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7년 만에 새 작품을 공개했다. ‘싱글즈’에서 엄정화·고(故) 장진영·김주혁·이범수를 캐스팅해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권 감독은 영화 ‘참을 수 없는’에서 추자현·한수연·정찬·김흥수 네 배우를 성공 카드로 내밀었다. ‘싱글즈’에 장진영이 있다면, ‘참을 수 없는’에는 추자현이 있다. ‘참을 수 없는’은 권칠인 감독의 영화이자 추자현의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 속 추자현의 비중은 대단하다. 모든 웃음과 공감은 추자현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흔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실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고 생각될 만큼 사실적이어서 감탄을 자아낸다. ‘참을 수 없는’은 영화 ‘사생결단’ ‘미인도’ ‘실종’ 등에서 쌓아온 추자현의 연기력이 결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0월 14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영화 ‘참을 수 없는’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추자현은 “1년 전에 만났던 지흔인데, 영화를 보니까 지흔이 마구 그립다”고 개봉(10월 21일)을 앞둔 소감을 말하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술 마시는 모습이 정말 사실적이던데, 실제 모습이 반영됐나요? “제 안에 있는 지흔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배우처럼 저 역시 다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요.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길 줄 압니다. 그 느낌을 영화에서 살리려고 했죠. ‘참을 수 없는’은 지금까지 해온 작품 가운데 배우, 감독과 술자리를 가장 많이 가진 영화예요. 그 노력이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래도 지흔처럼 술병으로 남자를 때릴 자신은 없어요(웃음).” -‘참을 수 없는’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일은 뭡니까? “저는 후회를 좋아하지 않아요. 의욕이 과하거나 열정을 많이 보이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다소 세고 독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이 지난 다음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저를 후회하게 돼요. 후회하기 싫어서 넘쳐도 몰두하는 편이에요.”
-지흔의 대사처럼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는 언제인가요? “마음대로 여성 영화를 고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여성 영화의 시나리오에 갈증이 나요. 그나마 권칠인 감독님을 운 좋게 만나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제 속에 있던 갈증을 많이 풀었지만 여성 영화가 갈수록 없어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건 정말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추자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웃음). 그리고 이 영화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보면 많이 공감할 겁니다. 서른이란 나이는 굉장히 예쁘고 아름다운 나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서글프고 슬픈 나이거든요. 영화의 볼거리와 감동도 중요하지만 지금을 돌이킬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합니다.” 참지 말고 행동하라! 출판사에 다니는 지흔(추자현 분)은 싱글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장 먼저 잘리고, 홧김에, 술김에 나선 싸움 때문에 집도 잃고 돈도 잃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된다. 밴드에서 활동 중인 지흔의 남자 친구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한다. 어쩔 수 없이 평소 부러워하던 친구 경린(한수연 분)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 지흔은 경린의 의사 남편 명원(정찬 분)의 냉정한 모습에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철판이 두꺼운 지흔은 매일 술에 취해 들어와 조용한 가정을 소란스럽게 한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경린은 불안하지만 자유분방한 지흔의 삶이 부럽다. 매일이 똑같은 삶에 지칠 대로 지친 경린에게 남편의 후배인 동주(김흥수 분)가 ‘왜 이러고 사느냐’며 유혹한다. 처음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동주와 정사를 나누면서 ‘될 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마음과 몸을 맡기는 경린. 남편이 알게 되더라도 이제는 숨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삶이 싫어 의사가 되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명원은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아파트 대출금도 곧 다 갚고 아내 경린은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그를 불안하게 하는 일은 지금의 행복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경린을 유혹한 동주는 그냥 나쁜 남자다. 다른 사람의 일방적인 행동에 끌려 다니는 일을 싫어한다. 남편에게 솔직하지 못한 경린의 모습도 짜증난다. 그래서 경린을 유혹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오는 경린. 하지만 경린의 일방적인 행동에 동주도 질리기 시작한다. 영화 ‘참을 수 없는’의 주인공 네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 한 가지씩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흔에게는 열심히 해도 구질구질한 삶이, 경린에게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생활이, 명원에게는 어린 시절의 가난이, 동주에게는 일방적인 행동에 끌려 다니는 데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참을 수 없을 때는 참지 말고 행동하라”라는 의미로 이 영화의 제목을 지었다는 권칠인 감독의 말처럼 네 사람은 서로 뒤엉키면서 참을 수 없는 일들을 정말로 참을 수 없게 돼 버린다. 가식을 버리고 행동을 시작한다. 학창 시절 글짓기상도 받은 지흔은 다른 사람의 책을 내주는 일을 포기하고 자신의 진짜 꿈인 작가가 되기로 한다. 경린은 의사 부인의 모습을 버리고 자유를 택한다. 명원은 안정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동주는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는 경린을 자극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영화는 각자의 이야기를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관객에게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준다. 네 사람이 참아온 일들을 참지 않고 행동할 때는 덩달아 긴장이 풀어지는 기분도 든다. 그리고 ‘참는 게 나와 상대를 진실로 위한 일일까?’라고 반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