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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장식적 조형언어 속에 잠입한 심상의 표현 의지

Jamie M.Lee 개인전 9.16~10.11 옆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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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9호 편집팀⁄ 2009.10.13 16:51:32

김성호(미술평론가, 중앙대 겸임교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제이미 리의 국내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녀의 회화에는, 흩뿌려지듯이 떨어진 물감층이 밑 색을 덮고 그 위에 다시 올라서기를 반복하거나 거꾸로 물감층이 화면의 배면으로 스며들듯이 잠입하는 상반된 조형 실험들이 화면의 풍요로운 경영 속에서 쉼 없이 교차한다. 그뿐 아니라, 아크릴 물감과 염료, 펄이 들어간 물감, 마킹 펜, 잉크는 물론이고 반짝이, 젤, 실, 종이 콜라주와 같은 다양한 재료가 혼용되고 있다. 곡선과 직선의 교차, 배경과 이미지의 공존, 그리기와 표현하기가 미묘하게 섞여드는 그녀의 회화는 마치 하나의 심포니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킨다. 거칠게 휘두르는 붓질과 꼼지락거리는 세필의 흔적이 음악처럼 섞여들고 율동하고 있는 탓에, 화면은 오묘한 다양성들로 풍요로워진다. 이런 요소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면서 작품 보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조형요소들의 하모니를 강조하는 세련된 조형미를 통해서 장식적인 화면을 창출해내는 그녀의 회화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런 계기는 관객과 ‘무언의 언어’로 ‘미적 소통’을 도모하려는 작가의 능력에 기인하는 측면마저 없지 않다. 미적 소통이란 일반적인 담화 수준의 메시지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소통이다. 일반적으로 회화라는 미술이 ‘너(작가)와 나(관객)’ 사이의 ‘말 없는 소통’을 도모하고 있음에도 나(관객)에게 크나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까닭은 솔직한 ‘감정의 언어’를 메시지로 삼는 탓이다. 제이미 리 역시 이러한 감정의 언어에 충실 하고자 한다. “내 작업의 의도는 감정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언어는 내 감각의 경험과 특정 시기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 기억들은 캔버스 위에서 추상화로 재탄생되며, 이를 통해 나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녀의 ‘감정의 언어’라는 것은 결국 ‘심상(心狀)에 대한 상(象)’, 즉 심상(心象)’에 대한 표현의지를 발화시키는 조형언어가 된다. 그것은 색, 화면 배치, 재료 기법을 통한 다양한 조형 형식을 통해서 발화된다. 그런데 우리의 감정 혹은 심상이라는 것이 어디 즐거움, 행복과 같은 것뿐일까? 그녀의 그림 어디에서도 슬픔, 괴로움, 노여움 같은 심상을 쉬이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흥미로운 것은, 전시 주제인 스위트 원더(sweet wonder)에서 원더가 경탄, 경이로움이라는 뜻 외에도 불신감, 불안, 의심 따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듯이, 그녀 역시 슬픔, 괴로움과 같은 부정적 심상조차 밝고 경쾌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위트 나이트매어(Sweet Nightmare)’같은 작품은 대표적인 예이다. 검은 바탕 화면 속에서 발랄한 색들이 살아 꿈틀대는 그녀의 작품은, 가위눌린 듯 곤한 잠을 깨우는 악몽의 세계조차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는 달콤한 여행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듯하다. 결국, 작가는 조형언어의 외연적 장식성 속에 자신의 다양한 심상들의 표현 의지를 살포시 숨겨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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