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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랑 저랑 닮았나요?”

결혼-출산 뒤 연극 ‘프루프’로 컴백하는 배우 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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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8-189호 이우인⁄ 2010.09.27 11:35:06

배우 강혜정이 컴백한다. 그녀의 복귀작은 10월 12일 서울 컬처스페이스nu에서 개막되는 연극 ‘프루프(proof)’. 그녀의 컴백작이자 첫 연극 출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극 ‘프루프’는 미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이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모델이기도 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를 모티브로 하여 200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존 내쉬와 그의 가상의 딸에 대한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초연된 ‘프루프’는 다음 해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드라마 부문 퓰리처상을 포함한 8개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김광보 연출, 추상미-장영남 출연으로 2003년에 초연됐고, 2008년에는 김지호가 ‘클로져’에 이어 2년 만에 무대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강혜정이 맡은 역할은 천재 수학자의 딸 ‘캐서린’이다. 캐서린은 아버지 ‘로버트(정원중 분)’로부터 천재성과 동시에 광기도 물려받았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진 예민하고 난해한 여자다. 강혜정은 이 역할에 후배 배우 이윤지와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연극도 처음, 더블캐스팅도 처음인 강혜정의 이번 도전에 많은 기대가 모인다. 더욱이 결혼과 출산을 막 경험한 그녀의 변신을 느낄 첫 작품으로도 뜻깊다. 9월 14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 ‘프루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오랫만에 취재진 앞에 등장한 강혜정은 출산한 지 불과 4~5개월 밖에 안 됐는데도 처녀 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캐서린은 어떤 인물입니까? “천재 수학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천재성과 광기 안에서 갈등하는 캐릭터입니다. ‘프루프’는 캐서린이 갈등을 통해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연극은 처음입니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처음엔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수학적인 내용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다 보니 이 작품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연극 자체는 어려워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려운 것투성이입니다. 영화는 편집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부분 부분을 따 주기도 하는데 공연은 두 시간 내내 무대 위에 올라서 배우 스스로 편집하고 앵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운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출산 뒤 첫 복귀작으로 연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악어컴퍼니 쪽에서 출연 제의가 왔을 때는 어떤 작품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제 소속사에서 검토한 결과 ‘천재 수학자’라는 이미지가 저와 잘 맞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아기 낳고 4~5개월 만에 출연하는 거라 복귀가 빠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 과정을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실제로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여러모로 뜻 깊고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강혜정 씨와 캐서린의 닮은 점은 뭘까요? “그냥 본능에 많이 충실한 게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짐승 같은 점 말이죠.” -연극을 평소에도 즐기나요? 최근에 본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말해 주세요. “이 극장에서 문근영 씨가 출연하는 ‘클로져’를 봤습니다. 정말 작은 체구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더군요. 많은 공부가 됐어요.” -‘클로져’는 어떻게 보셨나요? “쉬운 공연은 아니에요. 외설적인 것을 경쾌하고 캐주얼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좋고 싫은 게) 갈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배우들이 연기로 매끈하게 잘 넘어간 것 같아요. 가장 인상이 깊었던 점은 큰 스타 배우가 무대 위에서 과감하게 춤을 췄다는 사실입니다. (문근영 씨가) 저보다 어리지만 많은 걸 배웠어요. 물론 저도 그 나이 때는 못 하는 게 없었지만요(웃음).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욕심이 많은 배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기적인 면에서 출산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워낙에 연극이 제게는 낯선 장르이다 보니 하나하나 배워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대한 빨리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맞닥뜨릴 생각을 하면 두려워요. 이 작품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해요.” -관객 동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십니까?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그런(시청률이나 관객 동원 등) 생각을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할까요? 연기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표가 다 팔리는 건 부럽지만 그걸 목표로 두진 않습니다.” -출산한 지 몇 개월 안 됐는데, 연극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습니까? “에너지가 부족하긴 하지만 저를 단련하고 몸을 회복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오랜 시간 작품을 분석하고 대본을 연습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10개월 동안 굳어 있던 머리가 회전하는 느낌도 들어요.” -무대 위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무대를 몰랐을 때부터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무대도 아니고 평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누군가가 지켜보고 뒤에 있으니까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더라고요.” -남편인 타블로 씨는 뭐라고 조언해 줍니까? “우리 가족은 서로가 선택한 부분은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편이에요.” -타블로 씨도 아내의 연극을 보러 오겠죠? “보러올지는 두고 봐야….” -영화 쪽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아니던데요? 언젠가 한 번쯤은 겪어야 될 관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제가 연극을 하길 바랐던 분이 많거든요. 대신 ‘진짜 어려울 거다’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분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제대로 연기하고 싶습니다.” -연출에게 어떤 지적과 칭찬을 들었나요? “칭찬은 ‘빨리 배운다’였고, 지적은 나머지 다입니다. 연극적이지 않은 행동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아요. 그만큼 연출님이 제게 신경을 써주신다는 얘기지만요.” -지금보다 더 젊다면 꼭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습니까? “저 아직 젊어요(웃음). 건방진 생각일 수 있지만 선택할 기회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연기도 거뜬해요. 허황된 꿈이긴 하지만 25살의 강혜정이라면 공룡이나 ‘골룸’(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더블 캐스팅된 이윤지 씨의 연기를 평가한다면요? “이윤지 씨는 정말 머리가 좋은 배우입니다. 감성적인 부분들이 연습할 때 좋은 동선을 만들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워요. 깊이가 다른 배우라고 생각해요. 처음 대본 연습을 했을 때는 진짜 긴장했어요. 만나기 전에는 ‘내가 쟤(이윤지)보다 더 많이 살았으니까 당연히 더 잘할 거다’라고 방심했거든요. 타고난 사람 앞에서는 노력으로 밖에는 이길 재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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