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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독촉女’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불량남녀’에서 신용불량자 연기한 배우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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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이우인⁄ 2010.10.11 13:41:29

‘코믹 본좌’라고 불리는 배우 임창정이 코미디 영화 ‘불량남녀’(11월 4일 개봉)로 컴백했다. ‘불량남녀’는 신용불량 형사와 성격불량 상담원의 불꽃 튀는 대결을 다룬 영화로,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67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된 형사 방극현(임창정 분)이 채권추심원인 김무령(엄지원 분)의 빚 독촉 전화를 받으면서 서로 과격한 행동과 언어로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엔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신근호 감독이 5년 전에 직접 겪은 일을 그대로 옮긴 영화여서 더 사실적이다. 임창정은 극 중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카드사 채권팀의 최고 우수 사원 김무령의 무시무시한 빚 독촉을 받게 되는 경찰 공무원 방극현 역을 맡아 엄지원과 혈투를 벌였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개봉된 영화 ‘스카우트’에 이어 3년 만에 찰떡궁합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가 10월 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개그맨 황현희의 사회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는 신근호 감독과 배우 임창정-엄지원이 참석했다.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많다는 임창정은 신용불량자 연기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요? “‘불량남녀’는 빚 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영화면서 이 시대를 대변하는 심도 깊은 사회극이기도 합니다. ‘현피’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현피는 온라인에서 일어난 다툼이나 분쟁의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직접 만나 물리적인 충돌을 벌이는 일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로, ‘현실PK(現實+Player Kill)’의 줄임말입니다. 여기서 PK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일입니다. 이 현피를 얼마 전에 신문에서도 봤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온라인에서는 마구 욕을 하던 사람들도 실제로 만나면 온순해진다는 사실 말이죠. ‘불량남녀’는 사람의 본성이 얼마나 착하고 인간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만나기 전에 나쁘게 생각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흥미가 생겼고, ‘인간이라면 저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어요.” -신용불량자를 연기했는데요, 실제로 빚을 진 적이 있나요? “얼마 전까지 빚의 3분의 1을 갚았어요. 빚이 있는 사람만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빚이 없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볼 자격이 없어요.” -창정 씨의 신용도는 어떻게 되나요? “전 A급입니다. 왜냐하면 빚은 있지만 늘 때에 맞춰 이자와 함께 갚기 때문입니다. 그쪽 사람들은 제가 꼭 갚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신용A를 주고 있죠.” -엄지원 씨와는 영화 ‘스카우트’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인데요, 지원 씨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세요. “‘스카우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엄지원 씨를 처음 만났고 존경하는 김현석 감독님과 함께 만든 영화였거든요. 결과는 안 좋았지만요. 그런데 흥행이라는 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하늘이 점지해 주는 일인 것 같아요. 엄지원 씨의 장점은 연기를 잘하는 거죠. 저는 엄지원 씨가 참 좋아요. 제 휴대전화에는 엄지원 씨 이름이 ‘엄공주’라고 되어 있는데요, 집사람이 ‘도대체 이 여자(엄공주)는 누구냐’며 오해를 많이 해요. 문자를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보내거든요(웃음). 단점은 일을 너무 좋아해서 굉장히 냉정하죠. 너무 똑똑해서 도와주고 싶어도 딱히 도와줄 것이 없습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신근호 감독님에게 빚이 있대요. 그래서 빚쟁이를 피해 다닌대요(웃음). 아까 얼핏 들었는데 빚 때문에 지금 다니던 사무실도 못 들어가서 그전에 쓰던 집에서 작업을 한대요. 그래서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인 관객수 100만을 넘기면 제가 받는 인센티브로 감독님의 빚을 갚아 드리기로 했어요.” -많은 영화에서 백수건달 캐릭터로 나오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공무원을 연기하는데요, 신분 상승 한 기분이 어떤가요? “처음으로 직업다운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화 속에서는 범인을 잡기보다 빚 갚는 데 정신이 없어서 경찰인지 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왜 저는 떳떳한 직업이 있는데도 불쌍해 보일까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신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하지원-김선아-박예진 씨 등 많은 여배우와 영화를 찍었는데요, 엄지원 씨와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엄지원 씨는 연기적인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배우입니다. 그런데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배우는 잘하다가도 갑자기 필름이 꼬일 때가 한 번씩 있는데요, 엄지원 씨와 저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평소의 지원 씨는 상대의 말에 굉장히 호의적인 사람인데요, 하루는 제 제안에 사색이 되면서 불편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촬영장 분위기까지 썰렁해졌죠. 어쩔 수 없이 지원 씨에게 ‘너 이리 나와’라고 호통을 쳐 끌고 나갔어요. 스태프들은 제가 지원 씨를 때릴 줄 알았대요. 하지만 저는 그때 지원 씨 앞에서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봐 달라’고 빌었어요. 그리고 다시 현장에 들어가서는 제가 큰소리를 뻥뻥 친 환경을 연출했죠. 스태프들에게 체면을 살려준 엄지원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신용카드는 몇 장이나 쓰시나요? “카드는 하나만 쓰고 카드 한도는 300만 원입니다. 신용도가 낮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일부러 300만 원에 맞춰서 사용하는 거예요. 왜냐면 한도를 안 맞춰 놓으면 난리가 나거든요(웃음).” -관객을 웃기는 임창정 씨만의 비결이 있다면요? “저는 TV 버라이어티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서 연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관객을 웃기는 원천은 순전히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버라이어티 코미디를 보면 안 되죠. 제가 영화에서 보여준 코미디가 슬랩스틱 혹은 과장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보면 제가 웃기지 않은 상황에서 웃기려고 오버한 적은 없답니다. 상황이 웃긴 거죠. 저는 웃긴 상황에서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연기하는 거지, 코미디를 해서 남을 웃길 자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별로 웃긴 상황이 아닌데 너무 밋밋한 것 같다고 하면 장난기가 발동해서 애드리브를 할 때도 있지만 여러분이 씩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드는 원천은 리얼리티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솔직하게 말하면 ‘불량남녀’라는 제목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아쉽긴 하지만 영화가 좋기 때문에 제목은 뭘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 영화가 개봉되면 한 명의 관객이 되어 집사람과 함께 관람한 뒤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고민이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생각하면서 한탄을 많이 하는데요, ‘한탄하지 마라. 그 한탄을 하는 시간이 너를 죽이는 시간이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영화에 빗대어 말하면 비록 앞으로 갚아야 할 빚도 많고 처지가 딱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랑은 오고 행복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고민만 하면서 사는 거죠? 이 영화에서 감독님이 말하고 싶었던 게 이게 아닐까요? 제가 감독님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 영화를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올가을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유쾌한 영화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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