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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저도 내성적인 남자랍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비운의 남자주인공 맡은 배우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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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7호 이우인⁄ 2010.09.13 11:31:22

엄기준-조승우-김다현-민영기-김소현-조정은-이석준 등 많은 뮤지컬 톱스타를 배출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탄생 10주년을 맞아 10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 시인 괴테가 자신의 실연 경험을 바탕으로 1744년에 발표한 소설. 아름다운 여인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불타는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다룬 작품이다. 뛰어난 원작에다 고선웅의 극본-작사로 완성된 이 뮤지컬은 2000년 11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구 연강홀)에서 초연되며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아 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0주년 공연은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을 연출한 김민정 연출이 맡았다. 김민정 연출은 “과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진한 수채화였다면 10주년 공연은 유화고, 사진에 비유하면 콘트라스트(명암 대비)가 강한 흑백사진”이라며 “그만큼 강렬하고 무모하고 도발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이번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김 연출에 따르면 현모양처로 그려졌던 롯데는 지적이고 대담한 여성으로, 조역에 그쳤던 약혼자 알베르트도 이번 공연에서는 정면에 등장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낼 예정이다. 10주년 공연인 만큼 캐스팅도 화려하다. 뜨거운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는 송창의와 박건형이 연기하며, 베르테르의 라이벌이자 롯데의 약혼자인 알베르트는 민영기와 이상현이 맡는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롯데는 임혜영과 최주리가 연기한다. 공연을 약 한 달 앞두고 9월 6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김민정 연출을 비롯해 송창의-박건형-임혜영-최주리-민영기-이상현 등 주연 배우들이 모두 참석했다. 특히 연극 ‘풀포러브’의 막바지 공연으로 바쁜 박건형의 출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삼총사’ ‘뷰티풀 게임’ ‘웨딩싱어’ ‘토요일 밤의 열기’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서 유쾌하고 호탕한 남성상을 연기해온 박건형과 감수성으로 충만한 로맨티시스트 베르테르의 궁합에 대한 궁금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건형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베르테르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베르테르는 이 작품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저 박건형이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대본보다는 극에 나오는 상황들을 더 연구해요. 연습할 때 말고도 개인적인 삶에서 베르테르에게 근접한 모습을 찾고 있고요.” -출연을 결정할 때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10년 동안 꾸준히 걸어온 작품이기 때문에 선입견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는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저에겐 부담으로만 느껴집니다.” -베르테르 역에 더블캐스팅 된 송창의 씨의 연기는 어떤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직 송창의 씨의 베르테르를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가 곤란하거든요. 하지만 송창의 씨 마음속에는 여러분이 모르는 복잡한 게 많을 겁니다(웃음).” -임혜영과 최주리 두 롯데 중 누가 더 기대되나요? “최주리 씨는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 시범단으로 활동했대요. 발차기로 맞아본 적도 있어요(웃음). 그래서 전 임혜영 씨 쪽이 좋습니다.” -베르테르는 감수성이 예민한 캐릭터입니다. 박건형 씨가 그동안 연기해온 역할의 이미지와 많이 달라 출연 선택에 놀랐습니다. “조금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말인데요, 솔직히 제가 이 작품을 한다니 지인 중에 웃는 사람도 있고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한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의 그런(남성스럽고 호탕한) 모습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이미지가 굳혀진 거죠.” -베르테르의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행동이 있다면요? “김민정 연출님이 제게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서 어떻게든 책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요즘엔 길가의 꽃이나 식물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여자 친구가 될 사람에게 가상의 러브레터를 쓰기도 해요. 조금 낯간지러운 행동이지만 즐겁습니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합니까? “사랑은 ‘나를 버리고 너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사랑을 해봤지만 내 안에 내가 있으면 상대와 싸우게 되더라고요. ‘나’라는 기준 때문에 ‘너’랑 싸우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나를 비우고 너를 채워가는 것이 멋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너의 가슴에는 나를 채우고요.” -지금 단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뭔가요? “연극이 이번 주에 끝나는데요, 빨리 끝나고 온전하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 하는 거죠.” -아직도 잊지 못하는 실연의 경험이 있나요? “저는 다 잊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몇 번 사랑을 하면서 다 주니까 나중에 아프지가 않더라고요.” -베르테르는 롯데가 준 감사의 표시를 받고 관심이라고 착각합니다. 실제로 이성의 행동을 좋아하는 걸로 착각해서 설레였던 적이 있나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반대로 저의 친절이 여성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은 있었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친절한 건 있잖아요? 여자들의 질투일지도 모르지만 여자 친구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저도 불친절한 남자였어요(웃음). 그래서 여자 동창들과 가까운 송창의 군이 부러웠죠.” -TV나 영화에 비해 뮤지컬이나 연극 등 무대 활동이 더 두드러진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공연이 계속 이어져서 하는 이유도 있지만, 예전에 ‘바람의 나라’라는 사극에 출연할 때 뮤지컬 ‘햄릿’ 출연과 겹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주말 공연을 두 번이나 불참하는,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잘못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드라마 작업을 하게 되면 공연은 못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드라마 스태프와 공연 스태프는 서로를 잘 몰라요.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공연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면 ‘공연이 언제냐’ ‘8시입니다’ ‘그럼 7시까지 가면 되겠네?’라고 말할 정도예요.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기가 어렵고 양쪽에 민폐를 끼치게 되더라고요. 저 또한 촬영과 공연을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고요. 그렇다고 드라마나 영화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무대에서 저를 찾을 수 있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공연에 더 매진할 뿐이죠. 내공이 많이 쌓인 뒤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또다시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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