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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무대에서 부르는 아리아 들으러 오세요”

코믹 뮤지컬 <테너를 빌려줘>의 극단 코러스 이혜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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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3호 이우인⁄ 2010.01.18 11:59:33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사랑을 이미 10년 전에 ‘예측’하고 노래로 부른 여자가 있다. 장동건·고소영이 처음 함께 출연한 영화 <연풍연가>(1999년 작)의 주제가 <우리 사랑 이대로>를 가수 주영훈과 함께 부른 배우 이혜정(36, 극단 코러스 대표)이다. 최근 두 슈퍼스타의 사랑 공개로 이 영화와 노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혜정 씨는 “이혜진이란 가명으로 얼떨결에 부른 주제가였지만 그때 인기를 누려 기분이 좋았는데 10년 뒤에 또다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니 너무 뿌듯하네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혜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테너를 빌려줘>에서 미모의 소프라노 가수 ‘다이아나’ 역으로 열연 중이다. 이 연극을 본 한 40대 남자는 “소프라노 가수 역으로 나온 배우가 주연도 아니고 나오는 시간도 길지 않지만 미모나 연기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공연 중인 극장에서 만난 이혜정은 2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배우였다. <테너를 빌려줘>는 극 중 세계적인 테너 티토가 사망한 것으로 오인되는 소동 속에서 벌어지는 ‘오페레타식 코믹 상황극’으로, 2007년 국내에 초연된 뒤 매해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극단 대표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이혜정의 열정이 궁금했다. <연풍연가> OST를 부른 가수라는 사실은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확인됐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녀는 대학교 4학년 때 <명성황후>로 뮤지컬을 처음 경험했다. 이후 <겨울나그네> <행복한 왕자> <갈매기> <보이체크> <햄릿> <아버지> <39계단> 등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며 무대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드라마 <아이리스> <그대 웃어요>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윤주상과 2005년에 극단 코러스를 창단해 살림을 맡고 있다. 극단 코러스는 <크로이체르 소나타> <아버지> <테너를 빌려줘> <해피 프린스> 같은 뮤직 드라마와 초청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제작했다. 배우로서, 극단의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이혜정에게서 <테너를 빌려줘>에 대한 얘기, 그녀의 인생과 목표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젊은 나이에 극단을 창단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4년에 예술의전당에서 <갈매기>라는 연극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프로로서는 처음 무대에 서게 됐고 많은 것을 느꼈죠. 극단은 윤주상 선생님, 협력연출 함영준 단국대학교 러시아문학과 교수님과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마음이 잘 맞아서 만들었습니다. 두 분과 “진지하게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 만든 극단입니다. 배우 또는 대표로 무대에 서는 기분은 어떻게 다른가요? 배우만 할 때는 역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대표직과 병행하려니 에너지를 양분시킬 때가 있어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표로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은 좀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일 때는 수동적이었던 반면, 지금은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게 돼 성격도 좋아진 것 같고요. <테너를 빌려줘>란 작품을 만든 계기는요? 외국에서 <테너를 빌려줘>를 재미있게 보고 왔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국내에서도 공연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바로 미국의 에이전시에 연락해서 라이선스를 사고 싶다고 했고, 에이전시 측에서도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테너를 빌려줘>는 어떤 작품이죠? 초연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흥행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자인 켄 류드빅(Ken Ludwig)이 코미디 상황극으로 굉장히 유명해요. 믿을 만한 작가가 쓴데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된 작품이라는 점이 라이선스를 사게 했죠. 국내 반응도 외국에서만큼 폭발적인가요? 처음엔 연극으로 시작했어요. 원작에도 노래는 단 한 곡밖에 없고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초연 때 성악을 부전공하거나 성악을 할 줄 아는 친구 두 명이 출연해 노래를 몇 군데 넣었어요. 연극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오페라 아리아에 대한 주문이 쇄도해 정말 놀랐어요. 그때부터 시즌 때마다 노래를 계속 추가하다 보니, 지금은 뮤지컬이란 장르로 공연하게 됐습니다.

