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혜학교에 다니는 서 모 군(14)은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 환자다.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유전병이다. 서 군은 초등학교 입학 때쯤부터 걷기가 힘들어졌으며, 증세가 점점 악화돼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근육이 약해지면서 척추까지 휘기 시작해 학교도 못 다닐 지경이 됐다.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을 수술로 바로잡아주려면 1000만 원 정도 수술비가 드는데, 서 군의 부모가 어려운 경제 형편 탓에 의료급여 1종 대상자여서 수술은 꿈도 못 꾸는 상태였다. 장애인 척추측만증 청소년에게 사회단체 성금 받아 무료 수술 베풀어 이런 가운데 작년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무료 수술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서 군은 작년 12월에 이 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의 집도로 무료 수술을 받았으며, 100도 이상 각도로 심하게 휘어졌던 척추가 바로잡히면서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은 정상인에게 생기는 원인불명의 증세도 있지만, 서 군처럼 근육병-뇌성마비 등의 병 때문에 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처럼 병으로 휘는 경우는 대부분 장애인시설에 수용된 청소년인 경우가 많다. 가정 형편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가 전국 장애인시설에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고려대 구로병원 서승우 교수는 5년 전 이들을 돕기 위한 ‘척추측만증 무료수술운동본부’를 만들었다. 병원 측의 지원과 사회복지재단-기업(세이브더칠드런·인터알리아·LIG손해보험·남촌재단 등)의 지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특히 지방의 장애인시설에 수용된 청소년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기 시작하는 운동이었다.
지난 5년 간 서 교수 팀은 매년 50명 정도씩 250여 명에게 무료 척추측만증 수술을 해줬으며, 작년 10월에는 고려대 의대 동문과 정형외과 의사들이 참여하는 한국척추측만재단을 만들어 무료 수술 사업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재단의 첫 사업 중 하나로 서 교수 팀은 고대 구로병원 바로 앞에 ‘근육병 환아를 위한 쉼터’를 오는 5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30평 규모로 마련되는 이 쉼터에는 근육병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아무 때나 방문해 호흡 재활치료(호흡 근육이 약해져 호흡이 점점 힘들어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는 재활치료법) 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정 형편 어려운 환자들 쉽게 재활치료 받도록 쉼터 곧 오픈 근육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호흡근육이 마비되면서 호흡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인데, 여태까지는 대학병원 등에서 장시간 대기한 끝에 겨우 20~30분 정도만 호흡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서 교수는 소개했다. 이런 근육병 환자들 중에는 당연히 척추측만증 환자가 많다. 앞으로 쉼터가 문을 열면, 환자 청소년과 부모는 쉼터를 방문해 호흡 재활치료를 받거나, 맞벌이 부모는 자녀를 이곳에 맡기고 일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쉼터는 인터알리아(미술품 온라인 경매 등을 하는 업체)가 5000만 원을 지원해줘 장소를 마련하고, 근육병 환아를 돌볼 인력은 구로구청이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사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병원과 지역사회,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 서 교수는 “쉼터 이용자에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구로구 지역의 저소득층 환아·부모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며 “병원과 지역사회·기업이 힘을 합쳐 근육병 환자를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국내에서 첫 사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