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호 심원섭⁄ 2008.11.04 17:50:22
4월 9일 치러진 18대 총선 당시 광주·전남 지역 최대 격전지였던 무안·신안에서의 개표전은 한마디로 ‘피말리는 혈투’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금배지의 주인공은 텃밭갈이에 나선 정당 후보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무안 토박이’ 이윤석 후보였다. 이날 오후 6시 투표마감 직후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1위는 통합민주당 황호순 후보(34.0%), 2위는 무소속 김홍업 후보(32.2%)로 두 후보 간 예상 득표율차는 1.8%p에 불과했으나, 이 후보의 예상은 선거기간 내내 3위로 뷴류되면서 당선권과는 무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개표함을 여는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전남도의회 의장 출신으로 오직 지역만을 위해 일해 왔던 이 후보가 야금야금 득표율을 올리더니 개표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당선 유력’에 이름 석 자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기를 4시간 남짓, 김홍업 후보가 표차를 줄이기 시작하자 잠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희망론이 번지기는 했으나 김 후보의 희망은 거기까지였다. 어머니 이희호 여사와 동교동 가신들의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를 향한 표심은 이내 바닥을 드러냈고, 이 후보는 한 치의 엎치락도 없이 간발의 리드를 이어간 끝에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결과는 ‘1만6181표 vs 1만5718표’ 351표차로 전국 4대 격전지 중의 하나로 기록됐다. 이 후보는 당선 일성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산물 제값 받기와 농자재 비용 국비보전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신안지역은 관광특구로 지정해 지역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후보는 “농어촌 교육 특별법을 제정해 농어민 자녀 대학입학시 소득 수준에 따라 입학금을 차등 지원토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생활정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6개월, 이윤석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각 광역단체와 경찰청 등을 감사하면서 ‘송곳 질문’으로 피감기관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의원이 4·9총선에서 DJ, 민주당 등 ‘세습정치 세력’을 꺾고 금배지를 달았다면, 이번 국감에서는 ‘송곳 질문’으로 의정활동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선 의원으로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소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는데…. 사실 규모는 작지만 3선의 전남 도의회 의원과 의장을 거치면서 도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펼친 적이 있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전남이라는 작은 울타리였고, 지금은 국가라는 큰 테두리, 즉 광의(廣義) 측면이기에 준비하면서 공부도 훨씬 많이 했고, 초선으로서 20일 동안 진행된 국감을 통해 국정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국감에 대한 논란도 많다.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20일 동안 수십 군데 기관을 감사한다는 것은 수박 겉 핥기 식이며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라고 생각한다. 연례행사가 되다 보니 피감기관에서도 그날만 잘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여야합의를 통해 국감이 빈번하게 개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상시국감이 정착되어야만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경찰청 국감에서 여경들의 근무실태 등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10만 경찰 중에서 여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5,786명으로 전체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는데 각종 편의시설, 예를 들어 휴게실이나 탈의실 등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계속 늘어가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한 정부 정책이 아쉬었으며, 추후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지적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경찰대 존속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는데, 이 의원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경찰대학 출신들이 현재 약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대, 30대, 40대 초급, 중급 간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재학시절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초급 간부로 부임하여 능력을 발휘하면서 경찰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조직 내의 융화보다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도 경찰대학 폐지를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경찰대학 출신, 간부후보생, 순경 출신 등등의 균형적인 인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경부터 시작한 일반 경찰관들의 비애와 극도의 소외감은 사뭇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인사를 쿼터제로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출신군(出身群)별 상한선을 정하여 그 범위를 넘지 않도록 내부의 제도적 장치 확보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폐지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軍)을 잠시 언급하자면,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이 몇 개 있는데, 육사, ROTC, 학사장교, 3사관학교, 갑종 출신 등등이 있어 군 역시도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경찰 엘리트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 형식의 경찰대학을 운영하는 국가가 많다. 우리도 경찰대학이 문제라기보다는, 간부를 양성하는 방법에서 너무 경찰대학 출신을 우대하다 보니 문제가 불거지고 상대적으로 비경찰대학 출신들의 박탈감이 큰 게 문제인데, 인사에서 바로잡으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찰대학이 경찰의 ‘하나회’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 군사정부 시절 군 내에 육사 등 사관학교 출신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동기 밀어주기, 좋은 보직인사 등등 타 기관 출신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모든 것을 독식했던 군 내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물론 거기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찰대학 출신끼리 뭉치고 연대하는 등 부작용에 대해 언론과 국감 등에서 지적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렇잖아도 그들이 갖고 있는 우월의식·특권의식으로 인해 기존 조직이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만의 리그전이 전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경찰이 유모차 시위를 단속하고 붉은 악마 응원을 폄하하고 단속하는 것을 이 의원이 지적한 바 있는데…. 