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완(24·본명 김형수)과 송창의(29)가 열여덟 살 풋풋한(?) 소년으로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두 사람은 11월 6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감독 배형준)에서 전쟁으로 부모와 가족, 모든 것을 잃은 소년을 연기했다. 한국에서 <영웅 삼국지>로 알려진 일본의 유명 소설가 기타가타 겐조의 <상흔>(傷痕)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1953년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영화가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반면,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전쟁 직후를 그린 영화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배형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04년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지훈·김상돈 작가가 극본을 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또한, 김태희의 친동생으로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한류 스타 대열에 오른 이완과, 지난해 SBS 주말극 <황금신부>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최근 종영한 SBS <신의 저울>에서 의로운 검사 ‘장준하’로 사랑받은 뮤지컬 배우 출신 연기자 송창의가 각각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소년 ‘종두’와 이성적인 소년 ‘태호’로 분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두 배우 모두 20대가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소년을 연기한다는 데에 집중됐다. 10월 27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소년은 울지 않는다> 언론시사회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도 두 배우가 어린 소년을 연기하기 위해 쏟은 노력과 부담감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와 관련, 배형준 감독은 “18세 배역이라고 꼭 그 나이대가 연기해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18세 삶을 살아본 사람이 그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완과 송창의) 두 사람은 지금의 10대와 다른 1950년대 10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덧붙였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전쟁고아로 수용소에서 만난 두 친구 종두와 태호가 무법천지인 어른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이완과 송창의 외에도 <달콤한 인생> <개와 늑대의 시간> <바보>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이기영(45), <연애의 목적> <바보>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받은 박그리나(23), <원스 어폰 어 타임> <식객>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우직한 연기를 선보인 안길강(42) 등 조연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동갑내기 소년, 친구가 되다” = 전쟁에 부모 형제를 잃고 하루하루 끼니와 잠잘 곳을 해결해야 했던 소년들이 모인 수용소. 싸움 잘하고 다혈질이지만 의리 있는 종두와 또래에 비해 명석한 태호는 이곳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힘을 합쳐 미군 밀수품을 훔쳐내 지옥 같은 수용소를 탈출한다. “비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돈뿐” = 태호는 시장의 최대 조직 만기파를 찾아가 노점을 얻어내 종두와 함께 장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노점에서 자신들이 훔친 물건을 끼워 팔며 돈을 모은다. 태호는 무조건 많이 가진 자가 살아남는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종두는 만기파의 최고 주먹이자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명수를 동경한다. “돈과 금보다 더 좋은 것은 쌀” = 태호는 금보다 비싼 쌀을 모아 가격이 최고로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되파는 쌀장사를 결심하고 종두와 함께 만기파 몰래 시장통의 고아 소년들을 불러 모은다. 갈 곳 없이 방황하던 소년들은 이들의 계획에 동참하고, 쌀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를 돌보며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비밀은 깨지라고 있는 법, 목숨을 건 어른들과의 싸움” = 하지만 평화도 잠시, 쌀도 충분해지고 계획의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사실을 눈치 챈 도철은 종두와 태호에게 그 동안 몰래 모은 돈과 쌀을 모두 내놓으라고 위협한다. ■ 등장인물 “어른들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강한 자가 될 수밖에 없다”…종두 역(이완)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다혈질이지만, 의리 있고 정도 깊은 18살 소년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하고 비열한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그들에게 분노한다. 태호와 함께 쌀장사를 위해 모은 시장통 고아들의 맏형 노릇을 한다. “무조건 많이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 언젠가 큰 시장을 세우겠다”…태호 역(송창의)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은 물론 좋은 학교, 안정된 미래,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러한 극한상황도 태호는 명석한 두뇌 회전과 타고난 수완으로 헤쳐 나간다. 셈에 능하고 영리한데다 계획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는 대담한 면도 있어, 험한 시장통에서 여러 아이들을 챙기고, 다혈질인 종두를 적절히 제어하며 어른스럽게 가족을 이끌어간다. 언젠가 큰 시장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다. “주인 무는 개는 아예 이빨을 뽑아버리는 게 상책이다”…도철 역(이기영) 만기파 조직의 2인자로, 사사건건 자기 의견을 무시하는 명수를 제거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처리하는 인물이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시장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종두와 태호에게 가게를 내준 후, 왠지 거슬리는 소년들을 감시한다. ■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Q&A 10월 27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소년은 울지 않는다> 언론시사회. 이날 배형준 감독을 비롯하여, 이완·송창의 두 잘생긴 배우와 나눈 이야기를 풀어본다. 영화를 통해 특별히 얻은 것이 있다면? 영화는 처음인데, 굉장히 매력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와 달리 처음부터 원고를 보고 나름대로 연기 톤을 조절해서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첫 영화지만 제가 맡은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이완).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바뀐 것이 있다면?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패망 직후의 일본의 모습과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 모습이 굉장히 닮았죠(배형준 감독). 전체적으로 ‘페이드아웃’ 기법이 많은데, 의도한 바가 있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모습을 지긋이 밟고 가듯이 찍고 싶었어요. 정리하는 느낌이랄까요. 지극히 고전적인 방법이죠(배형준 감독). 열여덟 소년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우선 살을 많이 뺐구요. 말투와 목소리 톤 등에도 신경을 썼습니다(송창의). 못 먹던 시절의 소년이기 때문에, 우선 웨이트 트레이닝을 끊고, 유산소운동을 많이 해서 잔 근육을 길렀습니다. 종두가 나이는 열여덟이지만 속정이 성숙한 아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스럽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이완). ‘채찍 액션’을 하면서 많이 다쳤을 것 같다. 가르쳐주는 분조차도 생소한 액션이라고 저더러 혼자 연습하라 하더군요. 그래서 촬영 내내 채찍을 끼고 다니며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는데, 병원에 가도 진단서조차 나오지 않는 경미한 부상이 많아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허허(이완).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극한상황인데, 그때나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지금의 상황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직후의 모습을 통해, 아무리 극한상황이라 해도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배형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