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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개인전 7. 21~8. 4 우덕갤러리

후각적 표현과 평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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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28,129호 편집팀⁄ 2009.07.28 23:59:47

정용도(미술비평)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묘사하는 사물에 대한 관심은 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의 어떤 부분이 투영되어 있거나, 사물이 상기시키는 기억으로 인해 작가 자신이 가지게 되는 정서의 밀도 때문일 것이다. 박미연의 회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과일은 두 가지 면에서 작가의 회화적 밀도를 반영한다. 첫 번째는 과일이 가지고 있는 향기이고, 두 번째는 과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채와 관련이 된다. 화면위의 과일들은 온전한 모양이 아니라 너무 익어서 벌어져 있거나 썩어가고 있다. 바로 이 상태에서 과일의 향기가 가장 강하게 발산된다. 썩기 직전과 썩어가면서 나는 과일의 향기는 인간을 비롯해 많은 곤충을 유혹할 만큼 강렬하다. 과일의 향기는 과일 주변의 공간을 평등하게 채우게 된다. 과일 향기에 대한 기억들은 작가의 화면에도 영향을 주어 화면의 평면성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면에서 작가 작품의 화면 위의 과일들은 탈원근법적인 형태적 속성을 가지고 묘사된다. 즉 과일이 평면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모양을 보여주는데, 화면의 여백 부분들은 마치 과일의 향기를 묘사하듯이 점으로 채워져 있다. 여백의 점들은 작가의 사물(과일)을 바라보는 시지각적인 태도를 보여주는데, 그 점들은 과일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전경의 과일들과 하나의 매질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과일의 향기를 색채적으로 표현하는데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예를 들면 벌과 같은 곤충을 그려 넣는 소박한 사실주의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한계를 화면의 평면성을 통해 극복한다. 즉 향기는 공간 속에 항등적으로 분포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과일과 향기는 박미연 회화의 주제가 되지만, 이론적인 차원에서 작가의 작품을 분석한다면 그녀의 작품이 캔버스의 평면성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그린버그가 말하는 평면성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더니즘적인 특성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캔버스에 평면성을 도입하기 위해 다른 부분들을 인위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일의 향기라는 후각적인 매체를 통해 필연적 특징으로서 평면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삶의 개인적 이상향을 상정하고 있는 모더니스트들의 예술적 특성을 화면에 반영하고 있는 작가의 태도는 그녀가 예술을 삶처럼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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