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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시대’ 시리즈-태양소금 천천히 익어가는 ‘느린 섬’ 증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증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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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5호 편집팀⁄ 2010.08.30 13:53:07

치따슬로(citta slow)는 슬로우시티(slow city)의 이탈리아 말로, 급하게 살기보다는 천천히 살며 자연-인간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도시를 말한다. 치따슬로의 목표는 자연 + 문화 + 인간ㆍ생물 간의 조화를 존중해 각 지역의 다양성과 차별성의 특색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는 2007년 12월 완도 청산도, 담양 창평, 장흥 유치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치따슬로로 지정됨에 따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 관광객의 방문도 급증하고 있다. 증도 일대는 치타슬로 이외에도 2009년 5월에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았다. 인구 2233명이 살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은 면적 40.03㎢에 증도·화도·병풍도·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등 6개의 유인도와 108개의 무인도 등 총 11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 증도에는 옛 방식 그대로 만들어지는 국내 최대의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벼·함초·백련초·마늘·콩이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을 받아 생산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그 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짱뚱어다리가 있다. 여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한 우전해수욕장, 옛 선조들이 물고기를 잡던 독살,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도 소재한다. 더불어 국내 최대·최초의 증도갯벌생태전시관·소금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전통과 현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올해 3월 증도대교 개통돼 찾기 더욱 쉬워져

신안 증도는 올 초까지만 해도 배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섬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30일 총 1.9km 길이로 개통된 증도대교 덕에 현재 슬로시티 증도를 찾기는 훨씬 수월해졌다. 태평염전은 1947년부터 갯벌을 막아 염전으로 개척해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천일염이 생산됐다. 그 후 1954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 갯벌에 둑을 쌓아 만든 염전이 지금은 140만 평 규모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한때 화학 소금에 밀려 천일염이 천대받았고 염전과 염부들은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염전을 갈아엎고 골프장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위 공직자도 있었다. 그러나 청정 바다의 미네랄과 영양 성분이 가득한 갯벌 소금의 가치는 세계슬로시티연맹 본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받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증도 천일염은 모든 작업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염전에 물을 가두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햇볕과 바람, 염부의 땀과 정성, 기다림을 통해 비로소 눈꽃송이처럼 희게 빛나는 소금 결정체가 태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일염은 한 삽 한 삽 퍼 올려져 소금 창고에 저장된다. 세계슬로시티 연맹 관계자들은 “신이 내린 축복의 땅, 인간과 신,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증도 염전은 세계적 슬로시티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드넓은 증도 갯벌에는 돌게·짱뚱어·뻘낙지·새우 등 각종 바다 생물들이 서식한다. 갯벌을 바라보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짱뚱어 뛰노는 갯벌 위 다리에서 데이트하고

