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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남자가 있어야 잘된다?!

공연계와 영화계에 부는 ‘男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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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3호 이우인⁄ 2010.08.16 14:17:31

2010 공연계의 화두는 2인극이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카페인> <인간> <쓰릴 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웃음의 대학> 등은 올해 막을 올린 대표적인 2인극이다. 몇 년째 불황인 공연계에 2인극의 돌출은 제작비 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2인극은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보다 30~40%나 제작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가 적게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지거나 지루한 건 아니다. 두 배우에게 크게 의존하는 만큼 작품 대부분이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작품성과 집중도를 높여 많은 관객을 끌고 있다. 2인극 중에서도 남자 배우만 출연하는 2인극은 더욱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쓰릴 미>는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고, 일본 원작 연극 <웃음의 대학>도 여러 차례 앙코르 공연을 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또한 2인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감동을 자아내는 내용에다 연기력과 노래 실력, 티켓 파워를 겸비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계는 남성 2인극이 대세 뮤지컬 <쓰릴 미>는 남성 2인극 열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초연돼 동성애와 유괴·살인 등 파격적인 소재로 국내 공연계에 충격을 준 이 뮤지컬은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으며 공연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멋진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기로 정평이 난 <쓰릴 미>의 올해 공연은 더 막강한 캐스팅으로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연 배우인 뮤지컬 스타 김무열·최재웅,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모델 출신 최지호, 대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최수형, TV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막내 아들 ‘송미풍’ 역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지창욱, 지난해 ‘그’ 역할에서 올해 ‘나’ 역할로 활약 중인 신인 뮤지컬 배우 김하늘, 젊은 연기파 뮤지컬 배우 김재범과 조강현 등 8명의 꽃미남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화제가 됐다. 그리고 얼마 전 공연에서 내려온 김무열·최재웅의 빈자리를 가수 출신 이지훈과 오종혁이 채우면서 이들의 기존 일본 팬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개막해 9월 1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TV에서 맹활약 중인 신성록을 비롯하여 뮤지컬계 ‘국민배우’ 류정한, 배우 추상미의 남편으로도 유명세를 탄 뮤지컬 배우 이석준, 몇 개의 굵직한 작품을 통해 마니아층을 확보한 이청용 등이 짝을 이루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11일부터 오픈런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웃음의 대학>에는 송영창·안석환·엄효섭·정웅인·정경호·백원길·조희봉·김도현·봉태규 등 공연계의 연륜 있는 남성 배우와 개성 있는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멋지고 개성 있는 남성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유 외에도, 이들 작품의 흥행에는 작품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쓰릴 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있었던 전대미문의 유괴살인사건을 소재로 해 만든 심리극으로, 부유한 가정의 똑똑한 두 청년이 동성애를 나누고 유괴·살인을 모의하는 과정, 살인 뒤에 겪는 갈등 등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특히 피아노 반주로만 이어가는 작품인 점도 색다르다. 배우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가 작품과 음악에 매료돼 입소문을 퍼뜨리는 관객도 상당수라고 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성공한 작가 토마스가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자 고향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엘빈의 송덕문(공덕을 기리어 지은 글)을 작성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가장 소중한 것과 놓쳐서는 안 될 감정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액자 형식의 작품. 이 작품은 티켓 예매 첫날부터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대학로의 인기 공연으로 떠올랐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단조로운 무대와 서정적인 내용 때문에 ‘지루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공연 시간 내내 퇴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두 배우의 열정과 감미로운 음악,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 감동적인 이야기, 배우에 따른 확연한 차이 등으로 재관람률이 높은 작품 중 하나다.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로 한국 관객과도 친숙한 일본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인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희극을 모두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의 작가가 벌이는 7일 간의 해프닝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작품. 1996년 일본 요미우리 연극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2008년 11월 <연극열전2>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 초연된 뒤 여러 차례 앙코르 공연되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처럼 남성 2인극이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공연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 관객의 비중이 남성 관객보다 높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여자 배우보다 남자 배우가 여성 관객을 끄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쓰릴 미>는 20~30대 여성 팬의 점유율이 99%나 차지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쓰릴 미> 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민지혜 홍보팀 팀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좋은 공연에다 매력적인 남자 배우까지 나오니 여성 관객에게 반응이 좋은 건 사실”이라며 “여러 번 보는 여성 관객도 많아 티켓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화계에도 부는 男風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공연계에 부는 ‘남풍’은 현재 영화계에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꽃미남 배우 원빈의 단독 주연인 <아저씨>와 이병헌·최민식 주연의 <악마를 보았다>, 최근 소개된 영화 <죽이고 싶은>, 멋진 남자 배우가 무려 넷씩이나 등장하는 <무적자>가 그것. 납치된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한 전직 국가 정보요원 출신 전당포 아저씨의 사투를 그린 <아저씨>는 개봉 하루 만에 14만 관객 동원, 9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단기간 100만 돌파를 기록했다. 할리우드 대작 <솔트>와 <인셉션>도 <아저씨>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는 시나리오의 힘과 캐스팅이 큰 영향을 줬다. <아저씨>의 관계자는 “시나리오가 영화계 안팎에 워낙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고 캐스팅도 잘 됐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이 영화가 잘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정성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를 받았다가 개봉 이틀을 앞두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며 개봉의 기회를 얻은 <악마를 보았다>는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최민식과 이병헌의 출연,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만든 김지운 감독의 연출 등 온갖 흥행 요소를 갖추며 <아저씨>의 돌풍을 잠재울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봉 하루 전인 8월 1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악마를 벗었다>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환호하는 편이다. 2시간이 넘게 긴장의 끈을 놔주지 않는 김지운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이병헌·최민식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력, 이야기 안에 숨은 심오한 의미 등 여러 각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워낙 유명한 배우와 감독이 참여한데다 연출이 뛰어나고 극 중 수현(이병헌 분)의 감정선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잘 준 것 같다”고 그 이유를 점쳤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보다는 스타 마케팅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유해진·천호진 주연의 영화 <죽이고 싶은>(8월 26일 개봉)에 대한 반응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죽이고 싶은>은 8월 9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공개했는데, 스릴러 장르지만 가벼운 블랙 코미디가 섞인 성격 때문에 <악마를 보았다>와는 다른 지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홍콩 영화 <영웅본색>(9월 개봉)의 한국판 리메이크 <무적자>는 멋진 남자 배우가 넷이나 나온다. 깊은 상처와 오해로 어긋난 네 남자가 배신과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는 주진모와 송승헌·김강우·조한선 등 한류 스타들이 캐스팅되며 영화의 선전에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 김명민·엄기준 주연의 <파괴된 사나이>(7월 1일 개봉)도 개봉 3주 만에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약진 중이다. 이처럼 톱 여배우가 없는 남성 영화가 최근 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는 “공포영화가 많을 때도 있고, 한창 중국 영화가 붐일 때도 있고, 이 또한 트렌드 중 하나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올해 유독 외화나 한국 영화 모두 남자들의 스릴러 장르가 많긴 하다”고 말했다.