관객층은 어떤가요? 청소년부터 60대까지 다양합니다. 30~40대가 가장 많고요. 극의 상황 자체는 젊은 사람이 공감할 만하고, 오페라 아리아는 어른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유학파와 오페라 가수들을 소극장 무대로 부를 때 힘들지 않았나요? 적자 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대학로의 여타 소극장 상황극보다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상황극이면서 음악이 가미되는 공연을 원하기 때문에 시즌이 거듭할수록 성악 전공자를 찾게 되더군요. <테너를 빌려줘>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정식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고, 그중에는 10년 동안 독일에서 성악을 전공한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악 전공자 중 뮤지컬에 진출하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저희 공연은 무대와 성악을 함께 하려는 분들의 데뷔 무대가 된 셈이죠. 지금처럼 뮤지컬 형태로 <테너를 빌려줘>가 계속 공연돼 성악 전공자들이 무대로 진출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테너를 빌려줘>는 외국에서도 뮤지컬인가요? 외국에서는 뮤지컬이 아니라 연극으로 공연되는 걸로 압니다. 무대 구조 등 공연의 큰 요소는 한국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대사와 노래에 나오는 외국어는 실제 언어입니까? 그럼요(웃음). 모두 이탈리아어인걸요. 저희 공연에는 유학파와 이태리에서 살다 온 분들이 많아요. 알고 보면 심한 이탈리아말 욕도 한답니다. 한국 관객들은 모르지만, 안다면 훨씬 재밌겠죠. 초연에서 ‘메기’로 나왔는데, 다이아나와 메기 두 인물 중 자신이 어디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역할을 맡든 배우이기 때문에 다 할 수 있는 소질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에 맞춰서 그 소질을 뽑아 극대화시키는 거죠. 이번 무대는 다이아나 역에 적절한 배우가 나타나면 맡기려 했는데, 성악과 연기를 같이할 배우가 없더군요. 그래서 다이아나 역에 도전해봤어요. 그리고 뮤지컬 발성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성악 발성이 돼야 스케일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티토 오빠(최윤호)한테 공짜로 레슨을 받았구요. 앞으로도 배우 일을 병행할 생각인가요? 배우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제작은 처음부터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하게 된 거고요. 물론 제 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뭔가 해 나가는 일도 성취감이 있죠. 역량이 된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면서 배우로도 잘해 나가고 싶어요. 미인인데다 실력도 출중한데, 영화나 드라마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통로를 닫아놓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진출하려 한 적도 없어요. 영화 출연 제의는 몇 번 왔는데, 노출이 있거나 부담스러운 역할이어서 거절했고요. 물론 배우라면 노출 신 따위 상관없지만, 당시 매니저나 에이전시가 없는 상태여서 출연이 부담스러웠어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지금도 할 생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윤주상 대표가 다리를 놔주진 않나요? 선생님도 방송 활동을 하신 지 얼마 안 돼서요(웃음). 아직 그쪽 세계를 잘 모르지만, 배우는 선택당하는 입장이거든요. 선생님도 지금은 나설 입장이 아니신 것 같아요. 뭐, 좋은 기회는 항상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비해 너무 날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배우라서 자기관리는 늘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라 보여도 워낙 운동을 많이 해 근육질이랍니다. 제가 먹는 모습을 보면 다들 놀라죠. 기초대사량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공연이 2개월 정도 남았는데 <테너를 빌려줘>의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테너를 빌려줘>는 유쾌한 상황극이기 때문에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오페라 아리아를 잘 모르는 분에게도 익숙한 아리아가 많고, 아리아들이 이탈리아어라 의미는 전달이 안 되지만 상황에 딱 떨어지는 아리아거든요. 물론 가사의 내용을 알고 관람하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표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앞서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아! 저 배우라면 믿음이 간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는 일이 첫 번째 의무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로서 작품을 정성 들여 잘 만들고, 관객과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꿈이기도 하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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