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준희 연세의료원 심장혈관병원 교수 호흡이 이뤄지는 메커니즘 지난 호에도 설명했듯이, 호흡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응급 환자를 처치할 때 A→B→C의 순서에 따르게 되는데, 제일 처음의 A가 바로 Airway(기도)의 확보이다. 그만큼 생명에 호흡이 우선이며, 호흡은 우리 몸의 조직에 제일 중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조직에는 이 산소가 필수이다. 우리의 코를 통하여 흡입된 공기 중의 산소(O2)는 폐로 유입된 후 다시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에 붙어 심장으로 들어가 심장의 강력한 힘(혈압)에 의해 우리 몸의 모든 조직으로 운반되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게 된다. 또한 조직에서 유출된 이산화탄소(CO2)는 다시 헤모글로빈에 의해 심장으로 들어가 폐로 운반되고 이곳에서 폐의 호흡 작용으로 코를 통해 몸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그림1).
이때 헤모글로빈에는 O2 이외에 CO2도 붙어서 이동하게 되는데, 우리가 입을 벌려서 CO2를 너무 많이 방출하는 경우 CO2가 붙어 있어야 할 헤모글로빈에 O2가 붙기 때문에 조직에 가서 O2가 충분히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들여오고 내보내는 주 역할은 2개의 폐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폐를 확장하여 공기를 들이마시고 수축하여 공기를 내보내는 작용은 폐를 둘러싸고 있는 가슴뼈(흉골, 胸骨)·갈비뼈(늑골, 肋骨) 등에 붙어 있는 근육과 횡격막(橫隔膜)이 담당하고 있다. 즉, 숨을 들이쉴 때는 가슴뼈와 갈비뼈의 근육들이 흉곽을 넓혀주고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 폐를 확장시키며, 숨을 내쉴 때에는 반대의 작용을 하게 된다(그림2).
입으로 숨을 쉬면 안 되는 이유 우리가 호흡하면서 공기를 들이마실 때, 몸 밖에서 코로 들어온 차고 건조한 공기는 콧속의 비강(鼻腔)과 부비강(副鼻腔)을 지나면서 적당하게 데워지고 습해져 이 공기가 기관을 거쳐 폐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폐가 몸 밖의 공기를 받아들일 때 급작스러운 온도·습도 변화에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생리적 방어기제(防禦機制)이다. 이 방어기제가 없다면 폐는 밖에서 들어온 차고 건조한 공기에 의해 심한 자극을 받아 손상을 입게 된다. 또한 비강과 부비강의 표면은 섬모(纖毛)라는 가느다란 털과 점액선을 갖는 섬모상피(纖毛上皮)로 덮여 있어, 공기가 들어오면 공기 속의 잡균·먼지 등을 이곳에 달라붙게 하여 섬모가 이를 밖으로 내보내게 된다. 이 이물질이 코로 배출되면 콧물이 되고 , 반대로 목으로 넘어가면 가래가 된다. 그런데 만약 코로 숨을 쉬지 않고 입으로 숨을 쉬면 이와 같은 방어기제를 외면하는 결과가 된다. 코로 들어온 공기와는 달리, 입으로 들어온 공기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되지 않고, 그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잡균과 먼지도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①산소 공급이 충분하게 되지 않는다. 코로 호흡을 하면 입으로 호흡을 할 때보다 3~5배의 공기가 유입된다. ②입에 타액(침)이 쉽게 말라 타액의 항균 작용이 약해져 세균 번식이 쉽고 입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③폐의 기능이 약화된다. ④횡격막과 늑간근육 등 호흡을 돕는 근육이 발달되지 않는다. ⑤장의 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 ⑥코를 골게 된다. ⑦미관상으로도 좋지 못하다. ⑧나이가 들면 얕고 빠른 호흡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입으로 숨을 쉬는 현상, 즉 구강호흡(口腔呼吸)의 습관을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아래에 열거한 7가지 항목 중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에 체크한다. ①평소에 입을 열고 다닌다. ②코가 항상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③입을 닫고 코로 숨을 쉬어보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 ④아침에 일어나면 입 안이 말라 있다. ⑤코를 심하게 곤다. ⑥운동을 할 때 조금만 숨이 차도 입을 벌리고 호흡을 하게 된다. ⑦편두통이 있다. 위의 항목 중에서 3개 이상이 자신에게 해당할 경우, 자신은 느끼지 못해도 평소에 코보다는 입으로 숨을 쉰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