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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가볍게 즐긴다는 마음으로만 봐야

만화-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탄생된 뮤지컬 ‘궁’,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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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8-189호 이우인⁄ 2010.09.27 11:34:06

2006년 초에 방영된 MBC 드라마 ‘궁’이 뮤지컬로 재탄생돼 9월 8일부터 10월 24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공연되고 있다. ‘궁’은 2002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과 신인상을 거머쥔 박소희 작가의 인기 만화로, 황태자 이신과 평민 신채경이 정략결혼을 하며 벌이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2006년 초에 황인뢰 연출, 주지훈-윤은혜-김정훈-송지효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모은 ‘궁’은 만화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드라마 ‘궁’을 제작한 (주)그룹에이트의 송병준 대표가 뮤지컬의 총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주인공 이신 역에 캐스팅되며 10대 관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하지만 만화나 드라마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약 2시간의 뮤지컬 무대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황실 사람들과 ‘까칠한’ 이신을 소개하며 시작되는 이 뮤지컬은 신과 채경의 첫 만남, 궁중 혼례식, 이율(이창희 분)의 처소 화재 사건, 신과 채경의 외박, 방화범으로 몰린 신이 용의자 누명을 벗은 뒤 채경에게 프러포즈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서둘러 지나간다. 에피소드와 볼거리 위주이기 때문에 만화와 드라마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관객은 뮤지컬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잡는 데 무리가 있을 것으로 걱정된다. 내용 외에도 매끄럽지 않은 무대의 전환과 LED(Light Emitting Diode) 화면에서 수시로 뿜어내는 불량 화면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미학적 가치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 속 아름다운 황실의 인테리어와 소품, 맵시 있는 한복을 볼 거라 기대하고 티켓을 구매한 관객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궁중 의상의 색은 조화롭지 못하고 가발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 소품처럼 엉성하다. 특히 노래보다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질 만큼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음악 대부분이 2막에 편중돼 있어, 1막이 끝난 뒤에는 티켓을 꺼내어 연극인지 뮤지컬인지를 확인하게 만든다. 노래 잘하는 뮤지컬 배우 곽선영과 김동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 결론을 말하자면 뮤지컬 ‘궁’을 보려면 만화나 드라마에서 느낀 감동이나 공감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긴다는 마음으로 관람하면 충분히 즐겁게 웃고 함께 놀 수 있는 뮤지컬이다. ‘돌아갈래’ ‘고마워’ ‘사랑이 아니잖아’ ‘사랑인가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흐를 때는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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