유모차를 동원하여 시위에 참가한 아이 엄마들을 아동학대죄로 처벌하겠다는 발상과 붉은 악마 응원단을 폄훼한 경찰당국의 견강부회(牽强附會) 식 논리는 그야말로 소아병적인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하는 매우 위험스런 발상으로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의 치과 보철, 보청기, 백내장 수술 등에 대한 국가지원을 요청했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그간 생산성 높이기 등 성장에만 치중하였으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라는 양 축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산업역군으로 나라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하신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삶의 질이 낮은 시골에는 병원도 없을 뿐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치과 치료나 보청기 시술, 백내장 수술 등을 이제는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책임지고 해드려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취지에 찬동하여 법안에 서명을 해주었으며,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연차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믿는다. 농산어촌 교육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삶의 질이 열악한 시골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요체이다. 고등학교 수업료 전액을 면제하고,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재학시 학사과정에 한하여 입학금·수업료의 절반과 남은 수업료 절반에 대한 대출이자를 지원토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119 구급대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는데…. 12시간 맞교대 근무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119 구급대원이 폭행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구급차량은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해 안전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본 의원에게 제출한 ‘119 구급대원 폭행피해 현황과 119 구급차량 보유현황 및 사고현황’을 분석해보니, 2006년 42건이던 119 구급대원 폭행피해가 2007년에는 81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 6월 말까지 40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급환자 이송 도중 만취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고가 빈발하여 구급대원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등 근무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부정선거감시단에 대한 신랄한 지적도 있었다.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18대 총선 당시 9,347명의 선거부정감시단이 사용한 예산은 181억5000만 원이지만, 적발하여 신고한 건은 832건으로 1인당 평균 0.09건에 불과한 반면, 예산은 건당 2,200여만 원이나 소요되어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많은 예산이 집행됨에도 감시단의 활동은 극히 미약하고 제한적인데, 철저한 교육을 통해서 연설현장과 각 후보자의 사무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지하철역 주변에 배치하여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며, 후보자 캠프 주변에 차량을 상시 대기하여 금품살포 현장을 적발할 수 있도록 미행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관위의 허위자료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였는가? 선거를 전담하고 있는 주무기관의 기강해이에 의한 허위자료 제출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관위는 당사자의 단순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근무기강의 해이가 극에 달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15대 이후 보궐선거 및 재선거 현황과 사유를 묻는 질의에 생존해 있는 분을 사망했다고 표기하는 등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광역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직한 사례로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도 당선무효로 인해 선거가 실시됐다고 말하는 등 가관이었다. 이 의원의 의정보고서 캐치프레이즈는 ‘일할 사람입니다’라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민을 위해 일을 할 생각인가? 내 지역구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적인 측면으로 볼 때는 성지(聖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년 만에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고, 여당의 당 대표를 길러낸 지역구이기에 그러한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주민의 삶의 질이나 재정자립도 등의 지표를 따지면 전국에서 최하위라는 불명예가 늘 따라다니고 있다. 지역발전이 더디었던 이유는 정치 지도자가 능력이 없었거나 무능해서가 아닌, 지역발전을 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없었기에 10년 동안 정체되었던 것이다. 지역에 터전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정체현상을 도저히 용인할 수가 없었다. 선거구호도 미사여구가 아닌 단순한 구호 “이윤석은 일할 사람입니다”로 정해서 주민에게 호소한 결과 그 진정성을 믿어주신 분들이 나의 후원자와 지지자가 되어주었고, 나는 생각하며 발로 뛰고 실천하는 움직이는 봉사자, 늘 주민 편에 서서 그 분들과 고락을 함께 나누는 겸손한 일꾼이 될 것을 맹세한다. 추후 은퇴하면 지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사람에 따라 특정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며, 호불호(好不好) 역시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임기 동안에 포퓰리즘에 빠져서 그야말로 인기영합적인 발언이나 튀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앞만 보고 지역 주민과 국민을 생각하면서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칠 작정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해 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먼 훗날 나를 아는 분들이나 지지한 분들의 뇌리에 “이윤석 의원은 참 겸손하고 인사성 있고 부지런하고 일도 많이 하여 지역발전을 크게 앞당긴 썩 괜찮은 국회의원이었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나의 삶은 성공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