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6세기 영국. 부하들을 데리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약탈을 일삼던 극악무도한 솔로몬 케인(제임스 퓨어포이 분)은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악마 ‘리퍼(저승사자)’에게서 도망친다. 도망친 수도원에서 그는 자신의 영혼을 구원받기 위해 절대 살육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수도원도 은신처가 되지 못하자, 그는 수도원을 나와 외로운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윌리엄 가족을 만나 생애 처음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평화도 잠시, 악마 군단이 윌리엄 가족을 몰살시키고 순수한 딸 메레디스(레이철 허드우드 분)를 납치해 사라진다. 윌리엄(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분)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메레디스를 구하러 다시 외로운 길을 걷는 솔로몬. 그러나 한 악마의 무리에게서 메레디스가 이미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죽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남자가 돼 버린다. 악마 군단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힐 위기를 맞은 솔로몬은 메레디스의 외침을 듣고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주술사의 손아귀에 들어간 액스마우스 성으로 향한다.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액스마우스 성에서 오래 전에 자신을 내쫓은 아버지이자 성의 군주인 조시아 케인(막스 본 시도우 분)을 만난다. 큰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주술사와 계약을 맺고 지하 감방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아버지를 본 솔로몬은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악마의 술수에 빠져 꼭두각시로 전락한 가면의 남자가 바로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한 친형 마커스(사무엘 루킨 분)임을 깨닫는다. 솔로몬은 메레디스를 구하고 마커스를 악의 무리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마 군단에 맞서는 퇴마 전사 솔로몬 케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소설 <솔로몬 케인>을 스크린에 옮긴 3부 시리즈 중 1부다. 3월 25일 개봉되는 1부에서는 살인병기이자 악당이었던 솔로몬 케인이 영웅의 면모를 갖추는 변화의 과정을 그린다. <솔로몬 케인>은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 <반헬싱> <블레이드> <콘스탄틴> 등 다양한 판타지 소설과 영화에 영향을 준 로버트 E. 하워드의 위대한 원작, 그리고 ‘제2의 피터 잭슨’으로 꼽히며 판타지 영화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마이클 J. 버세트 감독이 손을 잡은 영화다. 여기에 <아바타>의 시각특수효과팀, <미이라>의 의상팀, <트로이>의 무술팀이 모여 10년이 넘는 긴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었다. 그러나 첫선을 보인 1부는 도입부터 산만해 솔로몬이란 인물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다. 리퍼에게서 달아나 수도원에 숨어 살던 솔로몬이 윌리엄 가족을 만나 메레디스를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뒤 메레디스의 비보를 듣고 절망하지만 다시 부활해 악의 군단을 물리치는 모습이 10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숨 가쁘게 몰아친다. 그래서, 스케일이 큰 소설의 일부분을 짧은 시간에 구겨 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솔로몬이 악인에서 선인으로, 그리고 다시 악을 처단하는 퇴마 전사로 변하는 과정도 너무 빠르다. 또 ‘악의 화신’ 말라치(제이슨 플렘닉 분)의 등장과 퇴장도 급하게 마무리돼 헛헛한 웃음이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어두운 분위기는 기분마저 우울하게 만든다. 졸리고 하품 나오는 지루한 영화는 많다. 그러나 <솔로몬 케인>은 적재적소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과 대사를 심어놔 몇 번을 크게 웃을 정도여서 지루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관객은 책부터 먼저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