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와 계셨어요? 서둘러 온 건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드라마 촬영 지연으로 좀 늦을 것 같다면서 약속시간을 늦춘 유하나(23·이하 하나)는 제 시간에 맞춰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게 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이같이 표현했다. 최근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 최현실 역으로 분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연기자 하나와 서울 홍익대 앞 클래식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눈이 부시다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TV에서보다 실물이 예쁜 하나는 단아한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소탈했다. 경상남도 마산 출신인 하나는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15세 되던 해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왔다. 그는 이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립심을 배웠다고 말했다. “요즘은 엄마가 지방과 서울을 오가면서 저를 뒷바라지하세요. 엄마와는 친구처럼 사이가 좋거든요. 제 미니홈피 메인 화면도 엄마랑 같이 찍은 사진을 걸었죠.” 하나는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지만, 대만에서는 이미 인기 스타. 2007년 중화권 톱스타 임지령(林志穎)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방양적성성> (放羊的星星)이 한국으로 치면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덕분에 하나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지금은 모르지만,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밖에 못 돌아다닐 정도였어요(웃음).” 매니저도 없이 홀홀단신 대만에서 본격 연기생활을 시작한 하나는 통역사가 옆에 있었지만 감독의 지시를 직접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 때문에 촬영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죽을 힘을 다해 공부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묻고, 대만 사람들과 한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중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녀는 <조강지처클럽>의 때 묻지 않은 현실처럼 기자의 질문에 솔직하고 진지했다. ■데뷔는 언제 했나? 21살인 2년 전에 대만에서 데뷔했어요. 앞서 2004년에 영화 <나두야 간다>에 출연한 적도 있지만, 그때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친구를 도와 경험 삼아 참여한 것인데, 저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더라구요. ■한국·대만 합작 영화 <6호 출구>(2006년)라는 작품은 어떤 작품이며, 무슨 역으로 출연했나? <6호 출구>는 예술영화에 가까운 작품이에요. 제 또래의 주인공 4명이 방황을 하다 출구를 찾고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영화예요. 블로그를 통해 오해가 생기고 풀리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인데요. 저는 극중 블로그의 주인장으로 나와요.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당시 드라마 <주몽>이 대만에서 인기여서 한혜진 씨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대요. 그래서 혜진 씨의 프로필을 입수했는데, 프로필 페이퍼 뒷면에 있는 제 사진을 감독이 발견하고 만나고 싶다고 해서 제가 대만으로 건너간 거죠. ■<방양적성성>에서 전직 보석 사기꾼인 ‘시아즈싱’ 역으로 캐스팅돼 임지령과 연기 호흡을 맞춘 걸로 아는데,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만에서 영화를 찍던 중 잡지 표지 촬영을 두어 번 했어요. 그런데 <방양적성성>의 방송국 사장님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다가 우연히 제가 표지 모델로 나온 잡지를 본 거예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안 사장님은 “캐스팅은 힘들겠구나” 생각했대요. 그러다 때마침 제가 대만에서 <6호 출구>를 촬영하고 있자니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면서 연락이 왔어요. 총 7번의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구요. ■중화권 인기 스타 임지령이 출연한 만큼 경쟁률이 대단했을 것 같은데,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디션 당시 “길을 가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화가 나다 나중에 서서히 운다”는 ‘상황’이 주어졌거든요. 그때 저는 당연히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진짜 울었죠. 그런데 사장님이 저의 우는 연기에 감동을 받았대요. 그래서 계속 저를 캐스팅하려 했다고 직접 말하더군요. ‘시아즈싱’이 주인공인데다, 당시 방송국에서 중국으로 드라마를 수출하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고,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들었어요. 캐스팅하는데도 시간을 많이 투자한 작품이구요.
■임지령과의 스캔들 기사가 났는데, 실제 어떤 사이인지 궁금하다.
스캔들 기사는 잘못 보도된 거예요. 임지령 씨랑 정말 친해서 “스캔들이 왜 안 나지?”하고 생각했다고 말했을 뿐인데, “스캔들이 있다”고 썼더군요. 임지령 씨는 정말 저한테 좋은 선배이자 오빠예요. 대만의 힘든 생활에 의지가 되어 준 선배였죠.
■판소리가 특기라니, 상당히 특이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부전공으로 판소리를 배웠어요. 어릴 때 엄마가 판소리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판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공부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푹 빠져버렸죠. 판소리로 대학입시도 무사히 치렀죠. (득음했나?) 연기자는 목이 갈라지기 때문에 득음을 할 수 없대요(웃음).
