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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같은 그림일기로 꿈을 표현합니다”

깔끔한 극사실적 표현에 유머·이야기 담는 송형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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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3호 김대희⁄ 2010.03.29 14:01:51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낙서는 장난으로 아무 데나 글자, 그림 등을 남기는 행동으로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이 같은 낙서에는 간단한 스크래치 표현에서부터 정교한 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에어로졸 스프레이를 사용한 낙서를 그라피티(Graffiti)라고 부른다. 그라피티는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화랑이나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만큼 예술적이기도 하다. 경기도 분당 작업실에서 만난 송형노 작가는 마치 담벼락 낙서처럼 친근하면서도 살갑게 다가오는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송 작가의 작품은 초현실과 극사실적으로 표현됐지만 결코 상상의 세계와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 아닌 무척 깔끔하고 깨끗한 화면을 보인다. 어릴 적 동네 담벼락은 송 작가의 낙서장이었으며 분필이나 크레용이 없더라도 돌 하나면 충분했다고 한다. “마구 그어대기도 하고 ‘아무개 바보’도 적어보고, 갖고 싶은 자동차·장난감도 그려보고 했다”며 “단순히 그린다는 놀이를 떠나 하고픈 이야기나 소망을 그린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그림에 대해 정물화도 풍경화도 아니라고 말하는 송 작가의 그림은 뛰어난 재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담벼락에 그렸던 낙서의 연장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과 꿈을 담은 그림 일기다. “그림 일기는 나의 꿈과 나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며 나의 꿈을 실현시켜가는 것이다. 나의 그림에는 세 가지 정도의 패턴이 있는데 대부분 그림마다 보이는 인공적인 석벽은 비구상적으로, 현재 상황, 현실, 현대를 살아가는 나와 현대인의 삶의 무대를 상징한다.”

송 작가의 말처럼 대부분 그림에는 석벽이 등장하는데 석벽은 전체 작업 중 물감의 80~90%가 쓰일 정도로 중요한 소재다. 그 위에는 말이나 낙타 그리고 거위 등 동물이 올라가 있는데 어찌 보면 위태로운 상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현실을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그 뒤로 보이는 배경은 또 하나의 캔버스가 되며 그림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실제 테이프를 붙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요소가 작품에 재미를 더 한다. 송 작가는 뒤 배경을 통해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그려 넣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석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NH라는 표식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마치 그림의 일부분인 냥 자연스럽게 동화돼 버린 작가의 사인이다. “어렸을 때 돌담에 ‘XX 바보’라고 낙서하던 것이 미술 작업의 시작. 누구나 한 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그림을 그린다” 사실적이지만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송 작가는 게임 회사에서 7년여 간을 일한 적이 있다. 여기에 의류 쇼핑몰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됐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송 작가의 전공은 다름 아닌 바로 회화였다. 2007년 3월 회사도 쇼핑몰을 뒤로 한 채 송 작가는 그림만 그리고자 전업작가 전선에 뛰어들었고 같은 해 9월 정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토끼를 선물 받으며 토끼와 얼룩말, 호랑이, 돼지 등 동물을 등장시키며 자신의 일상과 꿈, 가족의 꿈 등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고 좋다는 송 작가는 “억지로 초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은근한 은유를 담아 누구나 한 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아이디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송 작가 또한 그림의 콘셉트 고민으로 구상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사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데 이때는 여러 가지 공상을 하고 이미지도 생각하면서 보낸다”고 말했다. 송 작가의 인기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작가는 그림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과 함께 미술계도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송 작가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작품을 판매한 젊은 파워 작가로, 작업실에도 작품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올해는 언제나 그랬듯 작업에만 몰두하겠다는 송 작가는 “전업 작가로서 힘든 점도 많지만 현재 삶에 만족할 만큼 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작품은 그림 일기이기에 살면서 생기는 사건과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앞으로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더 나올 예정으로, 그림의 패턴도 다양하게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꿈과 희망 등 화사하고 밝은 이야기와 함께 재미있는 유머도 함께 담긴 송 작가의 그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과의 행복한 그림일기로 그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캔버스에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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