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랑이 정혜진 초대전을 ‘호모루덴스’라는 이름으로 7월 9일부터 24일까지 연다. 호모루덴스는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와 사진, 조각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신이 만든 ‘거대한 놀이터’를 선보인다. 작가가 처음 시작했던 작업은 회화였다. 1980년대 중반 서양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9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자신이 느끼는 바를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작가는 살아있는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 고민은 사진 작업 ‘잠재성(potentiality)’ 시리즈로 이어지게 됐다.
작가는 사람이 아무리 성형수술 등을 통해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과 잠재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느낌을 가장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가가 제시하는 ‘잠재성’은 자신의 예명인 C-Gene에서도 나타나는데, 여기서 Gene은 사람을 구성하는 염색체로, 동시에 변하지 않고 사람이 고유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본질과 잠재성을 상징한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통 사회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왔고 무덤에도 함께 묻히던 목인에게서 죽음과 생명의 모습을 발견한 작가는 이를 조각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업은 자유로워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마치 놀이터에 온 것 같은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말 모양을 한 조각상 ‘Super object’는 모양이 다른 네 가지의 발로 정상적인 삶, 무언가에 묶여있는 삶, 화려한 삶,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삶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기도 한 조각상 ‘The big dipper’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조각상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강렬한 보색 대비가 특징인 ‘잠재성’시리즈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친근함을 주며, 신체의 일부분만 보여줌으로써 보이지 않는 다른 부위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실제로 자신이 15년간 입은 바지를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면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트렌드 또한 놓치지 않는다. 조각상 ‘Lover’에는 인터넷 주소를 의미하는 것 같은 글자가 들어가 있는데, 작가는 인터넷이 보편화된 세상을 작품에 반영하면서 자신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작품마다 들어가 있는 점과 그 점을 이어주는 선이다. 작가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잠재성과 본질을 점으로 표현했고, 그 점을 선으로 이음으로써 잠재성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완성했다. 무늬처럼 들어가 있는 이 점과 선들은 작품에 생기로움을 더해준다. 작가는 항상 호기심과 상상력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이 있지만 그것을 발휘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자신의 상상이 만든 거대한 놀이터를 가지게 될 수도, 조그만 놀이터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진화랑 전시명 : 정혜진 개인전 - 호모루덴스 전시작가 : 정혜진 전시기간 : 7월 9~24일 문 의 : 02)738~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