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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데…사슴 그리는 김영주 작가

고대신화 속 사슴은 자신의 정체성 찾기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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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김대희⁄ 2010.06.21 15:40:14

감정의 자유로움. 슬프고 속상한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위로해주고 나면 어느새 이러한 감정은 ‘긍정의 힘’으로 바뀐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행복을 나눌 때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희망이 생기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밝은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김영주 작가와 첫 대면에서 이야기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생각이다. 비관적인 생각에 미술을 그만두려고까지 했던 그녀는 가장 힘든 시절 한 사람(스승)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고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나에게 있어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가 행복하려고, 둘째는 행복을 나누려고, 셋째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다.” 김 작가는 고대신화 속 사슴을 주소재로 그리는데 그만큼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대학 졸업 후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소재에 고민이 많았다. 당시 민화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고대신화 이야기에서 사슴은 해를 실어 나르는 광명의 존재였다. 이러한 사슴이 와 닿았고 사슴을 선택하게 됐다. 어떠한 이유도 없이 무의식중에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개인적으로 괴기스럽거나 성적인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데 사슴도 나를 닮지 않았나?”라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보였다. 무의식중에 사슴이 와 닿고 선택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사슴이 작가 자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라는 생각이 많았던 작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사슴이 됐기 때문이다. “작품 속 한 마리의 사슴으로 그림이 외로워 보이기도 한데 사회에 대한 외로움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알아야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사슴은 나 자신이다. 사슴의 뿔은 강해지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왔으며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세상에 홀로 지내겠다는 마음이 서정적인 색으로 표출됐다.”

최근 회색에 빠져있다는 그녀는 “회색은 가볍지 않고 깊이가 있다. (회색을) 바라볼 때면 사색에 빠지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한 맛을 원할 때 많이 쓰는 색감이다. 이것도 무의식중에 느끼고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의 그림에는 여백이 많다. 하지만 이는 여백이 아닌 모두 계획된 공간이다. 사슴의 위치와 크기 등과 함께 남은 여백도 구도에 따라 계획적으로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작품 속 기호 또한 어디에도 없는 그녀만의 기호이며 점들도 모두 그림이다. 그녀에게는 여백으로 보이지 않는 모두가 조형미를 생각해 만든 공간이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는 그녀는 대부분 미술작품이 사각형이라는 형식을 탈피해 동그라미 속 또는 타원형 속에도 그림을 그린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즐기는 그녀지만 신화라는 주제와 사슴이라는 소재는 그대로 이어간다. “그림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각, 감각적인 시각을 기르고자 공부하고 생각한다. 가벼워지는 그림보다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앞으로도 사슴 숫자나 형태, 구도 등을 바꾸고 색감도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 작가는 세상을 살아감에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정체성을 찾다 보니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에 대해 보는 이들의 해석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편안하고 행복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무의식에서 느끼길 바란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내가 화나면 사슴도 못생기게 나오기 때문에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하려 한다.” 많은 예술가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꽃처럼 사슴도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소재라고 말하는 그녀는 사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떠오를 수 있는 작가로 자신만의 개성이 한눈에 드러나는 사슴을 그려나가겠다고 환한 미소 속 굳은 다짐을 보였다. 내가 바라본 김영주 작가

김금영 기자 geumyoung@cnbnews.com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인터뷰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네요”라며 걱정하던 작가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재치 있는 농담,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줬다. 유독 관심이 갔던 이야기는 작가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었다. 지금의 밝은 모습과는 달리 대학원에 다닐 당시 심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할 수 없었어요. 내가 그림을 왜 그리는가 의문도 들고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았죠.” 특히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사람에게 종속되는 답답함에 더 힘들었다고 한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그 시간이 지속되면 외로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혼자의 시간을 갖고 싶고….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혼란스러웠어요.” 이런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달래 준 것이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마음이 허전하거나 답답할 때 그림은 저를 위로해 주었죠. 마음이 편안해지다보니 그림에 대한 의문도 사라지고 점점 몰두하게 됐죠. 지금은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밝게 웃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림은 정말 작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벗이자 앞으로 함께 인생을 살아갈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인생 속 그림의 사연을 들으니 그림 안에 작가의 외로움과 고독, 행복이 모두 함께 차분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이 작가와 보는 사람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을 담은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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