갯벌 위로는 470m의 목재로 만든 짱뚱어다리가 놓여 있다. 밀물이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과 함께 썰물 때 짱뚱어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짱뚱어다리 위에서 보는 환상적인 일몰과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은 이곳을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만들어준다. 갯벌을 뒤로하고 꼬불꼬불 해안선을 따라 난 도로를 가다 보면 신안해저유물 발굴 해역을 볼 수 있다. 1976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며 시작된 유물 발굴은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친 발굴과 인양 작업 끝에 중국 송나라·원나라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2만661점을 비롯해 금속 제품 729점, 석제품 43점, 동전류 28톤, 자단목 1017개, 기타 유물 574점이 인양됐다. 이 유물들은 한국·일본·중국 교역사 연구에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며 동양문화사 연구에 길이 빛날 업적으로 남아 있다. 현재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국립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발굴 해역은 국가사적 제274호로 지정됐다. 발굴기념비에서는 보물선 발굴 해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낙조전망대도 바로 이곳에 있다. 아름다운 해안길을 따라 정신없이 가다 보면 증도와 화도 사이 약 1.2km를 이어주던 바닷속 돌다리 노두가 나타난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위에 돌을 놓아 건너 다녔던 노두에서는 예전에 물때를 모르고 들어갔다가 갇혀버리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지금은 노두 위로 도로가 놓여 물때를 맞추면 차로 화도에 건너갈 수 있다. 노두를 건너면 선화공주가 꽃을 가꾸어 섬에 꽃이 만발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해당화가 많이 피는 화도에 닿는다. 만조 때면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화도는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연중 슬로시티 관련 행사 이어져 행사 많아 ‘갯벌 훼손’ 우려도 나와 이렇듯 많은 관광자원을 가진 증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만큼 매달 풍성한 체험 행사도 펼쳐진다. 먼저 4~10월 태평염전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소금을 채취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이곳에선 천일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소금을 채취하는 방법, 바닷물을 퍼 올리는 수차 돌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5월과 8월 사이에는 백합 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백합은 회·죽·탕·구이·찜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 쓰인다.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로써 궁중 연회식으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껍데기는 약품 용기, 바둑의 흰 돌로 이용되기도 했다. 7월에서 9월 사이 갯벌 체험에서는 짱뚱어·낙지·백합 등 다양한 어패류가 살고 있는 청정 갯벌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독살 체험장에서는 낚시로 느끼지 못한 물고기의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다. 자전거 트래킹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6월 ‘자전거의 섬’ 선포식을 갖고 주민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고 관광객도 무료로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를 섬 곳곳에 400여대 비치해놓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일주 코스(16.4km)를 비롯해 해송 삼림욕 코스(6km), 해저 보물선 코스(9.7km), 드라마 ‘고맙습니다’ 세트장 코스(10.4km)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체험 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도 펼쳐지는데, 매년 6월 이곳에선 송어축제가 개최된다. 우전청년회 주체로 개최되는 송어축제는 제철에 잡힌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송어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밴댕이 가요제, 머드페인팅, 풍물패놀이, 밴댕이 썰기, 시식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또한 8월 증도 우전해수욕장에서는 갯벌소금축제가 열린다. 썰물 때 길이 470m, 너비 2m짜리 짱뚱어다리를 건너며 짱뚱어를 관찰하고, 부드러운 뻘흙 위에서 몸 밀어내기와 뻘배 달리기를 비롯해 풋살·피구·줄다리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개매기, 함초 시음회, 백합 캐기, 머드탕, 해수찜, 소금가마 메고 달리기 등으로 해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여러 행사가 열리지만, 많은 인원이 동시에 참가함으로써 갯벌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일염 이용한 함초식품 등 인기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증도의 슬로푸드들 증도를 대표하는 슬로푸드로는 단연 친환경 수산물인 천일염·김·백합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으뜸은 역시 천일염이다. 최근에는 천일염에 몸에 좋은 함초를 넣어 가공한 함초소금과 함초된장 등 새로운 가공식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유기 게르마늄과 키토산이 풍부한 갯벌에서 자란 증도 쌀 또한 유명하다. 증도 쌀은 맛과 향이 뛰어나고 낱알이 크며 투명도가 높다. 또한 쌀과 함께 태양초·마늘·양파 등이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받아 생산돼 증도의 건강한 식탁을 지키고 있다. 이렇듯 친환경 농수산물과 함께 증도에는 예부터 짱뚱어로 만든 전통 보양음식이 전해져 내려온다.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이 주는 대로만 먹을 수 있는 영양만점 음식이다. 이곳에선 짱뚱어를 이용한 구이·탕·회 등 맛난 음식들을 내놓는다. 여름철엔 짱뚱어를 넣고 푹 우려낸 육수에 각종 야채와 시래기를 넣어 끓인 짱뚱어탕이 인기다. 양파김치를 곁들인 짱뚱어탕 한 그릇이면 어느새 여름 더위가 사라진다. 다양한 먹거리·즐길거리와 함께 증도는 기존 주택들의 개·보수를 통한 민박들도 잘 준비돼 있다. 마을별 특색 있는 테마로 펜션이나 리조트와는 또 다른 차별화를 두고 있는 이곳 민박들은 갯벌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싱싱한 해산물과 직접 기른 야채들로 영양만점의 식사를 할 수 있다. 증도에서 태어나 외지에 잠깐 나갔지만 고향이 그리워 '갯풍'이라는 상호를 걸고 26년여 간 민박과 더불어 짱뚱어 전통 요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철 사장은 “이곳 증도는 자연 그대로의 청정 갯벌과 함께 여러 가지 볼거리·즐길거리들이 즐비하다”고 증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유철 사장은 앞으로 민박집을 짓게 된다면 토방과 마루를 만들어 관광객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차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좀 더 여유가 된다면 마을 주민들과 연계해 주민들로 구성된 관광 서포터즈를 구성하는 방법도 연구해볼 참이다. 주민들이 직접 증도의 여러 가지 체험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을 가이드하면 관광객들이 증도의 매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더불어 증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고, 주민들 소득과도 연계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슬로시티 된 뒤 피해” 불만 목소리도 이유철 사장은 "신안군에서도 너무 슬로시티 지정에 따른 과시적 홍보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증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그저 하룻밤 와서 먹고 즐기고 떠나는 증도가 아닌, 다음에 꼭 다시 찾고 싶은 섬으로 기억되도록 가꾸고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돼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서성철(41) 씨는 증도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서 씨는 "4만 평의 농사를 짓고 있지만 기계·설비 투자 등을 빼면 빛만 남는다"며 "업종을 바꿔 식당이나 장사를 해보려고 해도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로는 허가가 나질 않아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지난해 토지관리 세분화계획에 따라 토지 용도가 변경되고 슬로시티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해 신안군이 신규 건축이나 요식업 등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되고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도움이 되지만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피해만 본다“며 아무런 지원 대책도 없는 데 대해 서운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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