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을 공부할 때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증거물이 있었다. 바로 화석 이다. 특히 달팽이처럼 생긴 암모나이트는 신기하면서 예쁘게도 보여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하지만 화석은 쉽게 볼 수 없는, 그저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차에 한 갤러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곳에는 교과서에서 보던, 그저 멀다고만 생각했던 화석이 바로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화석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당당하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놀라움을 선사해준 곳은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갤러리 지오이다. 7월 27일,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성큼 갤러리에 들어서자 강희정 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다.
갤러리 지오(Gallery Geo)는 지리학을 뜻하는 지오그래피(geography)의 약자로, 이름과 같이 화석을 다루는 갤러리이다. 갤러리 지오는 세계 각 지역에서 발굴되는 최소 5000만 년에서 1억 년 이상 지난 화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가 화석을 다룬다 해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희정 매니저는〃이미 해외에서는 화석이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그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어 수집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뉴욕과 파리에서도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라며, 〃이제는 국내에 그 가치를 알리고자 갤러리 지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갤러리 지오의 관장은 10년 전부터 화석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화석 마니아로, 화석에 대한 애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갤러리 문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갤러리 지오에서는 관장이 10여 년 간 세계 각 지역에서 수집해온 소장품 위주로 전시·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 있는 응용화석과학협회의 정회원으로서 지속적으로 국내에 화석을 소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 화석이나 무조건 소개하지는 않는다. 갤러리 지오는 협회에서 정식으로 인증한 작품만 들여와 가장 진귀하고 가치 있는 세계의 화석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자연이 선사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 갤러리 지오에는 특별한 작가가 있다. 바로 자연이다. 갤러리 지오가 소장하고 있는 화석들은 전혀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 자체가 몇 천만 년, 몇 억 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따라서 작품 하나하나가 희소성이 크다. 사람들은 그냥 생물체에 흙이나 모래가 쌓이면 화석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화석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생명체에 쓰나미 100배 이상의 거대한 지각 변동이 순간적으로 이뤄지고, 오랫동안 그 형태가 보존돼야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각각의 화석은 복제가 불가능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자성을 가진다. 또한 몇 억 년 전에 살아 있던 생물체가 긴 세월을 거쳐 오늘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하는 경이로움과 신비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강희정 매니저는 이런 화석의 매력에 보는 순간 빠져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화석 작품이라 해서 문화재 차원의 보존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석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갤러리 지오는 보여준다. 실제로 갤러리 지오에서 본 화석 작품들은 일상생활에 어울릴 만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화석의 은은한 빛깔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과 함께 마치 고급스런 골동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또한 욕실 벽면이나 식탁으로 꾸며진 화석의 모습들은 화석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일상생활에 녹아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용성 또한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화석인 만큼 아주 튼튼해 관리 또한 쉽다고 강희정 매니저는 설명했다. "오래된 화석이라 해서 부서지기 쉽다거나,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오랜 세월을 버텨온 만큼 강인한 모습과 더불어 인위적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화석만의 예술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으로 하여금 세월이 갖는 무게와 존재감을 실감하게 하여 겸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도 화석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죠."
"건강까지 챙겨주는 웰빙 아트 화석" 화석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석을 지니고 있으면 시각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이는 화석의 주요 성분인 이산화규소 때문이다. 이산화규소는 골다공증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강희정 매니저는 "화석이 건강과 예술이 결합된 웰빙 아트로서 새롭게 발돋움하고 있어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을 밝혔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화석 작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는 강희정 매니저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그녀가 정말 화석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지질학을 전공해 화석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강희정 매니저에게 궁금한 점을 언제든 묻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 또한 화석 작품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다소 멀게 느껴졌던 화석이지만,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화석이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라 친근하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갤러리 지오가 어떤 화석 작품들을 소개할지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호기심이 생겨 갤러리 지오를 기웃거리면서도 들어오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강희정 매니저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시간을 넘어온 그 생명과 숭고함이 담긴 화석 아트. 그 신비의 세계로, 갤러리 지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