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갤러리가 세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선보이는 배찬효의 개인전 ‘Fairy Tales’를 9월 2일부터 28일까지 연다. 작가는 순수하게만 여겨졌던 동화 속 세계를 비틀어 그 안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꼬집으면서, 자신이 찾아낸 문제의식들을 현실 세계와 연결한다. 작가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당시, 백인 여성들이 동양 남성에게 보내는 편견의 시선에서 소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가 유학 시절 겪은 낯선 경험들은 그의 사고체계를 뒤흔드는 동시에 ‘자아정체성’ 확립의 기틀이 됐고, 작업에도 반영하게 됐다.
‘Existing in Costume 1’ 시리즈에서 그는 남성인 자신이 영국 귀족 여성이 되어보는 작업을 선보이며 문화권의 차이와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에 트렁크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그 연작으로 유럽의 동화 속 ‘여주인공 되어보기’ 작업을 펼친다. 익숙해 보이면서도 다소 음습해 보이는 동화의 재구성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동화에 존재하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 구도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소외와 편견’을 이해하고 드러내고자 여주인공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입한다. 동화 속에 숨어있던 동서양의 차이와 계급간의 갈등, 약자와 강자의 대비는 그의 작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미녀와 야수 등 너무나 유명한 동화 속 여주인공이 변해버린 모습에 낯설고 웃음이 나올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우리 시대에 잠재하고 있는 과제들, 배제된 것들, 숨겨 놓은 것들, 엿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트렁크갤러리 전시명 : Fairy Tales 전시작가 : 배찬효 전시기간 : 9월 2~28일 문 의 : 02)3210~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