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스크린을 웃음과 감동의 바다로 만들었던 ‘마음이’ 달이(래브라도 리트리버 종·8세·♀)가 4년 만에 새끼 3마리와 함께 영화 <마음이2>(7월 21일 개봉·감독 이정철)로 돌아왔다. 전작 <마음이…>에서 유승호와 호흡을 맞추며 전국을 떠돌아다닌 마음이가 속편인 <마음이2>에서는 강아지 먹뽀·도도·장군이 3남매를 낳은 어미로 출연해 깊은 모성애(?)를 보여준다. 유승호에 이어 꽃미남 배우 송중기의 사랑을 독차지한 마음이는 ‘필브라더스’로 나오는 개 도둑 성동일과 김정태를 골탕 먹이면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줄 예정이다. <마음이2>가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유는 마음이 말고 또 있다. 바로 ‘명품 조연’ 성동일 때문이다. <국가대표> <추노> 등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웃음 제조기’로 활약해온 성동일이 ‘19세 관람 가 전문 배우’ 김정태와 한국판 ‘덤 앤 더머’로 호흡을 맞춰 개와 강아지에게 수모를 당할 예정이다. 7월 1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마음이2> 제작발표회에서 성동일을 만났다. 개 ‘달이’보다 출연료가 적은 데 대한 한탄 등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동료 배우’로 볼 때 달이의 연기력을 평가한다면요. “달이가 80개의 단어를 알아듣는다고 해요. 감독님은 나와 (김)정태 씨에게는 작품 이야기를 별로 안 하세요. 오히려 개한테 더 의지합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에서 달이의 비중은 크답니다. 달이가 보여주는 견(犬) 모성애는 더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겉치레가 없는 본능을 달이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달이가 나보다 출연료를 많이 받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오죠. 물론 개보다 출연료가 적어서 자존심은 상하지만, 달이는 출연료를 자기가 못 쓰고 아버님(주인)이 대신 쓰잖아요(웃음). 그래서 위안을 받아요. 제가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엔 달이가 연기를 잘해서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보통 아이들 또는 동물과 함께 작품에 출연하면 배우에게 쏟아질 시선을 그들에게 빼앗겨 위기감을 느낀다고 하던데요, 그런 위기감을 느낀 적은 없나요? “이 영화는 개의 사랑 이야기가 주요 테마고, 우리(성동일 이하 배우들)는 곁다리로 낀 겁니다. 달이가 마음껏 놀도록 해주는 역할이죠. 그건 달이와 우리의 출연료를 비교해봐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달이가 잘돼야 우리 영화도 잘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찍이 초등학교 때 붓을 꺾었지만, 짐승하고는 안 싸웁니다. 자존심이 있어서요(웃음).” -달이와의 에피소드가 있을 텐데요. “비 오는 신에서 달이가 탈진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습니다. 저 같으면 못했을 거예요.” -동물과 하는 연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불편한 건 없었어요. 저도 저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요. 오히려 저 때문에 정태 씨가 힘들었죠. 제가 굳이 방을 같이 쓰자고 해서요. 정태 씨는 굉장히 깔끔한 사람입니다. 가방 안에 개인 사물함이 있을 정도죠. 반대로, 저는 청바지보다 팬티를 오래 입는 사람이고요(웃음). 정태 씨가 그런 저를 보다 못해, 이제 좀 씻고 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나를 집어넣었다 뺀 뒤 스킨·로션도 발라주데요. 제가 결혼을 안 했다면 정태 씨와 사단을 낼 정도의 사랑을 했을 겁니다. 감독님은 제가 하도 술을 마시자고 해서 도망 다녔고, 송중기는 한 번도 찾아와서 연기를 가르쳐 달라며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한 적이 없어요. 그래 놓고 인터뷰만 나오면 우리한테 많이 배웠네 어쩌고 해요. 다음 영화에선 그러지 마, 짜샤!”
-송중기 씨에게 많이 서운하신가 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만나는 신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버릇이 없거나 도망을 다닌다거나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웃음). 착하고, 가정교육도 잘 받았고, 인사성도 좋고, 공부도 잘했다고 들었습니다.” -성동일 하면 드라마 <추노>를 기억하는 분이 많은데요, <추노>의 천지호와 <마음이2>의 혁필을 연기할 때 어떤 차이점을 뒀나요? “사실 <추노>는 전체 24부작인데, 저는 합쳐도 20신밖에 안 나와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많이 나온 줄 알더군요. 처음엔 악역으로 캐스팅됐다가, 웃기는 캐릭터로 바뀐 거고요. <추노>에서 <마음이2>와 40~50% 비슷한 톤으로 연기했는데요, 한쪽(<추노>)에서 해봐서 돈맛을 보니까 한 번 더 가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그렇게 했습니다. 연기는 욕먹을 각오가 돼 있어요. ‘먹고살 만하니 성동일 연기 대충 하는구나’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쓰지 마세요. 다음 작품에서는 기대하는 만큼 잘할 테니까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많이 나오는데요, 몸 개그는 오랜만이죠? “뭐 달이만큼 뛰진 않잖아요? 그래도 하루 종일 뛰었습니다. 평생 운동회에서 달린 것보다 더 많이 달렸어요. 하루 뛰고 그 이후로는 입으로 뛰었어요. 힘들어서 영화 못 해먹겠다고 정태 씨와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은 콘티(촬영 대본)가 정해지면 안 바꾸는 사람이거든요. 뛰게 하겠다고 콘티를 짜면 하루 종일 뛰게 해요. 그래도 영화 화면에는 예쁘게 나와서 감독님에게 감사합니다.”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뇌의 ‘기가’(GIGA·용량)가 적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다른 걸 집어넣으면 빼내야 합니다. 그래서 기억에 거의 안 남아요. 이미 출연료를 선불로 받아서 다 쓰기도 했고요(웃음). 아직 영화는 못 보고 편집본을 봤는데, 달이가 새끼를 낳고 얼마 안 돼서 영화를 찍은 거거든요. 강아지 세 마리가 달이의 친자식은 아닙니다. 그런데 달이가 친자식도 아닌 강아지를 데리고 영화를 찍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눈치챘는지 모르지만, 달이의 모습이 크게 나오는 장면은 달이가 모유 수유 중이어서 가슴이 산골처럼 나오는데요, ‘풀샷’으로 뛰는 장면은 전문 배우인 수놈이 해서 가슴이 착 달라붙어 있거든요(웃음). 또 강아지들이 친자식이 아닌 걸 알 텐데도 감싸고 모유를 먹이는 장면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제가 먼저 먹고 자식을 먹이거든요.” -<마음이2>를 재미있게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음이…>를 본 외국인들이 놀랐다고 하더군요. 동물 영화에서 동물이 연기하는 부분에 CG가 없다는 사실에요. 일본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랐다고 합니다. <마음이2>를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10여 개국에서 ‘사겠다, 안 사겠다’하는 이야기가 아직은 없지만, 곧 들어오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이2>에는 CG가 전혀 없습니다. CG를 쓸 만한 제작비도 없습니다. 그런 부분을 위주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