“스스로 녹슬어 무뎌지거나, 모든 것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을 단호히 경계할 것.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그렇게 세상과 마주하기”라고 미니홈피 프로필에 쓰고 있다. 이를 볼 때, 유하나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으로 보인다. 어떤 감독님이 저에 대해 궁금해 하길래, 그 분과 30분 동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근데 그 분이 “너는 너무 너를 가둬두는 애 같다.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주문을 한다. 자신을 풀 줄도 알아야 한다”고 충고를 하셨어요. 저는 언제나 자신에게 “너는 할 수 있으니 괜찮아. 겁낼 것 없어”라고 주문을 했어요. 근데, 감독님의 말을 들은 후, 조금은 풀려고 결심했지만, 잘 되지는 않더군요.
■자신이 생각하는 <조강지처클럽> ‘최현실’의 장단점을 들려 달라.
감정에 솔직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근데 이런 현실의 장점은 나쁠 때도 있죠. 예를 들면, 사람들이 “이런 일쯤 뭐 어때?” 하고 흘려버리는 일을 현실은 “왜 그래 나한테?”라고 받아들이죠. 그만큼 현실은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순수한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랑을 많이 못해 봐서 지금 다가온 사랑에 충실한 캐릭터구요.
■<조강지처클럽>의 ‘선수’ 같은 남자는 어떤가?
이상형이 궁금하다. 제 이상형은 남성미가 넘치는 남자예요. 선수는 아기처럼 응석 부리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딱 잘라 말하고, 감정 조절을 잘하고,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참 매력을 느껴요. 자기 일에 열심인 남자가 정말 멋있어요.
■함께 호흡하고 싶은 남자 배우가 있다면?
김정태 씨요. 생소한 이름이라 누군지 딱 떠오르지 않지만, 영화 <친구>에서 ‘도루코’라는 인물로 등장했고, SBS 드라마 <불한당>에서 ‘김진구’ 역으로 출연한 분이죠. 정말 남자다 하는 느낌이 드는 분이에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다음에 꼭 함께 연기하고 싶어요.
한 신문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유분방한 사람이다’라는 구절을 봤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걸로 아는데, ‘유하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유로운 영혼이요. 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처음 해보는 일에 두려움이 없어요. 이런 점이 자립심 강한 고양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외동딸인데다 15살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이모랑 단둘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혼자 해야 할 일이 남들보다 많았어요.
■미니홈피가 일기로 가득했다. 평소에도 일기를 자주 쓰나?
예전에는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일기를 많이 썼어요. 근데, 제 일기를 사람들이 많이 보다 보니, 요즘은 따로 일기장을 사서 매일 세 줄씩 남기고 자요.
책의 구절을 인용하는 글이 많은데, 책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 한 주나 한 달 정도는 “내가 잘 살았다”는 마음에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특별히 독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극을 주기 위해 읽어요.
■어떤 분야의 책을 읽나?
‘10대에 꼭 해야 할 일’ ‘20대에 해야 할 일’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유명인이 남긴 명언 집’ 등등 저에게 자극을 주는 책을 좋아해요. 소설책은 너무 감성에 젖게 해서 선호하지 않아요. 특히, 슬픈 책을 보면 실제로도 슬퍼지거든요. 예전에 <남자의 향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정신을 못 차렸을 정도예요.
■미니홈피에서 “잊지 마. 넌 배우야”라는 글을 봤는데,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
네.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한의사도 되고 싶었구요. 한의사라는 직업이 왠지 신기했어요. 배우가 된 후에 한의학 책을 사서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바로 책장에 넣었지만요(웃음). 지금은 되고 싶기보다 어떤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구요.
■연기 롤 모델이 있다면?
이미연 씨와 김혜수 씨를 좋아해요. 두 사람을 보면, 연기자 같다는 생각이 확 들거든요. 특히,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부러워요.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조강지처클럽>의 최현실, <방향적성성>의 ‘시아즈싱’ 두 사람 다 정말 매력적이고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예요. 이런 역에 제가 캐스팅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 생각해요. 연기에 여유로운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사랑스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2008년 계획을 들려 달라. 아직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무조건 바쁘게 지내려고 해요. 올해만큼은 쉴 틈 없이 일만 하고 싶어요. 그래서 2009년이 딱 시작될 때 “지난해는 정말 바쁘게 잘 살았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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