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호 이우인⁄ 2010.05.03 15:16:19
거리 가수 ‘빌리’와 가수 지망생 ‘루아’가 우연히 거리 공연을 함께하면서 묘한 감정이 싹트는 이야기. 5월 6일부터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을 앞둔 뮤지컬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헤드윅>에 주인공 헤드윅 역할로 출연하셨죠. 라이브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 익숙할 것 같은데요, 이런 뮤지컬의 장점 혹은 단점은 뭔가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은 텍스트가 있긴 해도 틀이 꽉 찬 대본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가 조금 자유로울 수 있어요. 작품의 기승전결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배우의 자유의지를 개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거든요. 제가 <헤드윅>을 할 때는 공연 한 회에 할 수 있을 법한 실수를 모두 했대요. 제가 유일하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도 <헤드윅> 때의 트라우마(상처)가 작용하지 않을까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웃음). 단점을 꼽자면 ‘양날의 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친 상황에서도 관객의 내재된 욕구를 끌어올려야 하는 배우의 역할이 장점이자 단점이죠.” -아역 배우의 이미지 때문에 성인 배우로 입지를 굳히기가 힘드셨을 텐데요, 성인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배우 지망생 또는 아역 배우를 키우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의 의지와 주변의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영악하더라도 사리판단은 모자라거든요. 주변에서 얼마나 그 아이를 옳은 길로 끌어주느냐가 중요해요. 그 다음엔 본인이 어른들의 채찍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습니다. 주위에서 아무리 조언해줘도 내가 모르면 꽝이니까요. 이 두 가지가 잘 섞이고 융화돼야 아역 출신이 성인 배우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역 배우의 이미지는 완전히 벗어났나요? “일단 어린 연령층의 관객은 제가 아역 배우인 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아신다면 검색을 해서 아는 정도죠. 제 나이 또래 분들이나 비슷한 분들은 제가 아역 배우였다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알지만요(웃음).” -많은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지셨는데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입지를 다졌다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축에 내가 속하는구나’란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할 때는 나이가 많은 축이 아니었거든요. <그리스>를 할 땐 40대 선배들도 있었어요. 한 번은 행사를 도와달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제 대기실이 무대와 제일 가까운 1번 방인 거예요. 이 방은 고참들에게 주어지거든요. 당시 김동호·김호영과 같은 방을 썼는데, 두 사람은 다른 방 또래에게가 있는지 없고, 저만 혼자 그 방에 남게 됐어요. 그리고 선배라 어려워해서인지 다른 배우들이 모두 저한테 접근하지 않는 거예요. 그때 든 생각이 ‘내가 벌써 이런 상황이 됐나?’였어요. 제가 젊을 때는 지금 제 나이 또래 선배들과 살갑게 지냈는데, 격세지감이 들어 서글프더라고요. 그런데 뮤지컬 <남한산성>을 할 땐 기분이 좋았어요. 주연 배우 중 나름 막내급이었거든요. 하루는 (이)정열 형이 ‘수용아 커피 타 와라’ 하는데 그 말에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라요. 식사할 때는 (배)혜선 누나가 ‘막내는 안 내도 돼’라고 해 너무 좋았어요(웃음).”
-김수용을 대표하는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뱃보이> <햄릿> <헤드윅>, 이 세 작품입니다. <뱃보이>는 제가 진짜 사람 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유명세를 탄 작품이고, <헤드윅>은 ‘시즌3’까지 가장 러닝타임이 길었던 배우가 저라는 이유 때문이죠. 이 때문에 지루하단 사람도 있었지만, ‘김수용은 처절한 헤드윅이었다’ ‘정말 바닥을 친 헤드윅이었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햄릿>은 원종원 교수님(순천향대학교)이 ‘너에게 정말 잘 맞는 작품’이라고 극찬해준 작품이었고요.”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미련이 남는 작품은 무언가요?
“다 다시 하고 싶지만, 굳이 꼽는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 <렌트> <로미오 앤 줄리엣>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고작 보름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거든요. 앙코르 공연에 투입된 소위 ‘노담 속성반’이었죠. 작품을 알 만하니까 끝나 아쉬웠어요. <렌트>는 저의 세 번째 뮤지컬인데, 직전 출연작이 <그리스>였어요. 작품의 경중을 논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스>를 하다가 갑자기 연극적인 깊이가 있는 작품을 하다 보니 진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놓치고 말았어요. ‘송쓰루 뮤지컬’(노래가 대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뮤지컬)도 처음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고요. <로미오 앤 줄리엣> 역시 시간이 없어서 표현해내고자 한 부분을 많이 놓친 것 같아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가위손>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 말을 뮤지컬 쪽 분들한테 하면 ‘너처럼 특이하게 생긴 사람은 없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이런 작품이 있으면 꼭 해보고 싶고, 없다면 창작해서라도 출연하고 싶어요.”
-방송 출연이 뜸한데, 이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물론 하고 싶죠. 저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뭐든 다 하고 싶어요. 방송에도 출연하면 경제적으로 좋아지고 유명세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연기할 수 있는 공간에서 무조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죠.”
-뮤지컬만 고집하는 배우는 아니군요.
“당연하죠. 물론 뮤지컬 쪽에서 저를 많이 불러주고 써줘서 감사하지만요(웃음). 뮤지컬 데뷔 초창기에는 저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솔직히 없었어요. 대부분이 ‘쟤 아역 배우 출신 아냐?’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뮤지컬을 진득하게 하니까 절 알아봐주시더라구요.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계속 뮤지컬을 마음에 두고 하나 보다’하고 이해해준 것 같아요.”
-무대는 김수용 씨에게 어떤 곳이죠?
“대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전까진 연극을 좋아하는 제 자신이 애매모호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연극을 배우면서 무대 위에서 나 자신을 분출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느끼면서 나를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무대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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