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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여자 사라는 나와 닮아”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무대 데뷔하는 이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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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8호 이우인⁄ 2010.05.03 15:19:19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이파니가 연극배우로 데뷔한다. 이파니는 5월 1일~6월 30일 서울 한성아트홀(구 인켈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이하 <야한 여자>)에서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야한 여자>는 외설 논란의 금서 <즐거운 사라>의 작가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1989년에 출간한 에세이다. 이 연극은 <즐거운 사라>에 등장하는 사라와 마 교수가 펼치는 판타지 잔혹극이다. 이파니가 맡은 사라는 극 중 마 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교의 여대생이자 관능의 여신으로 묘사되는 인물이다. <야한 여자>의 연출은 벗는 연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교수와 여제자>의 연출자 강철웅이 맡았다. 극 중 이파니와 호흡을 맞추는 마 교수 역에는 뮤지컬 배우 유성현이 연기한다. 이 밖에, 슈퍼모델 출신 조수정을 비롯해 이채은·임수진·김은식·김우경·최진우 등 ‘쭉쭉 빵빵’ 미녀와 탄탄한 근육이 멋진 미남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라는 이파니와 닮았다? 4월 26일 오후 한성아트홀에서 열린 <야한 여자> 제작발표회. 이파니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배우의 ‘끼’를 맘껏 발산했다. 빨간 립스틱과 뇌쇄적인 눈빛, 노출이 심한 의상 등은 성인잡지 모델 출신인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녀의 사소한 몸짓과 눈빛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취재진의 열기는 뜨거웠다. 주요 장면을 시연한 뒤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파니는 “<야한 여자>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유는 연기력 때문이 아니라 나의 이미지나 섹시 컨셉트 때문”이라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써준 극단에 먼저 고마움을 드러냈다. 첫 연극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있다. 또한 섹시한 측면을 강조하는 연극이기 때문에 민망할 때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이왕에 시작했으니 과감해지고 싶다면서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요즘 학교에 다시 다니는 기분이에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공부하는 기분 말이죠. 하나하나 배우고 혼나기도 하고 창피할 때도 있죠. 그렇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방송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이거든요.” 사라는 이파니와 닮은 인물이라고 그녀 자신도 인정했다. 이파니는 “극 중 사라는 재탄생을 표현하고 있는데, 나 역시 재탄생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며 “사라와 내가 닮았기 때문에 연기할 때 몰입하기 좋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해 나름의 해석도 했다. “섹스나 남녀관계에서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을 자꾸 ‘쉬쉬’ 하니까 야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 작품은 섹스나 남녀관계를 해학적으로 잘 풀었고, 극적인 장면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녀는 “작품에 해가 되지 않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 교수 “왜 제2의 마광수 안 나오나”

이날 <야한 여자>의 원작자로서 참석한 마광수 교수는 그동안 국내 문학계에 맺힌 한이 많은 듯 보였다. 마 교수는 1992년 <즐거운 사라>를 썼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 교수다. 이 때문에 그는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기도 했고 동료 교수들에게 소위 ‘왕따’를 당해 우울증으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는 등 굴곡을 많이 경험했다. 현재는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복직해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정을 찾는 중이다. 최근엔 21년 만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개정판도 냈다. “개정판을 교정하면서 다시 읽는데, 21년 전 글들이 지금 읽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우리 사회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문화독재 국가에선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나타내는 거죠. 그러던 차에 연극으로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손을 잡게 됐습니다. 강 선생(강철웅 연출)과 나는 서로 묘한 기록이 있어요. 나는 소설 때문에 대한민국 최초로 잡혀갔고, 강 선생은 연극(외설) 때문에 대한민국 최초로 잡혀갔거든요(웃음).” 연극 <야한 여자>에는 마광수 교수의 실명은 물론 그를 괴롭히는 국문과 교수들의 상징도 나와 더 사실적이다. 그는 이날 연극의 일부분을 본 소감을 전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낸 책 때문에 연세대에서는 징계를 받고 문학계에서는 악당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고생하다가 저만 늙어 버렸어요. 그런데 안타까운 건 왜 ‘제2의 마광수’는 안 나오는가입니다. 공지영을 비롯해 많은 현역 작가들이 제 강의를 들었는데 왜 머리 빠진 나만 야한 소릴 해야 하는 거죠?” 마광수 교수는 유독 폭력에는 관대하지만 성(性)에 야박한 국내 검열문화를 비난하는가 하면, 자신을 괴롭힌 이들의 됨됨이를 꼬집기도 하는 등, 그동안 마음속에 묵혀둔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꺼내 보였다. 끝으로 그는 “연극이 부디 잘돼서 노출이 심하다는 화제로만 끝나지 않고 ‘작품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그냥 ‘벗었으니까 (연극이) 잘됐지’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관객이 많아도 실패인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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