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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딸기’로 시작해 온갖 감정을 표현

순간적으로 변하는 감정을 여러 형태로 담아내는 김명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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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9호 김대희⁄ 2010.03.02 15:54:01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게 있어 감정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소통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감정은 크게 기쁨과 행복, 슬픔과 불행 등으로 나뉘지만 실제 인간의 감정은 수만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 수줍은 듯 붉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딸기에 빗대어 나타낸 작가가 있다. 서울 삼양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명화 작가는 ‘딸기 작가’로 주목받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빨간 딸기가 작품의 주인공으로, 수줍은 소녀 마냥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 “작품 소재에 있어 외형적인 차별성을 주고 싶었는데, 빨개지는 얼굴과 수줍은 것들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다보니 딸기와 맞아떨어졌고 그렇게 감정을 전달했다. 나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많은 공감을 해줬다.”

사실 작가가 딸기를 소재로 선택한 계기는 정말 간단했다. 어떠한 사건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순히 딸기를 먹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오던 시간에 비하면 한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이 더 잘하는 표현방법은 포기” 감정을 작품에 담아 표현하는 김 작가의 처음 작업은 오리였다. “가장 처음 작업은 오리를 소재로 했었다. 오리는 걸을 때 뒤뚱거리고 물 위에서는 안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발버둥을 치듯 헤엄치는 모습이 왠지 감정 표현에 서툰 모습과도 같아서였다. 생각해보면 서툰 감정표현을 작품에 담았지만 작품 자체도 부족하고 서툴렀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작가의 작품에 딸기만 있는 건 아니다. 딸기뿐 아니라 영웅들의 이야기도 다뤘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들의 모습이 흘러내리거나 녹아내리고 있다. 하지만 ‘영웅 작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영웅은 다른 작가들도 많이 다루고 있고 오히려 나보다 더 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을 보고 접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올해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인 김 작가의 작업실에는 딸기보다 새롭게 작업 중인 작품이 눈에 더 띄었다. 사춘기 소녀처럼 감정이 예민한 작가가 최근 작업하는 감정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다. 이쯤 되면 작가의 심정을 눈치챌 수 있다. “요즘 작업에 대해 생각이 많고 힘들었나 보다.”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담기 때문에 현재 작가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작품 그 자체가 된다.

덕지덕지 뭉친 물감으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 현재 작업도 어찌 보면 딸기가 그랬듯 우연한 계기에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많은 고민에 휩싸인 김 작가는 작업실에서 남아 있는 물감을 보며 이것도 짐이 된다는 생각에 작은 인형(피규어)에 물감을 덕지덕지 붙이다가 지금의 작업이 나왔다고 한다. “힘들 때 여러 가지 꿈도 꾸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힘겨운 느낌을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김 작가는 재미있으면서도 이야기가 많은 작업을 목적으로 하는데, 각각의 딸기 작품에도 모두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재밌고 쉽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작가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기 다른 딸기 작품마다 모두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보통 딸기를 캐릭터로만 볼뿐 이야기를 알려 하지 않아 서운하다. 앞으로 딸기보다는 작업 주체를 그리고, 일반적인 감상을 넘어 이야기까지도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말했다. 2월 27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갤러리 리즈에서 올해 첫 개인전을 가질 준비에 한창인 김 작가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딸기를 벗어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 딸기만을 고집하고 원한다. 대중이 한 작품만을 기억하는 건 작가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만 발목이 잡혀 다른 작품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의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해가는 작가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김 작가는 “올해는 감정의 개념을 다시금 정리하고 더욱 진지하게 풀어내고 싶다. 아직도 딸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새로운 작업과 병행할 계획으로 쉽고 재밌지만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제 딸기(수줍음)를 넘어 더 많은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김 작가의 다음 감정은 어떻게 변할지, 어떤 감정이 담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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