드라마도 남자가 강세 한편, TV 드라마에서도 남성 드라마의 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범수·정보석·이덕화 등이 출연 중인 SBS 드라마 <자이언트>는 방송 26회 만에 처음으로 경쟁작 MBC <동이>의 월화극 1위 자리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8월 1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0일 <자이언트>와 <동이>는 각각 22.9%와 2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초중반 10%대의 시청률에 머물던 <자이언트>는 지난달 말부터 삼청교육대·근로봉사대 등의 내용을 방송하면서 상승세를 탔고, 8월 3일 24회에서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SBS는 <자이언트>가 <동이>를 추월하자 당초 50부로 기획된 이 드라마의 연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소지섭·김하늘·윤계상 주연의 MBC <로드 넘버원>, 김남길·한가인·오연수 주연의 SBS <나쁜 남자> 등 톱스타가 출연하는 경쟁작을 모두 물리치고 수목 드라마 1위 자리를 지켜온 KBS2 <제빵왕 김탁구>는 8월 5일 방송에서 시청률 44.4%(TNms 집계)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전광렬·전인화·전미선·정성모·장항선 등 연기파 배우와 윤시윤·주원·이영아·유진 등 젊은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제빵왕 김탁구>는 김탁구(윤시윤 분)가 제빵 명장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가족 드라마로, 남녀노소에게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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