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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장면은 화려한데 왜 허전하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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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2호 이우인⁄ 2010.10.18 16:44:46

‘2009년 여름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전석 매진의 흥행 신화!’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5000회 이상 공연된 최장기 명작 뮤지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외치는 홍보 문구다. 이 뮤지컬은 9월 29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박상원·박해미·이정화·김법래·박동하 등 지난해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을 비롯해 최성희·방진의·정명은 등 실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여성 뮤지컬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전보다 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임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 뮤지컬의 줄거리는 열정이 가득한 시골 소녀 페기 소여(정명은 분)가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는 과정으로 매우 단순하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뮤지컬 스타였지만 지금은 예전만큼의 명성을 떨치지 못하는 도로시 브록(이정화 분)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고, 브로드웨이 최고의 명성과 악명을 누리는 뮤지컬 연출가 줄리안 마쉬(박상원 분)는 신출내기 페기 소여를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로 만드는 데 열정을 쏟는 모습이 그려진다. ‘쇼 뮤지컬’을 표방한 만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흥겨운 탭댄스, 트럼펫의 재즈 연주, 화려한 코인(coin) 댄스, 300여 벌의 화려한 무대 의상, 14개의 대형 무대장치, 30회가 넘는 숨 가쁜 무대전환 등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데 공연 시간을 모두 쏟는다. 특히 막이 오르면서 시작되는 화려한 탭댄스 군무는 가슴에 전율을 주고, 공연 초반에 두 개의 조명으로 보여주는 무대 위 원근(遠近) 효과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페기 소여가 도로시 브록 대타로 극 중 극인 ‘Pretty Lady’(프리티 레이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앙상블들과 선보이는 관능적인 변신, 피날레에서 황금빛 의상을 갖춰 입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탭댄스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 때문에 드라마와 음악은 상대적으로 작아진 느낌이다. 화려한 쇼에 드라마와 음악을 적절하게 버무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페기 소여의 데뷔가 단순히 화려한 무대로만 느껴지진 않았을 테고, 페기 소여가 무대에서 퇴장한 뒤 줄리안 마쉬가 혼자 부르는 ‘42nd Street’가 자신의 성공을 자축하는 음악으로만 들리지 않았을 테고, 페기 소여에게 자신의 배역을 양보하며 응원하는 도로시 브록의 모습이 이 공연에서 퇴장하기 위한 구실로만 느껴지진 않았을 텐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줄리안 마쉬를 연기한 박상원은 마쉬가 가진 특유의 마초적인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관객을 전율로 휘감아 전체 극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장면 ‘42nd Street’에서 그는 불안정한 음정으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반면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에서 한순간에 스타로 변신한 정명은은 앞과 뒤가 너무 달라 시선을 끌었으며, 국내 초연 때부터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했던 이정화의 연기는 안정감을 줬다. 지난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에서 도로시 브록 역을 맡은 박해미는 “이 공연이 매년 선전하며 사랑받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의 답변에 웃었던 기자는 공연을 본 뒤 100% 공감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1월 2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의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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