘었다는 것은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전체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40조 원을 돌파했다. 주식형 펀드 잔액은 지난 2월 130조 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증시가 다시 2000선을 넘어서는 활황세를 타게 될 경우 은행 예금 등에 대기 중이던 시중 부동자금이 다시 증시로 모여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자금사정만 보면 은행의 자금유출은 기우인 듯하다.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전달보다 6조9000억 원, 수시 입출식 예금은 4조9000억 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 잔액도 6조2000억 원이 늘어나 지난달 수신 증가액은 16개월 만에 가장 많은 22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기예금의 경우 지난 1월에 늘어난 20조4000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액은 크게 줄어들었다. 2월과 3월 증가액은 각각 3조1000억, 3조7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둔화했다. 반면, 은행의 여신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대율(총대출금/총예수금)은 올해 1분기에는 88.0%에 이르렀다. 이 비율은 지난해 1분기 84.1%, 2분기 84.4%, 3분기 86.9%였다. 예대율이 이처럼 높아지는 것은 대출 경쟁으로 인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대출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을 보더라도 지난 1월 7000억 원이 줄어들었다가 2월 2조3000억 원, 3월 2조4000억 원, 4월 3조4000억 원씩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최근 예금 끌어들이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여신이 늘어나는 만큼 조달되는 자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상황에 따라서는 지난해와 같은 자금난이 일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은행들, 특화상품으로 부자상품 잇따라 출시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뛰면 연 7%대의 이자를 주는 특판 예금을 내놓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시중금리는 다시 가파르게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이동을 막기 위해 은행들은 우선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특화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달 하순부터 프랑스 최고급 포도주인 ‘샤또 무똥로스쉴드’ 등에 투자하는 와인 펀드인 ‘도이치 DWS 와인그로스 실물투자신탁’을 판매 중이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론밸리 지방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실물 와인이 주요 투자처다. 요즘 들어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국가에서도 와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생산은 한정돼 있어 와인 실물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값이 오를 거라는데 착안해 개발된 상품이다.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부자 고객들의 취향도 감안됐다. 42개월 만기까지 중도 해지할 수 없는 폐쇄형이며, 최저 가입금액은 국민은행의 경우 5000만 원, 하나은행은 1000만 원이다. 이들 상품은 벌써 입소문이 나 판매 전부터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은 또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시장 국가 가운데 향후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국가의 현지통화 표시 국공채에 투자하는 ‘KB 이머징마켓 플러스 채권형 투자신탁’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모 펀드도 인기다. 사모 펀드는 말 그대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투자자는 30명 이하여야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하고 싶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B들이 평소 파악한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알음알음 권하는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최근에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뜨고 있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미국 뉴욕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를 판매할 예정이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해외부동산 관련 사모펀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모 펀드의 투자 대상은 대부분 미국의 부동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값이 크게 떨어진 미국의 부동산을 싸게 사들여 나중에 차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잠실 재건축 아파트의 공사 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사모 펀드를 내놓아 큰 호응을 얻었다. 목표 수익률은 9% 정도로 설정액이 100억 원에 불과했으나 10억, 2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우리은행은 현재 일반기업의 기업어음(CP)이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등에 투자하는 맞춤형 사모 펀드를 팔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중국 펀드를 비롯한 일반 펀드도 큰 수익을 냈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과거와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부자 고객들이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사모 펀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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