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하우스가 평범한 일상생활을 엉뚱한 상상력으로 유머러스하게 재구성하는 허보리의 두 번째 개인전 ‘생활의 발견’을 9월 1일부터 18일까지 연다. 서울 대학교 서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타짜’, ‘식객’ 등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의 딸이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이나 사물들을 사람에 빗대어 캔버스에 옮긴다. 마치 녹아버릴 듯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스크림과 땅이 아닌 소파 위에 솟아 있는 선인장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사진이나 극사실의 회화보다 더 구체화되어 마음에 바로 와 닿는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순간을 담고 있는 캔버스는 감정을 기록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잊고 지냈던 감정을 되새기고, 숨어있던 새로운 감정을 그 안에서 발견한다. 답답하고 지루한 삶은 싫다는 그녀는 인형극에서 의상과 탈을 바꿔 가며 연기하는 배역처럼 캔버스 위에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낸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은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작가의 마음을 드러낸다.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는 배추는 피곤에 지친 그녀의 모습을 나타낸다. 소파 위에 솟아 있는 선인장은 대화를 시도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낀 그녀의 이질감을 상징한다. 아기 침대 위에 돛을 띄우고 있는 배는 아기가 처음으로 목을 쳐들기 시작할 때 마치 처음 바다에 띄운 배가 앞으로 갈 때처럼 기뻐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는다.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온 가지는 출산을 한 산모의 자화상을 나타낸다. 이렇게 작가는 사물과 음식들에 일상생활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보고 느꼈던 감정을 이입해 생소하고 낯선 광경을 조화롭게 변화시킨다.
토포하우스 전시명 : 생활의 발견 전시작가 : 허보리 전시기간 : 9월 1~18일 문 의 : 02)734~7555, 738~7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